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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령 성주산 천수암

전법·포교 원력모아 불모지에 불심 심다

▲ 보령 천수암은 전법과 포교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사진은 2004년 천수암 청소년공부방 개원식 모습.

보령의 성산 성주산 끝자락, 청천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 보령시민들의 도량 천수암(주지 일정 스님)이 있다. 천수암은 아담하다. 소나무 숲길 따라 단출한 전각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촘촘한 돌계단 위 소박한 마당에는 푸른 잔디와 함박 피어난 연꽃이 이곳을 장엄하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지역 대표도량이라는 주민들의 전언처럼 천수암에는 기도와 공부, 정진을 위한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983년 개산해 문서포교 매진
1천여 신도 7개 실천모임 구성
자발적 보시로 지역사회 기여
재소자·군·경찰 포교도 앞장

천수암은 1983년 10월 산문을 열었다. 대전 보광사, 금룡사 등지서 수학하고 만행에 나선 일정 스님은 조용하고 솔향기 가득한 이곳이 좋아 정착을 결정했다. 버려진 농가를 개조해 부처님 한 분을 모신 인법당으로 시작했지만 공부를 위한 장소로는 최고의 공간이었다. 출가 이후 ‘전법’과 ‘포교’를 발원해온 일정 스님에게 이곳은 더할 나위 없는 적지이기도 했다. 보령은 충청지역 내에서도 불교세가 열악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천수암이 개산하기 전까지 보령지역에는 이렇다 할 사찰이 존재하지 않았다.

신도 한 명 없는 작은 암자지만 스님은 손에서 목탁을 놓지 않았다. 별일 없던 시골마을에 절이 들어섰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동네 밖으로 퍼져나갔다. 절이 없다고 불심까지 말라버리진 않았을 터. 천수암에 대한 소문만으로 사람들은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예불시간이나 재일 때면 적지 않은 인원이 동참했다. 그렇게 인법당 천수암은 늘어나는 불자들의 규모에 맞춰 솔숲 길 따라 전각을 놓으며 사격을 갖춰갔다.

이때까지도 보령지역 불자들에게 부처님은 소원을 비는 대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정 스님의 바람은 바른 법을 배우고, 배운 법을 실천하는 불자다운 불자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기복불교를 정법불교로 이끄는 것이 승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 스님은 찾아온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보령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탓에 정기적인 공부모임을 만드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25년째 발간 중인 월간지 ‘천수법보’다.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쉽게 풀어 내용을 정리하고 저명한 교수, 강사, 법사들로부터 원고를 받아 한 달에 한 번 포교지 ‘천수법보’를 펴냈다. 그리고 불자들에게 ‘천수법보’를 나눠주며 하루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 불교공부하기를 권선했다.

조금씩 변화가 생겨났다. ‘천수법보’를 통해 발심한 신도들이 자발적 모임을 결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백련회를 시초로 함께 모여 기도하고 공부하는 모임만 자비회, 관음회, 홍련회, 반야회, 금강청년회, 선행봉사회 등 7개 단체 1000여명에 이른다. 일정 스님은 법사로서 모임을 지도하고, 공부한 내용을 회향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고령인 백련회와 자비회, 관음회는 염불봉사와 병문안을, 홍련회는 노숙인 무료급식을, 금강청년회는 장학사업을, 선행봉사회는 장애인단체 지원의 소임을 부여했다. 그리고 각 모임들은 자발적 보시를 통해 주어진 소임을 척척 해내고 있다.

포교와 전법을 위한 천수암의 실천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교도소 재소자와 경찰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불사를 20여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열악한 환경에도 신행활동을 이어가는 지역 군장병들을 위해 법회를 지원하고 있다. 또 보령시 중심지에 청소년공부방을 개설해 쾌적한 환경에서 지역 청소년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 역시 청소년들에게 불심을 심어주기 위한 포교의 일환이다.

작은 절 천수암. 그러나 일정 스님과 천수암 신도들은 큰 원력과 발원으로 부처님의 가르침 그대로 배우고 실천하며 보령을 불국토로 만드는 불사들을 하나씩 일궈가고 있다. 보령사람들이 천수암을 ‘우리 절’로 부르는 이유다.

 

 

“불교미래 위한 어린이집·유치원 설립 발원”

천수암 주지 일정 스님

 
“33년 전 산문을 열 당시 세운 전법과 포교의 원력은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천수암 신도조직을 기반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손을 잡아주고 보듬는 것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 천수암 불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또한 이러한 일들이 미래를 위한 포교와 전법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지 일정<사진> 스님은 자비를 실천하는 실다운 불자를 강조했다. 스님은 “참다운 불자로 거듭나기 위해선 우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워야 하고, 그 법을 실답게 실천하지 않으면 불연은 끊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선은 좋은 말, 좋은 마음, 좋은 일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 공부하는 불자로 거듭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일정 스님은 현재 천수암의 안정적 미래를 위한 재단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정재란 쌓이면 분란의 원인이 되고, 자칫 함부로 낭비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강조한 스님은 “‘필요 이상의 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니 필요한 사람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법인을 설립해 불자들의 십시일반으로 마련된 소중한 정재가 허투루 낭비되지 않고 꼭 필요한 곳에 회향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수암이 계획 중인 또 다른 미래불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세워 천진불들의 불성을 키워주는 일이다. 스님은 “현재 보령지역에는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없어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에 아이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때문에 불교 어린이집 및 유치원 운영은 천수암뿐 아니라 불교의 미래를 위해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대작불사이자 천수암을 일군 불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정 스님은 1980년 대전 보광사 금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현재 법륜종 포교원장, 홍성교도소 교정위원, 보령경찰서 경승실장, 사명당기념사업회 보령지부장 등을 맡고 있다.

보령=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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