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특정종교만을 위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연이어 보이고 있다. 전주시는 2012년 ‘아름다운순례길 세계순례대회’에 이어 2013년에는 ‘종교관광활성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세 사업 모두 전주시가 지원하는 사업인데 이름만 ‘세계’이고 ‘종교’이지 가톨릭 1개 종교를 위한 사업이라는 비판에 물러선 바 있다. 그럼에도 전주시는 ‘전주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 전당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고, 도비, 시비, 민자를 합쳐 총 280억원이 투입되는 가톨릭 성지화 사업이다. 내용을 보면 이름만 달랐지 2013년 ‘종교관광활성화사업’의 연장선상이다. 전주시가 추진해 온 사업을 짚어 보자.
‘아름다운순례길 세계순례대회’는 특정종교 편향의 대표사례로 꼽힌 바 있다. 가톨릭 중심으로 길을 만들었고, 대부분의 불교유적은 누락됐다. 전북지역 대표 사찰로 손꼽히는 금산사, 송광사 등의 사찰은 숙박시설이나 출발지로 표시했다. 만약 서울시가 ‘아름다운 종로 순례길’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각사와 조계사는 순례지로 표시하고 정동교회는 출발지, 명동성당은 숙박시설로 표시한 채 국고와 시비를 투입하려 한다면 기독교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전주시는 이어서 ‘종교관광활성화사업’카드를 꺼냈다. 종교간 화합과 상생의 효과를 기대한 사업이라는 게 전주시의 입장이었다. 승암산에 380억원을 투입해 세계평화의전당을 건립하고, 예수병원 맞은편에 125억원을 들여 근대선교역사기념관을 세우겠다는 계획이었다. 종교관광이라면 다종교를 위한 사업이야 함에도 이 사업은 누가 봐도 특정종교만을 위한 사업일 뿐이었다.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전주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전당 건립’ 사업을 보자. 천주교전주교구유지재단이 시행 주체이고 전주시장이 보조사업자다. 종교간 상생이라는 허명조차 없다. 한 눈에 보아도 가톨릭 성지화 사업인데 이 사업에 국고 84억원, 도비 49억원, 시비 39억원을 투입한다는 건 특정종교를 위한 특혜다. 지난 5년 동안 전주시가 보인 행보를 보면 처음부터 기독교 성지화에 전주시가 발 벗고 나서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상생·종교활성화라는 명분만 얹은 채 가톨릭과 개신교를 위한 사업에 집중하려 한 행태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두 사업이 막히자 전주시는 놀랍게도 아예 가톨릭 성지화 사업을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다. 전주를 기독교 도시로 만들려는 꼼수가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일 정도다. 불교계와 시민단체가 좌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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