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개념부터 원인까지 다각적 모색
불교·심리학 등 6개 분야 학자들 참여
분노서 벗어나는 구체적 방법들 제시
자신 돌아보는 회광반조 정신 필요
그러나 분노는 참고 억누른다고 신기루처럼 일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되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 참는 쪽의 파멸로 끝나기도 한다. 이렇듯 분노는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분노란 왜 생기는 것이며,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초기불교, 선불교, 사회학, 심리학, 서양의학, 한의학의 전문가들이 분노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 삶에서 분노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분노를 통해 어떻게 삶을 지혜롭게 이끌어가야 할지를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초기불교 연구자인 정준영(서울불교대학원대 교수)은 붓다의 분노에 주목한다. 초기경전에 나타나는 다양한 종류의 분노를 설명하고, 부처님이 과연 분노를 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이를 통해 그는 붓다가 분노한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 있지만 그것은 분노가 아니라 제자를 근기에 맞춰 가르치려는 자비의 표현임을 밝힌다. 분노를 다스리는 초기경전의 가르침으로 사띠, 아누빠사나, 사무량심을 제시한다.
선불교 연구자인 김호귀(동국대 HK연구교수)는 선종에서의 분노를 세 차원으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첫째는 범부들이 느끼는 ‘중생적 분노’, 둘째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선 수행자의 ‘향상적 분노’, 셋째는 수행이 완성된 보살이 느끼는 ‘초월적 분노’이다. 중생적 분노는 공성을 자각하고 보리달마의 보원행(報寃行)으로써 극복되고, 향상적 분노는 계정혜 삼학의 수행을 통해 완성되며, 초월적 분노는 중생교화를 위한 자비와 연민의 분노로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사회학자인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이 분노사회가 된 주된 원인과 대안을 모색한다. 그는 분노의 원인이 사회 전반에 팽배한 계급적 양극화에 있다고 보고 양극화에서 비롯된 좌절이 어떻게 분노로 바뀌어 가는지를 상세히 구명한다. 또 분노의 한국적 전형인 ‘울화(鬱火)’와 분노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회체계의 재구조화와 함께 분노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의식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심리학자인 권석만(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은 우울·불안과 더불어 인간의 3대 부정정서 중 하나인 분노에는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으며, 분노가 경험되는 과정에는 인지적 사고과정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밝힌다. 또 분노의 표현은 크게 기능적인 것과 역기능적인 것으로 구분되며, 그 중 역기능적 분노를 다스리는 심리치료적 방법들을 상세히 제시한다. 특히 자신을 돌아보는 회광반조의 정신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의학자인 김광기(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분노를 심리적 차원이 아니라 미시적인 분자생물학적 차원 및 전기 생리학적 차원에서 설명한다. 뇌에서 분노를 담당하는 부분은 편도와 해마가 주요 역할을 하는데, 편도가 분노반응을 시작하면 전전두엽의 기능이 발휘되지 않아 비이성적 행동이 나오게 되며 결국 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분노를 조절하는 효과적인 방법들도 제시한다.
한의학자인 구병수(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한의학에서의 분노, 특히 감정과 기의 관점에서 분노를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인간을 ‘소우주’로 간주하고 우주의 근본원리인 5행에다 인간의 장기와 감정까지도 포함해 논한다. 이를 통해 한의학에서는 크게 분노하면 화가 간에서 일어나 화기가 역상하여 병이 발생함을 강조한다. 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5행의 원리, 이 중 상극의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을 밝히고, 분노의 조절을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한의학적 방법들을 제시한다. 2만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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