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욕보이지 말라
태극기를 욕보이지 말라
  • 신지견
  • 승인 2017.02.20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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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인이 말했다. “두고 봐라, 헌재 탄핵은 기각될 것이고, 특검도 흐지부지 끝날 것이다.” 왜 그렇게 예단하느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전제권력국가다. 2항 주권은 청와대에 있고, 모든 권력은 돈으로부터 나온다.” 그러고는 훌쩍 건너뛰었다. “헌법 제11조 1항 법률은 청와대에 있고, 경제적 차이는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는다.”

이것이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정부가 보여 온 행태라고 했다. 그 뿌리는 ‘친일’에 있고, 일본군 장교, 좌익, 반공을 두루 거쳐 쿠데타로 군부독재와 유신독재를 이끈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되더니, 청와대를 사유화 해 비리의 온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8·15 광복 후 한반도의 가장 큰 화두는 통일이었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여년이 가까워진 오늘날, 남한에서는 통일 이야기를 강조했다가는 좌파, 종북, 빨갱이로 찍힌다. 대신 자칭 보수우익 사이에서 ‘친일’이라는 말이 살며시 사라지고 ‘안보’라는 말이 그 자리를 차지해 배부르고 등 따스운 애국자가 되었다.

요즘 살판 난 것이 일부 종편이다. 어느 유명 작가가 보수우익 종편매체에 나와 광화문 촛불집회를 “평양 아리랑집회 같다 카더라”라고 말을 하더니, 얼마 안 가 대통령이 소속해 있는 정당 원내대표가 당원들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 빚을 갚으라”고 큰소리쳤다.

한국에는 언론이 참 많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매체들이 셀 수도 없다. 이 칼럼이 글자 수가 정해져 있으므로 잔소리 다 빼고 일부 종편만 예로 들자. 철학이랄까, 언론의 사명이 본래 없는 일부 종편이 똑같은 앵커 똑같은 패널들을 동원해 MB정권의 은총을 입어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는 북한의 책동이고,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처음 있는 대역사라고 ‘엠비어천가’에 침을 튀기더니,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도 ‘박비어천가’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가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광화문광장에 촛불이 켜졌다. 종편 3사는 그 앵커 그 패널들이 체면치레하느라 그러는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도 모르고 연일 마구잡이로 껍데기 소리만 쏟아냈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친박단체가 태극기를 들고 나오자, 일부 종편은 촛불집회와 친박단체 화면을 똑같은 비중으로 비췄다. 가령 촛불집회는 어두운 화면, 친박단체는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밝은 화면을 교묘하게 대조해 비추면서 탄핵 찬반 대결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친박단체의 주류를 이룬 어버이연합, 자유총연맹, 고엽제전우회, 엄마부대…. 자칭 보수우익이라는 단체들은 청와대의 지시로 자랑할 것이 돈밖에 없는 전경련을 통해 얼마를 받았다는 말이 들린다. 또 열혈 친박인사는 가짜뉴스까지 만들어 뿌리고 있다. 그럼에도 단속이 없는 수사당국을 보면 이거야 말로 ‘아리랑집회’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최고 지성이라는 작가가 ‘촛불집회는 아리랑집회 같다 카더라’ 해 놨으니,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번지수를 제대로 짚을 수 있겠는가.

자, 그러면 나라밖으로 눈을 돌려보자. 만만한 게 콩떡이라고 전시작전통제권도 없고 자주성 없는 나라에 미국 트럼프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사드를 매개로 뒷돈 챙기러 달려오고, 중국은 교역의 문을 닫아걸었으며, 안보를 같이 협력하자던 일본한테는 소녀상 문제로 멱살만 단단히 잡혔다. 그렇다면 가계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라의 앞날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 이번에 탄핵이 기각된다면 어떤 지인의 말처럼 대한민국 주권은 청와대에, 권력은 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법률 또한 청와대에 있으므로 박정희 역사교과서를 배운 우리 후손들은 광화문광장에 이순신 동상보다, 세종대왕 동상보다 훨씬 높고 큰 박정희 동상을 바라보며 나라를 이만큼 부강하게 만든 ‘제2건국의 아버지’라고 모두 꽃다발을 바치고 박수를 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3대 세습왕조와 무엇이 다른가. 대한문 앞으로 모여든 친박단체들이여! 태극기를 그만 욕보이라!

신지견 소설가 hjkshin@naver.com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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