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문들이 촘촘히 들어서 큰 원을 만들고 있다. 이곳과 저곳을 나누는 문은 또한 나와 너를 나눈다.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문은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타자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서울 스페이스 선 갤러리는 11월21일까지 이강훈 작가 개인전 ‘열리지 않는 問’을 진행한다. 실사 사진을 이용한 디지털 작업을 통해 인간 사이의 간극을 표현한 이번 전시는 문(門)을 최소 단위 픽셀로 삼은 작품으로 구성된다. ‘門’의 동음이의어 ‘問’을 주제로, 타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이루기 힘든 현실에 질문을 던지며 타자를 향한 문을 두드린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자아는 타자의 존재를 통해 비로소 존립할 수 있으며 개인의 성질은 타자와의 관계성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결정된다”며 “하지만 감각과 지각을 공유할 수 없는 우리는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도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어 “분리를 전제로 열리고 닫히는 문은 사람을 닮았다”며 “분리를 전제한 소통, 다름을 전제한 이해는 역설이지만 우리가 관계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스페이스 선은 “동감의 부재가 만연한 현대사회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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