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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젊은 불자들과 소통하며 불법 전할 것”

  • 만다라
  • 입력 2016.11.21 17:26
  • 수정 2016.11.21 17:27
  • 댓글 4

트로트 가수 이한별 씨

▲ 지난 10월 열린 팔공산 동화사 승시축제에서 노래하고 있는 가수 이한별씨. 자신의 노래로 젊은 층과 소통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저도 같이 녹음해도 될까요?” 인터뷰 시작 전 녹음기가 2개 준비됐다. “이것도 공부니까”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녀는 지난 9월 첫 앨범을 발표한 트로트 가수 이한별(34)씨다. 인터뷰 하러 오는 길에 하고 싶은 말을 정리했다며 보여주는 수첩에 글씨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대중과 만나고픈 설렘도 가득하다.

첫 음반 ‘오빠바라기’ 발표
출가 결심하며 종무원 생활도
초심으로 돌아가 슬럼프 극복
노래하며 대중포교 전력할 것

어려서부터 넘쳐나는 끼를 유감없이 발휘해 동네 유명 가수였던 그녀는 뮤지컬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우며 대구시립극단 객원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회사생활을 하고 어머니의 권유로 트로트 공부도 시작해 쉴 새 없이 바쁜 생활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가요제에도 수차례 나갔다. 대부분 본선까지 진출했지만 타이틀로 내걸기에는 애매한 상만 계속 수상했다. 예선에서 떨어졌으면 진작 포기하고 다른 일에 매진했을텐데 되려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4년의 시간동안 1등만은 하지 못한 아쉬움이 마음에 깊이 맺혔다. 그리고 2007년, 가요제는 더 이상 나가지 않기로 했다.

“슬럼프가 왔어요. 그토록 좋아하던 노래가 쳐다보기도 싫어졌죠.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대회에서 1등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어요. 하고 있는 일 중에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어 자신감도 점점 떨어졌죠. 마음 속 쌓여가는 화 덩어리가 저를 우울하게 만들었어요.”

그러던 중 그녀에게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매일 보던 아버지를 볼 수 없게 되면서 인생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이 시작됐다. 그동안 믿어왔던 부처님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그녀는 신심 깊은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레 불자가 됐다.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했던 할머니는 칠곡 송림사에 공덕비가 세워질 정도로 신행생활을 열심히 하셨다. 할머니가 믿었던 부처님은 정말 어떤 분일까? 무작정 포털 사이트에 질문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대뜸 출가하라는 답글이 달렸다. 청도 운문사에 전화를 해 출가하겠다고 하니 한번 오라고 했다. 어머니는 “출가도 복이 있어야 한다”며 “내 보기에 너는 그런 복 없다”고 만류했다. 어머니의 말처럼 정말 복이 없었던 걸까. 그날부터 일주일 동안 폭설이 내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찾아봤다. 사찰 종무원이라는 직업이 있었다. 그렇게 2012년부터 2014년, 도림사와 선본사에서 종무원 생활을 했다. 허한 마음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공부도 했다. 하지만 점점 힘들어졌다. 부처님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만족감은 있었지만 애초 품었던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할 수는 없었다. 개종에 대한 생각마저 들었다.

 
“개종을 하려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불교에 대한 지식이 잘못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불교 공부를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개종해도 늦지 않겠다 생각했죠. 그때 동화사에 덕문 스님이 주지로 오셨어요. 용기를 내서 동화사에서 기초교리를 공부하고 덕문 스님의 자비수참 기도에 참여했습니다.”

자비수참 기도는 그녀를 다시 노래로 이끌었다.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참회하니 지난 날 욕심으로 괴로워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1등 하고 싶은 욕심을 놓아야지 나를 바로 볼 수 있겠구나.’ ‘1등을 향한 욕망이 있었기에 즐기지 못했고 마음이 불편하니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구나.’ 비로소 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근원적인 물음이 찾아왔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답은 하나였다.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다른 이들을 기쁘게 해주는 일만큼 그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다.

▲ 9월 발매된 1집 앨범 ‘오빠바라기’.
“이 일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섰어요. 내가 비록 출가를 하지는 못했지만 이것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의 노래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며 젊은 친구들이 부처님 법을 만나게 해줘야겠다고 발원했어요.”

하필 동국대 복지학과 대학원 입학을 앞둔 시기였다. 하지만 노래를 향한 마음이 확실해졌고 더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다. 음반을 내기로 했다. 노래로써 삼보를 외호하고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자 마음먹었다.

원력을 세우자 불교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노래로 불법을 전하기 위해선 자신의 신심부터 다져야겠다는 생각에 2015년부터 사경을 시작했다. 올해 백중에는 일주일에 1번씩 총 7번 ‘금강경’사경을 했다. 기도는 평생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가능한 꾸준히 사경을 이어오고 있다. 노래로 이름을 얻으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포교를 위해서다. 노래를 하며 대중과 만나고 포교에 전력을 다하려 한다. 이는 앞으로 살아갈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노래로 사람을 치유하는 삶을 살다가 나이가 들면 스님들을 위한 복지를 하고 싶어요. 스님들이 편안해지면 그만큼 위로받는 이들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진지한 삶의 방향을 얘기하는 모습에서 금강 같은 신심이 전해진다. 올해 첫 음반 ‘오빠바라기’로 대중들과 만날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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