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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경주지역 불교문화재,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 교계
  • 입력 2017.02.06 12:09
  • 수정 2017.02.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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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학연구원이 최초로 공개한 90여년 전 경주 문화재 사진

▲ 1920년대 말, 경주 감은사 삼층석탑 현장을 찾은 일본인들이 탑 위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했던 일본인들에게 탑 위에 올라서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을 터. 흑백사진이지만 어제 찍은 듯 생생한 모습의 90년 전 경주 불교문화재와 사람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경주학연구원 제공

90여년 전 일본학자가 촬영한 경주지역 문화재 사진들이 대거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주학연구원(원장 박임관)은 일본 나라시 아스카엔(飛鳥園)에서 보관하던 1920년대 말~1930년대 초 한국 관련 문화재 유리건판 필름 700여장을 재촬영해 공개했다. 노세 우시조(能勢丑三, 1889~1954)가 일제강점기에 경주 등지를 방문하여 유리건판에 남긴 이 사진들은 당시 우리 문화재의 상황과 정비되기 전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 원원사 터에서 완전히 붕괴된 채 벼랑 아래로 방치됐던 삼층석탑재를 수습하고 있는 모습.

경주학연구원은 경상북도와 사단법인 우리문화재찾기운동본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아스카엔 측과 교섭을 진행한 끝에 지난해 12월 유리건판 3700여장을 복제 촬영했다. 이 가운데 700여장이 한국과 관련된 사진과 실측도면이며, 그 외는 일본과 중국의 문화재 사진인 것으로 밝혀졌다.

▲ 원원사 터 발굴현장 기중기 앞에서 사진을 찍은 노세.

노세 우시조는 1926년 경주 서봉총 금관 발굴 현장을 찾은 스웨덴 황태자 구스타프 아돌프의 수행단 일원으로 처음 경주에 왔다. 당시 교토제국대학 공학부 건축학교실 조수였던 그는 37세였다. 이 짧은 경주 방문으로 그는 경주의 문화유산에 빠지게 됐는데, 특히 십이지신상에 매료돼 12지와 관련된 국내 유적지는 모조리 찾아다니며 유리건판 사진으로 남겼다. 고대학협회 이사장이자 동료 학자였던 쓰노다 분에이(角田文衛)는 ‘고고학 교토학파’라는 글에서 “노세는 열정적으로 조선 고고학과 일본 석조공예사, 회화사를 연구했다. 특히 그는 신라 문화재만 보면 감격을 해서 당시 경주에서의 애칭이 ‘감격선생’으로 불렸다”고 소개했다.

▲ 노세는 경주뿐 아니라 화엄사 석탑의 십이지상 등도 사진으로 남겼다.

▲ 화엄사 전경. 현재와 다르게 석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 원원사 터 발굴현장에서 구덩이의 깊이를 재고 있는 모습.

사진을 보면 1928~1931년 원원사(遠源寺) 터에 완전히 붕괴된 채 벼랑 아래로 방치돼 있던 삼층석탑재를 수습하고 탑지를 발굴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복원하는 전과정을 도면과 함께 유리건판에 남겨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동서 석탑 터를 실측하고 발굴한 모습과 각종 부재를 모아 놓은 사진, 석탑을 복원하기 위해 모형을 만들고 가조립한 장면까지 원원사터 관련 사진만 300여장에 달한다.

▲ 감은사 금당 터. 석재에 걸터앉은 아이들과 초가집이 이채롭다.

이밖에도 헌덕왕릉과 구정동 방형분, 진평왕릉, 흥덕왕릉, 경덕왕릉, 성덕왕릉, 김유신장군묘 등 신라 왕릉을 비롯해 개성 고려왕릉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여 사진으로 남겼다. 경북 예천 개심사지 석탑, 전남 구례 화엄사 석탑 등의 십이지상을 최초로 주목한 것도 노세였다. 경주학연구원은 향후 문화재 연구를 위해 보고서 발간 및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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