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3.25 토 00:32
> 출판
연기적 사유와 정신분석학으로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드러내다
‘나라는 증상, 삶이라는 환상’ / 김권태 지음 / 민족사
이재형 기자  |  mitra@beopbo.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12.13  13:11:0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나라는 증상, 삶이라는 환상’
‘나’라는 말은 흔히 사용하면서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난해하기 그지없다. ‘내’가 편하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 ‘내’ 것을 늘리려고 애쓰고 있지만 정작 ‘내’가 누구인지는 모호하다. 내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대로”라고 자주 말하지만 정작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마음 깊은 곳에서 불쑥불쑥 치솟는 생각과 감정에 울고 웃기를 반복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인 것이다.


불교, 한문, 상담심리 전공
예술·꿈·신화·언어 등 분석
‘나’ 있다는 건 증상 불과


대학에서 불교와 한문,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동대부중 교법사인 저자는 삶이란 하나의 환상이며, 고정불변의 ‘나’가 있을 것이라는 착각은 증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우리의 삶을 꽁꽁 얽어매는 환상과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예술, 꿈, 증상, 신화, 언어를 통해 이 문제의 해결점을 모색한다. 그는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문제는 늘 특정 신호를 통해 이것을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어 그것을 정확히 파악해 ‘관계적 맥락’에서 읽어낸다. 의미가 관계를 떠나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옴을 ‘사랑’이라는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사랑이라는 말은 어느 사전에서건 ‘고귀하고 성스러운 뜻’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밤길에 낯선 남자가 어떤 여성을 불쑥 벽에 밀치고 “사랑해”라고 하는 말은 가장 두려운 말이 되고, 새 애인을 따라 처자식을 버리고 떠난 남자가 가산을 탕진하고 돌아와 “사랑해”라고 하는 말은 가장 역겨운 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상징이나 신호도 맥락을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 저자는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면 고통과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대학원과 학교에서 숱한 상담 경험을 쌓은 저자는 불교학과 정신분석학을 통해 내면을 자세히 읽어내고 그에 따른 치유의 방안을 제시한다. 딱딱한 글쓰기가 아닌 에세이 형식으로 현대철학의 가장 첨예한 논쟁주제라 할 수 있는 예술, 꿈, 증상, 신화, 언어를 분석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체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예술, 나라는 말에는 네가 아니라 말이 숨어 산다’에선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 존재한다는 연기적 사유를 바탕으로 텍스트와 그곳에 감춰진 진실, 또 예술작품을 구성하는 은유와 환유, 상징과 알레고리 등을 풀이하며 예술의 본질을 짚는다. 특히 ‘동전의 비유’를 들어 ‘자성을 고집 않고 인연 따라 이루어진다’ ‘하나 안에 일체가 있고 일체 안에 하나가 있으며, 한 순간이 영원이요 영원이 곧 한순간’이라는 ‘법성게’ 구절을 설명하는 부분은 탁월하다.

이어 2부(꿈, 아버지의 꿈으로 프로이트와 융을 만나다), 3부(증상, 목 잘린 인형들의 외침), 4부(신화, 오이디푸스여 금갑을 쏴라)에서는 불교 고유의 심층심리학인 유식학을 바탕으로 꿈, 증상, 신화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 5부 ‘언어, 혜능 선사가 비트겐슈타인에게’에서는 서양의 언어철학과 혜능의 심법을 전래동화 ‘이야기주머니’와 ‘석수장이 이야기’를 비유로 들어가며, 불교의 오랜 논리학인 사구백비로써 풀이해나간다.

저자는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면 고통과 두려움이 없어진다”며 “삶의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어떤 지옥의 불길 속에서도 한 송이 연꽃을 피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만1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71호 / 2016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이재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라인
포토뉴스
라인
가장 많이 본 기사
여백
실시간뉴스
라인
여백
법보신문은찾아오시는길구독·법보시광고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3157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편집국 : 02-725-7014  |  광고문의 : 02-725-7013  |  구독신청 : 02-725-7010
사업자 등록번호 : 101-86-19053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07229  |  발행인 : 김형규  |  편집인 : 이재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형규
Copyright © 2013 법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