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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 동안거 해제법어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17.02.10 10:31
  • 수정 2017.02.10 10:32
  • 댓글 0

<상당하시어 주장자를 세 번 치시고>

 
광겁명명무이상 曠劫明明無二相하고,
청한일미최단연 淸閑一味最端然이라.
원래불피미진전 元來不被微塵轉하니,
올올등등겁외현 兀兀騰騰劫外玄하더라.

오랜 세월 밝고 밝아 다른 모양 없으니,
맑고 고요한 한 맛 가장 단연하여라.
원래 티끌에 흔들림 없어서,
올올하고 등등하여 겁밖에 오묘하더라.

백장스님은 휘諱는 회해懷海이고, 복주福州 장락長樂 사람이며 마조馬祖 스님의 법을 이었습니다.
어린나이에 세속을 떠나 삼학三學을 두루 닦았습니다. 마조 스님께서 강서江西에서 널리 교화를 하고 있었으므로 찾아가 마조 스님을 모시고 공부하였습니다.
어느 날, 백장 스님은 마조 스님을 모시고 길을 가다가 날아가는 들오리떼를 보았습니다.
마조 스님께서 물으셨습니다.
“저게 무엇인가?”
“들오리입니다.”
“어디로 가는고?”
“저쪽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러자 마조 스님께서 갑자기 백장스님의 코를 힘껏 잡아 비틀었습니다. 백장 스님은 아픔을 참느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시 날아갔다고 말해 보아라!”
하고 마조 스님은 벽력같이 소리를 질러 호통을 쳤습니다.
그 순간 백장은 크게 깨달았습니다.

시자들의 거처인 요사채로 돌아온 백장은 대성통곡합니다. 함께 일하는 시자 한사람이 물었습니다.
“부모 생각 때문인가?”
“아니다.”
“누구에게 욕이라도 들었는가?”
“아니.”
“그렇다면 왜 우는가?”
“마조 스님께 코를 비틀렸으나 철저하게 깨닫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로 깨닫지를 못하였는가?”
“그대가 마조 스님께 직접 물어보게.”
그리하여, 그 시자가 마조 스님께 가서 물었습니다.
“회해 시자는 무슨 이유로 깨닫지 못했습니까? 요사채에서 통곡을 하면서 스님께 물어보라고 합니다.”
마조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가 알 테니 그에게 묻도록 하라.”
그 시자가 요사채로 되돌아와서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그대가 알 것이라 하시며 나더러 그대에게 물으라 하셨네.”
그러자 백장스님이 이번에는 깔깔 웃었습니다. 그 시자가 말하였다.
“조금 전엔 통곡하더니 무엇 때문에 금방 웃는가?”
“조금 전엔 울었지만 지금은 웃네.”
동료 시자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다음 날 마조 스님께서 법당에 올라왔다.
대중이 모이자마자 백장 스님이 나와서 법석法席을 말아버렸더니 마조 스님께서 법좌法座에서 내려와서 방장실로 가버렸습니다.
백장이 방장실로 따라 들어가자 마조 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조금 전 말도 꺼내지 않았었는데 무엇 때문에 별안간 자리를 말아버렸느냐?”
그러자 백장 스님이
“어제 스님께 코를 비틀려 아팠습니다.”
“그대는 어제 어느 곳에 마음을 두었느냐?”
“코가 오늘은 더 이상 아프질 않습니다.”
“그대는 어제 일을 깊이 밝혔구나.”

풍가계공가착 風可繫空可捉이나
차일물수능박 此一物誰能縛이리오.

바람을 매고 허공을 잡을 수 있을지언정
이 물건이야 누가 결박하겠는가?

석공石鞏 선사는 본래 사냥꾼인데 어느 날, 사슴을 쫓다가 마조 스님의 암자 앞을 지나게 되었다. 마침 마조 스님과 부딪치게 되어 물어 보았습니다.
“스님, 지나가는 사슴을 못 보셨습니까?”
하자, 마조 스님이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저는 사냥꾼입니다.”
“그렇다면 활을 쏠 줄 아는가?”
“예. 압니다.”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는가?”
“화살 하나로 한 마리를 잡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활을 쏠 줄 모르는군.”
그러자, 석공스님이
“스님께서도 활을 쏠 줄 아십니까?”
“활을 쏠 줄 알지.”
“스님께서는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습니까?”
“나는 화살 하나로 한 무리를 쏜다.”
“피차가 생명이 있거늘 어째서 한 무리씩이나 잡습니까?”
“그렇다면 그대는 어찌하여 자기를 쏘지 않는가?”
“저에게 자신을 쏘라고 하시지만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마조스님께서
“이 사람이 여러 겁劫에 쌓인 무명이 오늘에야 활짝 벗어지는구나.”
하니, 석공이 활을 꺾어 버리고 시자가 되었다.

처처녹양감계마 處處綠楊堪繫馬요,
가가문전통장안 家家門前通長安이로다.

곳곳에 푸른 버들이니 말을 매어 두기 알맞고,
집집마다 문밖의 길은 서울로 통해 있도다.

약산선사가 어느 날 좌선을 하고 있는데 석두선사가 보고 물었습니다.
“그대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가하게 앉아있는 것이로구나.”
“만약 한가하게 앉아 있다면 그것은 곧 하는 것입니다.”
“그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하니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일천 성인들도 모르는 일입니다.”
석두선사가 게송으로 찬탄하기를,

“그 동안 함께 살아도 이름도 알지 못하였는데,
경솔하게도 범부의 무리들이 어찌 밝히겠는가?”

천지미분전본래자구족 天地未分前本來自具足함이라.
석가유미회가섭기능전 釋迦猶未會迦葉豈能傳이리오.

하늘땅이 나누어지기 전에 본래 스스로 구족함이라.
석가도 오히려 알지 못커니 가섭이 어찌 능히 전하리오.

오늘이 벌써 동안거 해제일解制日입니다.
진정한 해제라 하면 이 공부를 마쳐야 해제한다 할 것입니다.
이 공부를 마치지 못했으면 해제했다고 사방으로 다니면서 허송세월 하지 말고 힘 따라 애써 정진해야 됩니다.
우리가 여기 모여서 정진하는 것은 명리와 의식주와 안일을 위해서가 아니고, 오로지 생사일대사生死一大事를 해결하여 불조의 혜명慧命을 잇고 무량중생無量衆生을 제도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제와 결제를 구분하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과 같이 일시적으로 잘하는 것이 귀중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 정진을 애써 한다면 득력하고 공부를 성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옥토승침최노상 玉兎昇沈催老像이요.
금오출몰촉년광 金烏出沒促年光이로다.
구명구리여조로 求名求利如朝露요.
혹고혹영사석연 或苦或榮似夕烟이로다
권여은근수선도 勸汝慇懃修善道하노니,
속성불과제미륜 速成佛果濟迷倫이어다.
금생약부종사어 今生若不從斯語하면,
후세당연한만단 後世當然恨萬端하리라.

달이 뜨고 지는 것은 늙음을 재촉하고
해가 뜨고 지는 것은 세월을 재촉함이로다.
명예와 재물을 구하는 것은 아침 이슬 같고
혹은 괴롭고 혹은 영화스러운 것은 저녁 연기와 같음이로다.
그대에게 간절히 도 닦기를 권하노니,
빨리 불과를 이루어 중생을 건질지어다.
금생에 이 말을 따르지 않으면,
후세에 반드시 한이 만 갈래나 되리라.

<주장자를 한 번 치시고 하좌하시다.>
 

[1379호 / 2017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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