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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수행 삼아 인간미 전하는 배우될 것”

  • 만다라
  • 입력 2016.07.11 16:46
  • 수정 2016.07.13 14:09
  • 댓글 0

10년차 배우 차종호씨

▲ 오랜 무명생활 중 불교를 만나 삶을 전환한 배우 차종호씨는 연기로 세상의 웃음을 나눌 것을 다짐했다.

차종호. 이름은 생소하다. 하지만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범상치 않은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드라마와 영화, CF 등 다방면에서 얼굴을 알려왔다. 벌써 10년차 배우다. 유명세를 얻진 못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감초역할을 하며 자신만의 존재감을 차근차근 다져오고 있다.

늦은 나이 입문한 배우의 길
불법 만나 자기를 바로 보고
힘든 시기 성장기회로 전환

불교공부·봉사로 자신감 회복
일에 대한 조급함 내려놓고
연기로 세상에 웃음 나눌 것

그는 스물일곱 나이에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배우로서 늦은 나이였지만 10년 후를 생각하고 선택한 길이었다. 어려서부터 남들 앞에 나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개그맨에 지원했고 개그를 잘하기 위해 배운 연기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극단에 들어가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고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그는 점점 조급해졌다. 배우로 성공해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하루라도 빨리 입증하고 싶었다. 바로 그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배우로 키워줄 것이라 장담했던 선배가 허드렛일만 시키다 그를 내쳤다. 무엇보다 그가 배우로서 만들어왔던 인맥이 모두 끊겼다.

“배신을 당했다는 패배감과 적개심으로 매일 술을 마시며 보냈어요. 몸은 망가지고 점점 나락으로 떨어졌죠. 아무리 힘들어도 재미있게 살아왔는데 그때 처음으로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다 못한 친구가 정토회 방송예술인 모임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사실 법륜 스님 법문을 듣기 위해서 그곳을 찾은 건 아니었다.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 꽉 들어찬 사람들을 보니 여기에서 인맥을 만들겠단 욕심으로 참석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누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었을 뿐더러 자신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 무언가 얻어갈 기대를 했으니 말이다. 연예계 인맥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하지만 그곳에서 인맥보다 더 든든한 지원군, 부처님을 만났다. 무기명 질문지가 돌았다. 그는 질문을 적었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실의 벽에 부딪히니 세상 탓, 환경 탓을 하게 됩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간절함이 통했던 걸까. 그의 질문지가 맨 위에 올라갔다. 스님은 그의 질문을 읽고 “아상을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셨다. 스님의 답변은 순간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열심히 살아온 만큼 남들이 알아주길 바랐고, 내가 굉장히 특별한 존재로 존중받길 원했는데 그렇지 않으니 괴로웠어요 다른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스님 말씀을 들으니 남들에게 바라고 의지하고 있는 내가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불교와는 다른 불교였다.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아 해결하는 부처님 법을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토회 법회를 나가고 불교대학에 다니며 불교공부를 시작했다. 정토회 행사 운전지원, 거리모금 등 봉사도 했다.

그때부터 그는 발로 뛰기 시작했다.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낮에는 드라마 제작사나 영화사로 가 자신의 프로필을 돌렸다. 오지 말라는 다그침까지 들으며 신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기회가 오기 시작했다. 다년간의 단역 생활이 힘에 부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상을 내려놓으라”는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오디션을 보며 연기를 하니 경력이 쌓였다. 어느새 단역 배우 가운데서는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위치가 됐다.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게 저에게는 성장의 기회였어요. 인맥이 없어도 이 세계에서 일을 구하는 법을 알게 됐고 일이 없으면 봉사하며 지내면 된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는 나를 내쳤다고 생각했던 그 선배와 오해도 풀고 편하게 연락하며 지내는 사이가 됐어요.”

그렇게 배우 일을 조금씩 하게 되자 남는 시간에 아르바이트 대신 정토회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를 하는 기쁨에 보람을 느꼈고, 스스로 당당해졌다. 정토회 방송예술인 모임 운영부터 청년 정토회 사업운영에 이르기까지 정토회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며 일에 대한 조급함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잘 맞는 배역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 여유도 생겼다. 개성 강한 얼굴이 자신을 자칫 한 가지 캐릭터에 가둘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싶다고 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에 출연해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촬영한 경험은 배우로서의 꿈을 견고하게 만들어줬다.

“그 현장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예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내가 있다는 것에 설렛어요. 선생님들은 그냥 말을 던지는 것 같은데 수십 년 쌓인 내공이 대사들에 담기며 마음을 울리더라고요. 그런 인간미 넘치는 연기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싶어요” 

우락부락한 모습과 걸걸한 목소리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는 포대화상을 연상시킨다. 사람들을 좋아해 어울려 놀고 원하는 물건은 모두 포대에서 꺼내준 포대화상처럼 ‘연기하는 수행자’로 살겠다는 원을 세웠다.

“힘든 시기를 불법으로 극복한 경험을 어려운 상황 속에 놓인 동료 배우들과 나누고 싶다”는 그는 “연기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주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애정을 갖고 10년 동안 우직하게 한길을 걷고 있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51호 / 2016년 7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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