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학회(회장 신규탁)가 영명연수 스님과 성철 스님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중국·일본 학자들이 성철 스님의 견해를 기반으로 연수 스님의 선사상을 언급한 것은 처음일 뿐 아니라, 발제자 모두 신진학자라는 점에서 향후 동아시아 학술교류 발전에도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12월3일 연세대 법과대학 광복관 별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웨이다오루(魏道儒) 중국 북경사회과학원 세계종교연구소 교수는 ‘성철과 연수의 선사상 동이(同異)’ 발제에서 ‘종경록’과 ‘선문정로’를 비교해 연수 스님과 성철 스님 선사상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분석했다. 웨이다오루 교수는 “성철 스님은 연수 스님과 대표저서인 ‘종경록’을 지극히 추앙했지만 선사상에 대해서는 계승한 부분도 있고 버린 부분도 있다”며 “특히 어떻게 ‘명심견성(明心見性)’하는지에 대해 연수 스님과 완전히 다른 부분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성철 스님이 ‘선문정로’에서 하택신회와 규봉종밀 스님을 지명하며 그들의 돈오점수를 비판했던 것은, 명확히 드러내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는 연수 스님의 선교융합(禪敎融合) 사상을 비판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야나기 미키야스(柳幹康) 일본 하나조노대학 국제선학연구소 전임강사는 ‘영명연수의 돈오돈수-당대 선종 수증론의 계승과 전환’ 발제를 통해 연수 스님이 돈오돈수를 중시한 이유를 불교사상사 차원에서 규명했다. 야나기 강사는 “신회는 돈오에 중점을 뒀으나 어떤 때에는 돈오 후에 점수를 해야 한다는 돈오점수를 제시했다”며 “다음으로 당대선의 기본 사상을 확립했던 마조는 마음이 본래 부처이기에 수행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런 사상은 타락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마조 입멸 후 세상에 나온 위산, 홍변, 종밀 등이 돈오에 점수를 더했다”고 말했다.
이어 “종밀 입적 후 100여년이 됐을 때, 연수는 종밀의 이론을 흡수했을 뿐 아니라 환골탈태를 시도해 참신한 수증론을 건립했다”며 “종밀의 이론은 이 생에 완결에 도달할 수 없다고 보았으나, 연수의 수증론은 이 생에서 성불할 수 없다는 전통 불교관을 전환해 이 생에 성불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경지로 사람들을 인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이날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손징송(孫勁松) 중국 무한대학 국학원 교수가 ‘영명연수의 불성설’을, 박인석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영명연수의 무심론’을 각각 발표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71호 / 2016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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