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배병선)는 7월12일 “익산 제석사지(사적 제405호) 폐기유적 발굴조사 과정에서 악귀상 비롯해 나한상 혹은 불제자로 추정되는 2점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석사는 백제 무왕이 도읍을 익산으로 옮길 계획을 추진하면서 왕궁 부근에 창건한 사찰이다. ‘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에 정관(貞觀, 중국 당 태종 연호) 13년(639년) 벼락으로 불당과 칠층탑, 회랑과 승방이 모두 불탔다는 기록이 있어 7층 목탑, 불당, 회랑, 승방 등을 갖춘 왕실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발굴 중인 폐기유적은 제석사에서 불에 탄 기와나 벽체 등 건축 부재와 사찰에 모셔진 소조 불상조각들을 버린 곳으로 남북 32.4m, 동서 28m 규모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이뤄진 시굴조사를 통해 흙으로 구운 소조불·보살·천부·악귀·동물 등 소조상과 연화문 수막새 등이 출토돼 백제 후기의 불교미술과 건축 등 백제문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됐던 곳이다.이번 발굴에서는 시굴조사 때와 유사한 유물인 천부상이 출토됐다. 머리 부분의 파편만 남은 상태로, 살짝 다문 입술, 지그시 내려가 가늘게 뜬 눈매, 길게 늘어진 도톰한 귓불, 살짝 두툼한 턱이 잘 표현돼 있다. 나한상 혹은 불제자로 추정되는 2점은 지그시 감으면서 강인한 느낌을 주는 눈매, 두툼한 코, 둥그스름한 정수리가 특징이다. 악귀상은 동그랗게 뜬 채로 측면을 응시하는 눈, 살짝 들린 들창코, 야무지게 다문 입술 사이로 삐져나온 치아와 송곳니 등이 잘 표현돼 있고 머리와 뺨, 턱까지 온통 털로 덮여 있으며 눈동자에 유리질이 남아있다.
이들 유물들은 형태나 문양, 제작기법 측면에서 중국 낙양 영령사(永寧寺), 부여 정림사지(定林寺址), 일본 가와하라데라(川原寺) 출토품과 비교해볼 때 백제를 중심으로 한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의 문화교류 양상을 밝힐 수 있는 유용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외에 회칠이나 채색 흔적이 남아 있는 벽체편, 흙벽돌 등 다양한 건축부재가 출토돼 고대건축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52호 / 2016년 7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