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각 스님 사태 편승한 ‘불교단체’의 기만

  • 기자칼럼
  • 입력 2016.08.04 23:43
  • 수정 2016.08.05 18:51
  • 댓글 56

미국인 현각 스님이 7월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불교 내에서 외국인스님의 차별을 언급하며 “기복은=$(돈). 참 슬픈 일”이라며 “더 이상 한국을 찾지 않겠다”고 선언해 파장이 일었다. 이에 대해 동국대에 재직했던 독일인 불교학자 아힘 바이어 교수와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은 ‘현각 스님의 맹목적인 한국불교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현각 스님이 한국불교 특수성과 종교적 보편성을 외면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시각에서 한국불교를 재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현각 스님은 “서툰 한국어 실력이 부른 오해”라며 “조계종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7개 단체들 ‘재가자 입장’ 발표
언론들 ‘불교단체’ 입장으로 보도
확인 결과 ‘비불교단체’도 포함
‘재가자’ ‘불교단체’ 공개적 부정
바람직한 불교 변화 논의에 찬물
‘불교’ 표방한다면 먼저 정직해야

현각 스님의 해명 이후에도 SNS상에서 한국불교 승가교육 문제를 비롯해 외국인스님들에 대한 처우 개선 등에 대한 날선 비판들이 제기됐다. 또 이에 대한 반론들도 꾸준히 쏟아졌다. 비록 현각 스님의 거친 표현이 문제가 됐지만 이후 제기된 비판과 반론들은 향후 한국불교의 변화를 위한 활발한 논쟁으로 진전되는 듯 보였다.

이런 가운데 동국대 총학생회(서울/경주캠퍼스),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바른불교재가모임, 불력회, 용주사 현 주지 성월 산문출송 신도비상대책위원회, 조계종 언론탄압대책위원회, 참여불교재가연대 등은 8월2일 ‘현각 스님의 죽비소리에 대한 재가자들의 입장’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조계종 현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단체들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 단체들의 입장문은 현각 스님의 한국불교 비판에 대한 대안제시보다는 현 집행부의 책임 전가에 집중됐다. 특히 “현 조계종단은 사찰 자본가가 횡행하고 있다” “자신의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정글 속의 맹수들처럼 싸우고 있다” “조계종단 권승들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안목”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현 집행부를 맹렬히 비난했다. 때문에 일부 불자들은 이 단체들의 비판에 아쉬움과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재가자를 표방한 7개 단체가 낸 입장문이 주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보도되면서 마치 이 단체들이 한국불교 재가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였던 점은 이들의 입장문이 주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보도되면서 마치 이 단체들이 한국불교 재가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춰진 것이다.

그러나 법보신문이 확인한 결과 이번 입장문을 연대한 단체 중에는 모태신앙의 개신교인이 회장으로 있고, 스스로도 재가단체가 아니라고 밝힌 단체들도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버젓이 ‘재가자의 입장’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자신이 개신교인임을 밝혔던 안드레 동국대(서울) 총학생회장은 8월3일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동국대 총학생회는 재가자가 아니다”고 말하면서 “내용에 공감했다”고 참가이유를 밝혔다. 강수현 동국대(경주) 총학생회장도 “문제제기를 함께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연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동국대 총학생회가 불교단체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동국대 총학생회를 ‘재가자’로 둔갑시킨 이유에 대해 관련 단체장들은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들은 모르는 일인 양 책임전가를 하려는 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형남 재가연대 공동대표는 “재가연대 쪽에서 입장문을 보내와 법률적으로 검토만 했다”며 “최종적으로 누가 연대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이 재가자가 맞는지’에 대해 “온 국민이 재가자 아니냐”며 “나는 온 국민이 부처님 법을 따라야 하고 제도의 대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답변했다.

우희종 바른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도 “동국대 학생들이니 그럴 것(재가불자)으로 생각하는데 굳이 따지자면 그럴 수도(재가불자가 아닐 수도) 있겠다”며 “입장문을 총괄한 것은 참여불교재가연대다. 김형남 공동대표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박종린 불력회 대표는 “내가 왜 기자에게 입장문과 관련된 문의전화를 받아야 하냐”며 통화 자체를 거부했다.

▲ 임은호 기자.

시민단체가 도덕성을 미덕으로 삼는다면 불교단체는 도덕성과 함께 종교적 신심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번에 각 단체들이 보여준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불자임을 거부하는 단체까지 끌어들여 ‘재가자’라고 덧씌우는 것은 대중을 기만하는 일이자 불교의 정체성을 퇴색시키는 일이다.

재가연대 등이 진실로 ‘불교’를 표방한다면 스스로에게 정직해지고 불자다워질 필요가 있다. 목적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과정에도 충실해야 한다. 결과나 목적만을 중시하는 세간과 달리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아야 한다는 것이 불교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