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학교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가 마감을 연장하고 각종 혜택을 약속했지만 5429개 중고교 중 2월15일까지 신청한 곳은 경북 경산 문명고 단 1곳뿐이었다. 채택률 0.02%로 교육현장에서 사실상 탄핵된 셈이다.
“바르게 역사를 알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는 대통령의 황당한 발언으로 시작된 국정역사교과서는 편찬기준, 집필진 등 모든 것이 밀실에서 짬짜미로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최종본이 공개됐으나, 친일독재 미화에 오류 또한 수백 곳에 이르는 함량미달의 불량교과서로 학계와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교육부가 현장적용을 1년 유예하고 올해를 연구학교 신청기간으로 지정한데 이어,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일선 중·고교에 신청을 독려했지만 철저히 외면당했다.
국정역사교과서는 사실상 역사에 대한 블랙리스트와 다를 바 없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고 편을 갈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역사만을 왜곡해 기술하려 했다. 특히 친일과 독재라는 민족적 비극이나 민주주의 퇴행의 역사를 오히려 정의로 포장하고 이에 대한 저항을 자학사관이나 좌파의 역사로 매도한 것은 올바른 역사에 대한 테러다. 진시황의 분서갱유나 일제의 민족말살정책과 전혀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국정역사교과서 제작이 추진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졸렬하기까지 하다.
교육부는 함량미달의 국정역사교과서 제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혈세 44억 원이 들어갔을 뿐 아니라 국민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 일련의 사태는 범죄행위에 가깝다. 그러나 교육부는 아직도 국정역사교과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선어(禪語)에 한선포고목(寒蟬泡枯木)이라는 말이 있다. “곧 죽을 매미가 고목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의 교육부가 딱 그 모양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은 이미 국민과 국회에서 탄핵됐다. 그런데도 혼이 비정상인 교육부 관료들이 무너져 가는 고목에 매달려 여전히 시끄럽게 목 놓아 울어대고 있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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