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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행증으로 풀어쓴 ‘금강경’ 해설의 고전

  • 불서
  • 입력 2016.10.12 15:51
  • 수정 2016.10.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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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농의 금강경강의’ / 양관 스님 옮김 / 담앤북스

▲ ‘강미농의 금강경강의’
청나라 말기는 정치적인 혼돈만큼이나 사상적으로도 격변기였다. 중국 지식인들은 서양의 종교와 철학에 맞서 자신들의 전통사상을 재해석함으로써 당시의 모순된 현실을 개혁하려 했다. 이로 인해 불교는 새로운 중흥을 맞고 있었으며, 거사들의 활동도 눈부셨다.

중국 대표하는 금강경 해설서
강미농 거사의 평생 공력 담겨
‘금강경’ 수행법으로 염불 역설

그 단초를 연 인물이 중국 근세불교의 중흥조로 평가받는 인산 양문회(1837~1911)다. ‘대승기신론’과 ‘금강경’을 읽고 불교에 귀의한 양문회는 대승의 경전과 논서들을 폭넓게 연구하는 동시에 금릉각경처를 세워 불전의 간행과 보급에 뛰어들었다. 그의 영향으로 강유위, 양계초, 담사동, 장병린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불교에 심취했고, 재가불자임을 표방했다. 불교가 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능가하는 심오한 사상으로 인식되면서 불교를 모르고는 더 이상 지식인들 행세를 할 수 없었다.

저자 강미농(1872~1938)은 양문회에서 시작된 중국불교의 중흥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거사다. 어릴 때 할아버지로부터 ‘금강경’을 배운 그는 일평생 하루도 빠짐없이 ‘금강경’을 독송했다. 31살 때 향시에 합격했지만 관직에 관심이 없던 그는 부친의 죽음을 계기로 불교공부에 더욱 매진했다. 1918년 정식으로 불문에 귀의한 강미농은 그해 경사도서관에 소장된 돈황석실사경 8000권의 교리를 정리하는 작업을 맡을 수 있었다. 침식을 잊을 정도로 경전에 몰입했고 2년간의 세월은 그에게 지혜의 눈이 열리도록 했다.

이후 천태종 체한법사가 강설한 ‘대승지관’을 정리해 ‘술기(述記)’ 20권을 펴내는가 하면 북경, 상해, 항주, 호남성, 호북성, 강서성 등 중국 전역을 순례하며 불법을 알렸다. 특히 1930년대 초 강미농은 지인들과 불교단체인 ‘성심연사’를 결성해 대승경전을 강의했으며, 직접 염불수행을 지도하기도 했다.

▲ 번역자인 양관 스님은 “이 책은 ‘금강경’에 담긴 심오한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내기 위해 불교의 중요한 교리를 망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지인들의 요청으로 1934년 7월부터 다음 해 9월 강의했던 내용을 엮어 펴낸 저자의 유작이다. 일평생 ‘금강경’을 독송하고 믿고 받들었던 그는 ‘금강경’을 믿음·이해·수행·증득[信解行證]의 관점으로 분류한 뒤 한 글자 한 글자를 집요하리만치 꼼꼼히 해석했다. 그런 까닭에 지금도 중화권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금강경’의 고전으로 꼽히며, ‘불교대백과’로 불릴 만큼 대승불교의 핵심 교리는 물론 주요 경전과 논서를 아우르고 있다.

1116쪽의 방대한 이 책은 전체 5부로 이뤄져 있다. 1부에서는 경의 제목과 역자인 구마라집을 소개하고, 2부에서 5부까지는 믿음, 이해, 수행, 증득을 기준으로 차근차근 해설한다. 이 중 전반부인 2부와 3부에서는 경계의 측면에서 ‘머무름 없음[無住]’의 바른 뜻을 밝히며, 이를 통해 반야에 대한 바른 믿음과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후반부인 4부와 5부에서는 마음의 측면에서 머무름 없음의 이치를 상세히 설명한다.

▲ 강미농(1872~1938) 거사.

저자는 ‘반야’의 진리를 바로 알리기 위해 대승불교의 모든 종파와 경전을 아우른다. 유식사상은 물론 천태종, 화엄종, 정토종, 선종, 밀교의 관점을 두루 접목해 해설한다. 또 ‘아함경’ ‘반야경’ ‘법화경’ ‘열반경’ ‘화엄경’과 같은 주요 경전은 물론 ‘대승기신론’ ‘금강경신소’ 등 주요 논서와 유가, 도가의 사상과도 비교해 ‘금강경’의 진면모를 펼쳐낸다. 흔히 지나치기 쉬운 여래, 불, 세존, 불야, 불고수보리, 발심, 생심 등을 비롯해 부주(不住)와 무주(無住)의 차이 등도 명확히 밝힌다.

수행을 적극 강조하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양문회를 비롯한 당시 불교인들처럼 저자도 염불수행을 적극 권한다. “교는 반야를 종지로 하고 행은 미타에 있다”고 말하는 그는 염불이 망식(妄識)을 돌려 지혜를 이루게 하며, 이것이 곧 망심을 항복받는 것으로 관조반야의 바른 지혜임을 역설한다.

번역은 조계종 종립 은해사 승가대학원을 졸업하고 현대 동화사 승가대학 강주를 맡고 있는 양관 스님이 맡았다. 스님은 “이 책은 ‘금강경’에 담긴 심오한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내기 위해 불교의 중요한 교리를 망라할 뿐 아니라 모든 종파와 주요 경론의 핵심을 보여준다”며 “단순한 뜻풀이를 넘어 수행과 부처님의 일상 가피를 강조한 점도 기존의 해설서와는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5만8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62호 / 2016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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