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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되살림, 새활용

기자명 최원형

대량 소비 끝에는 헐벗고 불행한 미래 세대 기다려

지방 출장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입장휴게소였는데, ‘되돌림 화장실’이라는 독특한 화장실을 만났다. 한글 이름이어서 눈에 띄었는데 화장실 입구에 있는 홍보관에 들어가 살펴보니 꽤나 의미 있는 화장실이었다. 건축물을 허물 때 나오는 건설폐기물을 100% 재활용해서 지은 화장실이었다.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해서 건축물을 지어 되돌렸다는 의미와 화장실이란 곳이 우리 몸을 거쳐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곳이란 두 가지 의미가 ‘되돌림 화장실’이라는 말에 담겨 있었다.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한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건설폐기물은 우리나라 총 폐기물 발생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나온다. 이 폐기물들은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것도 모두 지구에서 영원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계속 쓰레기 상태로 어딘가에 남겨지는 것이다. 거기다 새로 건축을 할 때 들어가는 모래, 자갈 등 천연골재 채취로 인한 국토 훼손을 줄일 수 있고 자원을 새롭게 꺼내지 않으니 다음 세대에게도 이롭다.

폐기물을 재활용한 화장실
커피 찌꺼기 연료 의미 커
미래 것 당겨 쓰는 소비습관
50년 동안 부존자원 30%소멸

얼마 전, 서울시에서는 환경단체, 종교단체들로 구성된 캠페인 추진단의 ‘커피박 새활용 캠페인’ 선포식이 있었다. 커피박(일명 커피찌꺼기)을 수거해서 펠릿연료로 만들어 저소득층에 보급한다는 게 이번 캠페인의 주목적이다. 배출되는 커피박이 연간 5만 톤에서 많게는 10만 톤 정도로 추정되는 데 커피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폐기물처리량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길을 나서면 한 집 건너 눈에 띌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커피집만 봐도 커피 소비량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 생생하게 와 닿는다. 이런 상황에서 커피박은 음식물쓰레기가 아닌 일반쓰레기로 분류되어 생활폐기물로 배출된다. 커피콩에서 커피로 추출되는 비율은 0.2% 남짓이고 나머지 99.8%는 찌꺼기로 남는다. 그러니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자원 미활용 측면에서 엄청난 낭비다. 게다가 커피박을 폐기물로 매립했을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이런 커피박을 여러모로 재활용해보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세계적인 커피체인점이 커피박을 친환경 퇴비로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그 밖에도 커피박은 점토로, 여러 생활용품으로, 친환경 퇴비로, 전지로, 바이오디젤로 그리고 이제 펠릿연료로 새활용되고 있다. 커피박은 식물성 헤미셀룰로스로 구성되어 있어 자체 발열량이 무연탄과 비슷해 펠릿연료로 만들기에 적합하다. 더구나 커피박으로 만들어진 펠릿연료를 서울시 25개구에 있는 저소득층에 보급할 예정이라 자원 재활용뿐 아니라 에너지 복지사업으로써 의미도 크다. 이런 의미 있는 사업에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면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산하 중림종합사회복지관, 서울노인복지센타 그리고 조계사, 불광사 등 불교계도 동참하게 됐다.

매년 9월6일이 ‘자원순환의 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모든 것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대량으로 소비되는 시대, 그리고 대량으로 폐기되어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미래에도 이렇듯 거침없는 소비가 그리고 폐기가 가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지구용량을 8월초에 초과해버리고 다섯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미래 것을 당겨쓰게 될 거라는 보고서가 나와도 무지함 때문인지, 아니면 편리에 길들여져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욕망이 이끄는 대로 살기 때문인지 소비습관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물건은 버려지는 순간 그 이름을 잃고 그저 ‘쓰레기’가 된다.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눈에 보이는 쓰레기 뒤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쓰레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바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스템이다. 조만간 쓰레기가 될 것들이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과다 생산되고 ,소비되며 물건이 쓰레기가 되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분리배출이나 자원의 순환, 재활용, 절약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쓰레기가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생활습관과 인식의 변화 없이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일은 요원하다.

50년 사이에 지구 부존자원의 1/3이상이 사라졌다. 필요를 창출하고 그것이 더욱 빠른 제품 회전과 소비를 요구했던 결과다. 그리고 그 끝에는 쓰레기 산과 헐벗은 미래세대가 기다릴 것이다. 버려지는 것들이 애당초 버려지지 않을 방법을 궁리하고, 막 버려진 것을 되살려 자원으로 쓰는 일이야말로 우리도 미래세대도 그리고 지구도 온전하게 평화로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소비하지 않아도 행복할 방법,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할 방법이 우리를 구할 것이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58호 / 2016년 9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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