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구니소모임, 각박한 세상 자비로 감싸안다

  • 교계
  • 입력 2016.10.17 10:42
  • 수정 2016.10.24 16:16
  • 댓글 0

지역·동문·소임 따라 모임 형성…장학사업서 구호까지 활동 다양

비구니스님들이 소모임을 결성해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장학금을 지원하며 해외구호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소모임을 통한 비구니스님들의 자비행은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한국불교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동문·소임 따라 모임 형성
10~20명 규모…강한 유대 특징
장학사업서 구호까지 활동 다양
지역불교 활성화 하는 원동력
불교이미지 제고에도 큰 기여

비구니스님들의 모임은 규모가 작고 드러나 있지 않으며 유동적이다. 10~20여명 안팎의 인원이 보통이고 공식적인 등록이나 설립 절차도 없다. 활동목적을 뚜렷하게 정해놓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지 전체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할 정도다. 마치 대지의 가장 낮은 곳에 보이지 않게 뿌리 내리고 있는 풀뿌리와 같다. 하지만 연약한 풀뿌리들이 힘을 합치면 산사태를 막아 내고, 스며든 빗방울을 붙잡아 거대한 강의 원천을 이룬다.

비구니스님들의 소모임 또한 작은 힘을 모아 외롭고 소외된 이웃에 부처님의 가르침과 자비를 전하는 원동력이다. 비구니스님들의 모임은 지역, 동문(기), 소임 등의 공통분모를 토대로 형성된다. 인연과 유대감 등을 바탕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정서적 결속력이 더 강하다. 덕분에 도움의 손길, 나눔의 관심이 필요한 곳이 생기면 언제든 신속하게 뜻을 모을 수도 있다. 드러나지 않게 펼쳐온 풀뿌리 ‘하화중생’ 활동의 중추라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지역불교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지역 모임, 포교활성의 구심=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된 비구니스님들의 모임으로는 수도권 목련회(회장 수현 스님), 부산 금련회(회장 상영 스님), 대전 청림회(회장 효경 스님), 의정부 자비회(회장 영선 스님), 서울 보현회(회장 설봉 스님)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지역서 활동하며 지역 사정에 따른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결성된 비구니스님 모임은 활동의 성과 또한 오롯이 지역사회에 회향된다.

불교정화 운동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60년대 중반, 비구니스님들의 지속적인 만남과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서울 지역 비구니스님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목련회는 비구니스님 모임의 원조 격이다. 이제는 원로 비구니스님들의 모임으로 불리는 목련회에는 ‘비공식모임’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기도 한다. 그만큼 드러나지 않게 활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논산훈련소 법당 건립 불사에 1억원을 후원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회장 명우 스님은 “30여년 간 회원스님들이 모았던 회비 1만원, 2만원으로 만든 기금”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불교문화연구원이 편찬한 ‘한국불교문화사전’이 목련회의 후원으로 발간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구니스님들의 원력이 다시 한 번 빛나기도 했다.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금련회는 1980년대 중반, 당시 보림사 회주였던 지원 스님의 발원으로 결성됐다. 부산지역 비구니스님 30여명이 동참해 출발한 금련회는 경주에 금련선원을 설립, 비구니스님들이 산철에도 계속 정진할 수 있는 수행환경을 조성했다. 이후 비구니스님들의 활동은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살피는 나눔 활동으로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매년 2회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자녀 20명에게 장학금과 선물 등을 전달한다. 매회 소요되는 600만원 이상의 비용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20여명 스님들의 십시일반으로 조성된다.

청림회는 대전지역에서 첫 손에 꼽히는 비구니스님들의 모임이다. 1986년 대전 지역 비구니스님들이 ‘지역 포교 활성화’를 목적으로 구성했다. 초기멤버이기도 한 회장 효경 스님은 “성도재일 함동법회를 계기로 지역 비구니 스님들의 역량을 결집했다”고 결성배경을 설명했다. 지역학생들에 대한 장학 사업을 주축으로 군법당 지원, 수재의연금 모금 등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도움을 펼쳤다. 특히 10여년 전부터는 포교에 앞장서는 불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자랑스런불자상’을 제정, 매년 성도재일에 시상하고 있다.

1970년대 초 구성된 의정부 지역 비구니스님들 모임 자비회도 대표적인 지역모임이다. 초기에는 친목모임으로 출발했지만 10여년 간 모은 기금을 바탕으로 80년대부터는 지역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했다. 84년에는 자비회관을 마련하고 유치원을 개원하는 등 지역불교의 구심으로 자리매김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밖에도 80년대 초반 서울지역서 활동하던 소장파 비구니스님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보현회는 해외교류, 장학금 지원, 군법당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며 일찍 비구니스님들 활동의 주축이 되기도 했다.

