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신심 1%로 고해에 행복 파종하더라
간절한 신심 1%로 고해에 행복 파종하더라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6.07.18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안거마다 선원을 순례하며 불퇴전의 원력을 되새기는 의왕 청계사 향기법문 108선원순례단이 해남 대흥사 동국선원을 찾았다. 54번째 대중공양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땅끝이 장맛비를 불렀다. 해남 대흥사 동국선원은 하안거 정진열기 잠시나마 식혔다. 두륜산에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의왕 청계사 향기법문 108선원순례단(단장 성행 스님, 이하 순례단)이 동국선원을 찾았다. 수행자 구도심의 향기가 순례단을 불러들인 셈이다. 선원이나 사찰 108곳 가운데 53곳에 대중공양 올려온 순례 반환점은 땅끝이었다.

향기법문 108선원순례단
해남 대흥사 동국선원서
반환점 54번째 대중공양
유나 정찬 스님 소참법문
“자각각타 각행원만” 당부


5시간이나 걸리는 16차 순례 여정에도 29명이 동참했다. 대웅보전서 간단한 예불과 공양물 올린 순례단은 거센 빗줄기에도 도량 안내를 도맡은 대흥사 주지 월우 스님 발길 따라 동국선원에 다다랐다.

동국선원은 대광명전을 중심으로 동국선원, 벽안당, 요사채 수심당이 있다. 대광명전은 1841년(조선 현종 7년) 초의 스님이 제주도 유배생활을 하고 있던 추사 김정희의 방면 기원 기도를 하기 위해, 추사의 제자이자 당시 전라수군절도사였던 위당 신관호 도움으로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초의 스님은 이곳에서 다도와 선을 분리하지 않은 다선일여(茶禪一如)를 실천하며 후학을 지도했다. 추사 김정희는 초의 스님과 교류하며 여러 편액을 남겼는데, ‘동국선원(東國禪院)’ 편액도 추사 글씨다. 당시 대흥사는 선과 교의 종찰로서 동국 최고 선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알려진다.

동국선원 벽에는 목탁과 용상방이 걸렸다. 마당 쓰는 빗자루도 제자리에서 미동이 없었다. 입승스님 죽비와 좌복 여럿이 방부 들인 수행자 16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공양시간이었다. 좌복은 정진 열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옹골지게 파였다. 순례단장 성행 스님이 대표로 3배를 올렸다. 순례단원들은 밖에서 합장 3배했다.

▲ 순례단은 정찬 스님에게 대중공양을 올렸다.

대웅보전으로 자리를 옮겨 동국선원 유나 정찬 스님에게 법을 청했다. 월우 스님에 따르면 선원에서만 50년 좌선한 수좌였다. 정찬 스님 소참법문은 짧고 간결했지만 깊었다.

“과거, 현재, 미래는 다 한 순간에 있습니다. 수행이든 전법이든 소홀할 수 없지요. 서산대사는 말법시대에 대흥사에서 선지식이 출현한다 하셨습니다. 선원을 순례하는 여러분도 선지식일지 모릅니다. 이미 도반이거나 아직 도반이 아닌 분들과 부처님 길을 같이 걷자고 손을 맞잡으세요. 자각각타 각행원만(自覺覺他 覺行圓滿)입니다.”

순례단은 대흥사 도량 곳곳을 참배하며 정찬 스님 말을 되새겼다. 반환점을 맞은 이번 순례에서 재발심의 계기를 찾고자 했다. 동국선원은 물론 청허당 서산대사의 유언에 그 계기가 있었다. 묘향산 원적암서 입적한 서산대사는 제자 사명당 유정, 뇌묵당 처영 스님에게 가사와 발우를 해남 두륜산에 두라고 부탁했다. “만세토록 허물어지지 않을 땅”이며 “종통(宗通)이 돌아갈 곳”이기 때문이다. 금란가사(金爛袈裟)와 발우가 대흥사에 모셔졌고 법맥이 이어졌다.

단장 성행 스님은 “재발심하는 인연으로 삼고자 동국선원을 찾았다. 땅 끝자락에서 간절한 신심 길어 올려 고해에 행복을 파종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내 참배를 마친 순례단은 저마다 소원을 담은 종이를 소각하고 여수 향일암으로 향했다. 동국선원이 54번째였고 대흥사와 향일암은 각각 55, 56번째 순례처였다. 108염주에 56번째 염주알이 꿰어졌다.

바다는 짜다. 1%인 소금이 가져온 변화다. 만세토록 허물어지지 않고 종통이 돌아갈 해남 대흥사 동국선원서 발견한 순례단의 간절한 신심 1%라면 고해의 사바에 행복을 파종하리라.

해남=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52호 / 2016년 7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