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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환 교수의 무명 족쇄 풀어내는 108가지 통찰

  • 불서
  • 입력 2016.07.11 16:53
  • 수정 2016.07.1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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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깨달음의 과학’ / 황경환 편저 / 현대불교신문사

▲ ‘불교는 깨달음의 과학’
‘대승기신론’에 ‘내게 필요하지 않은 인연은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에게 필요해서 온 인연 앞에서 깨달음으로 향하는 진여(眞如)의 문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고통과 윤회의 굴레인 생멸(生滅)의 문을 선택할 것인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부친 유훈 들은 후
사업하며 불교연구에도 매진
불교사상 현대적 해석 시도
불교의 합리성 잘 드러내

진양유조선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중견사업가이면서 초기불전연구원 선임연구원 및 동국대 평생교육원 교수인 저자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끊임없이 반복된 시련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절망을 자양분 삼아 나아갔다. 그랬기에 밀려드는 고난은 생멸의 문이 아니라 깨침과 성숙으로 이어지는 진여의 문이 되어주었다.

울산 온산이 고향인 저자가 9살 되던 해였다. 해양운송업에 종사하던 부친은 해적으로부터 살아났던 얘기를 들려준 뒤 이렇게 당부했다. “너도 태어났기 때문에 그날이 언제일지는 몰라도 반드시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네가 앞으로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불교공부를 소홀히 하지 말거라.”

저자의 뇌리에서 죽음의 문제와 불교공부가 떠나지 않은 것도 이 무렵부터다. 10대 때 자전거를 타다가 10m 높이의 다리에서 떨어졌을 때, 20대 후반 50톤급 유조선 작업을 나갔다가 심한 돌풍을 만나 죽음에 직면했을 때, 삼척 화력발전소 벙커 C유 부정 유출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옥고를 치를 때, IMF 경제위기 당시 일본에서 도입한 선박 부채가 100% 급상승했을 때, 종합검진에서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도 그는 늘 ‘죽음’과 ‘불교’를 기억했다. 그럴 때일수록 경전을 펼쳐 들고 독하게 공부했다. 고난은 그를 점점 성숙시켰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안목도 더욱 깊어져 갔다.

‘어떤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주눅 들거나 약해지지 말자. 일어나야 할 일이라면 일어날 것이고, 넘어져 사라질 일이라면 사라지는 대로 평정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뚜벅뚜벅 걸어가자. 평정한 마음이란 좋다고 집착하고 싫다고 밀치려는 생각이 아니잖은가.’

▲ 중견 사업가이자 불교연구자인 저자는 우리가 직면하는 고통 속에 위대한 진리의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 내재돼 있다고 말한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그가 최근 예전에 낸 책을 가다듬고 덧붙여 ‘불교는 깨달음의 과학’을 펴냈다. ‘무명의 족쇄를 풀어줄 창밖의 108가지 요담’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추천사에서 밝혔듯 ‘불교의 참뜻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많은 깨달음을 얻도록’ 돕는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생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인간이 자유와 평화, 청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가?’ 등에 대해 깊은 사색과 통찰에서 건져 올린 얘기들을 들려준다.

고통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그렇다. 모든 생명 있는 존재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사랑하는 대상과 헤어져야 하고, 죽도록 싫더라도 만나야 하며,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고, 변해가는 육체와 정신 앞에 괴로워해야 한다. 그러나 저자는 고통을 ‘위대한 모순’으로 정의한다. 고통 속에 위대한 진리의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 내재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통을 아는 자는 고통이 생겨나는 원인을 알고, 고통의 원인을 아는 자는 고통의 소멸을 알고, 고통의 소멸을 아는 자는 고통의 소멸로 나아가는 팔정도를 닦음으로써 완전한 해탈에 이른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고통은 회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의식을 더 차원 높은 세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책은 저자의 108가지 얘기들로 이뤄졌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그물이 천 코 만 코가 있지만 정작 물고기는 한 코에 걸리는 법’이라는 옛사람의 말처럼 저자가 말하는 한 구절이 읽는 이의 가슴에 사무치게 와 닿는 순간 무명의 족쇄도 이미 풀리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1만5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51호 / 2016년 7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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