◆ 강원·선방 인연 사회로 회향 = 강원 동문이나 선방 도반 등 한번 맺은 인연도 소모임 결성의 계기가 된다. ‘모든 승가대학, 모든 기수에 동기모임이 있다’고 할 정도로 활성화 돼 있는 동기·도반 모임은 단순한 친목교류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해로 20년을 맞은 마하회(회장 현정 스님)도 강원, 선방 도반들의 모임에서 출발해 눈부신 성과를 일궈낸 비구니스님들의 모임이다. 강원, 선방 등에서 인연이 된 법랍 15년 이상 비구니스님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서로 간의 탁마를 독려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큰스님을 초청해 경전강의도 듣고 함께 정진도 했다. 모임을 이어가며 십시일반 모은 회비는 자연스럽게 사회의 곳곳에 회향됐다. 동국역경원, 동국대병원, 사단법인 동련 등을 후원하며 포교에 힘을 보탰다. 나눔 활동에도 박차를 가해 2012년에는 미얀마 양곤시 초등학교 건립에 1억원, 논산훈련소 법당 불사에 3000만원을 지원했다. 회장 현정 스님은 “서로가 탁마할 수 있도록 격려하자고 시작한 모임인 만큼 십시일반으로 모인 회비를 보람된 일에 사용하자는데 자연스럽게 뜻이 모아졌다”고 나눔 활동의 비결을 전했다.

비구니회엄회(회장 연담 스님)도 동국대불교대학원을 졸업한 비구니스님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결성된 모임이다. 1기 졸업생을 주축으로 2, 3기 졸업생들이 합류해 구성됐다. 장애인포교, 군포교, 포교당 운영, 유치원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님들이지만 회비를 모아 매년 광림사 연화복지원을 통해 장애인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사용한다. 비구니화엄회의 회원이기도한 해성 스님은 “병원법당이 생기기 전에는 포교지를 만들어 병실에 나눠주는 문서포교활동을 했고 네팔 지진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신속하게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동학사승가대학 13기 모임인 팔정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혜욱 스님(춘천 봉덕사 주지)은 “함께 공부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만난 도반인 만큼 사회로 회향하는 나눔 활동 또한 포교와 전법의 연장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뜻을 모으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세대 배출, 전문가 그룹으로 진화=비구니소모임의 결성은 현재 진행형이다. 1세대 그룹에서 2세대 그룹을 배출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모임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산 화엄회(회장 현수 스님)도 금련회로부터 파생됐다. 1991년 40여명의 스님들이 병원법당 운영을 위해 결성한 모임이었다.

금련회 어른스님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성장한 비구니스님들은 금련회의 활동을 계승하며 더욱 활발한 모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의 환우 돕기를 비롯해 불우이웃돕기, 신병교육대 후원, 네팔 장학금 지원 등 현장에서 뛰어야하는 복지·봉사활동을 도맡고 있다. 더프라미스를 통해 미얀마 학교 건립 불사에도 1억원을 지원하는 등 규모도 어른스님들의 활동에 못지않다.

경기 선각회(회장 동조 스님)는 포교당을 운영하는 스님들이 모여 1995년 출범한 모임이다. 서울, 경기, 충청권을 중심으로 도심포교에 뜻을 둔 스님들은 선각회를 통해 도심포교활동의 어려움을 나눴다. 13명의 회원들은 회비를 모아 장학금, 저소득가정, 군법당 등 회원스님들이 포교당을 운영하며 펼치는 나눔활동을 지원하며 포교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한국비구니복지실천회(회장 상덕 스님)는 ‘비구니 사회복지 시설장’이라는 전문 영역의 비구니스님들이 뜻을 모은 모임이다. 복지 분야에서 활동하는 비구니스님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선후배 간의 유대를 강화하여 사회적 회향에도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비구니스님들의 모임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보여주는 모델과도 같다.

이같이 전국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비구니스님 소모임은 ‘활동력이 약하다’ ‘소극적이다’라는 비구니스님들에게 대한 편협 된 인식을 무색케 한다.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장 혜원 스님은 “비구니스님들은 제도권의 활동 기반이 미약했던 1960년대부터 작은 소모임을 주축으로 비구니스님들의 역량을 모으고 사회로 회향하는 통로를 개척해 왔다”며 “자생적인 모임 결성을 통해 포교와 전법, 나눔과 구호 등 사회 곳곳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도움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불교의 위상을 세운 보이지 않는 원동력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63호 / 2016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