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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낌 없는 비평…책에 생기를 불어넣다

  • 출판
  • 입력 2016.11.03 19:45
  • 수정 2016.11.0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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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근현대…’ 출간 서평회
서평위원·참가자들 매운 평가
“생소하지만 흥미로워” 호평

 
10월29일 오후 2시 서울 충무로 영상센터 277호실. 이곳에서는 김호성 동국대 교수의 학술서 출간을 기념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요즘 유행하는 출판강연회나 북 콘서트가 아니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비슷했지만 2명의 관련 연구자가 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평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이번에 출간된 저자의 7번째 학술서인 ‘결사, 근현대 한국불교의 몸부림’(씨아이알)은 지난 25년간 썼던 결사 관련 논문 10편 중 7편을 수록한 책이다. 여기에는 한국 결사의 원형이라는 보조지눌 스님의 정혜결사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학명 스님의 선농결사, 성철 스님의 봉암사 결사, 한암 스님의 건봉사 결사, 탄허 스님의 역경 결사를 비롯해 현 조계종이 진행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 결사, 결사의 정의를 재검토한 글까지 실렸다.

서평회는 정헌열 불광연구원 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저자는 인사말에서 서평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2013년 일본에서 지낼 때 서평회가 있음을 처음 알았고, 자신도 언젠가 서평회를 갖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출판사측이 책이 나온 이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저자가 선뜻 서평회를 얘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서평위원으로 결사를 전공한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과 한국근대불교사 전공인 김성연(동국대 박사과정 수료)씨를 초빙했다.

▲ 10월29일 서울 충무로 영상센터에서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결사, 근현대 한국불교의 몸부림’ 서평회.
소장학자가 중진학자의 글을 평가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특히 거리낌 없이 매운 비판을 해달라는 저자의 요청대로 서평위원들은 냉철하게 평가했다. 김성연씨는 결사를 철학적 사유(방법론)에 의해 정의내리고 있는 이 책의 논점에 대해 역사적 방법론에 입각해 비평했다. 그는 먼저 이 책이 “근현대 불교결사의 사례를 통해 한국적 불교결사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그 결사의 정신은 고려 정혜결사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 전제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결사는 탈권력·탈정치’라는 저자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재야와 민간에서도 권력지향적 성격이 얼마든지 도출될 수 있는 만큼 권력과 정치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저자가 주장하는 ‘홀로결사’의 개념설정은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둘 이상의 조직이어야 한다는 결사의 사전적 정의를 벗어나 나 홀로 결사를 한다는 것은 언어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김성순 연구원은 “저자의 결사관은 동아시아불교사에서 어느 선각자가 어디선가 실천했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저자 본인의 치열한 사유로 걸려서 빚어낸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또 홀로결사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지만 큰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홀로결사는 저자의 이상주의자적 결벽증에 가까운 결사관”이라며 “저자가 종단의 현실에 대한 비판 그리고 종단개혁의 과정에서 결사운동이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오랜 시간 치열하게 궁구해온 철학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종교가 이상을 버리면 종교가 아니다”라며 “탄허 스님의 역경결사에서 볼 수 있듯 단독자이면서도 경우에 따라 대중들과 연대할 수 있는 것이 홀로결사”라고 말했다. 또 “결사는 권력화 내지 정치화되어 가는 교단의 현실로부터 멀리 벗어나 하나의 ‘섬’처럼 존재해 우리 중생의 희망이 되어주기를 꿈꾸고 몸부림 쳤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평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결사와 관련된 다양한 견해들이 나왔다. 특히 홀로결사의 성립여부를 두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기도 했다. 그러나 서평회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들이었다. 저자가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자의 주장과는 다른 새로운 견해들까지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창화 민족사 대표는 “서평회라는 형식이 생소하지만 아주 흥미로웠다”며 “책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서평회가 보다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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