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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대량수고뇌처·할고처·혈맥단처

기자명 김성순

창날이 온몸 뚫는 극한 고통에
뜨거운 쇠집게로 고환도 집혀

이번 회에는 세 번째 근본지옥인 합지옥의 16 별처지옥 중에서 1. 많은 고통을 겪는 대량수고뇌처(大量受苦惱處)지옥, 2. 베고 쪼개는 할고처(割?處)지옥, 3. 맥을 끊는 혈맥단처(血脈斷處)지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성범죄·변태자에 대한 징벌
지옥 벗어나도 후생까지 영향
남성들 성의식 엄중히 일깨워

대개 살생, 도둑질, 삿된 행을 거리낌 없이 즐겨 행하고, 많이 지으면 근본 합지옥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거기에 부속되는 이 세 별처지옥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합지옥의 별처지옥들과 연관되는 ‘삿된 행’의 업인은 좀 더 특별한 데가 있다. ‘정법념처경’에서는 이 죄업을 ‘해서는 안 될 음행’이라 표현하고 있다.

이 대량수고뇌처에서는 뜨거운 날을 가진 창으로 죄인의 몸을 찌르는데, 전생의 그가 저지른 죄업인 간음을 상징하듯 창날이 몸 아래에서 파고들어 온 몸을 뚫고 나오는 극한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후에, 그가 저지른 악행을 대표하는 기관(器官)인 고환을 뜨거운 쇠집게로 집히거나, 지옥짐승인 쇠솔개에게 뜯어 먹히기도 한다. 그가 생전에 저지른 죄업을 고통으로 다 받고 나면, 간혹 전생의 작은 선업으로 인해 인간세계에 다시 나기도 하지만 고자로 태어나는 것을 면하지 못한다고 한다.

다음 할고처는 여인의 입 안(口中)에 음행을 한 자가 가게 되는 곳으로,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변태적인 성행위에 대한 과보를 받는 지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죄인이 이 할고처지옥에 떨어지게 되면 옥졸에게 잡혀 입 안에 뜨거운 쇠못이 박히게 된다. 입 안에 못질한 쇠못이 귀와 머리로 뚫고 나오게 되면 급히 빼고 나서, 다시 그 입 속에 뜨거운 구리용액을 들이 붓는다. 죄인의 몸 안으로 들어간 구리용액은 감각기관과 소화기관을 다 익히고 태우며 항문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죄인은 전생에 저지른 음행의 죄업을 다 소멸할 때까지 이 지옥을 벗어나지 못하며, 혹 작은 선업이 남아 있어 인간으로 다시 나더라도 구취가 몹시 심하거나, 몸에서 역한 냄새가 많이 나서 모든 사람이 가까이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혈맥단처는 여성이 동의하지 않는데도 완력을 써서 강간하는 남성들이 떨어지게 되는 별처지옥이다. 이 혈맥단처의 죄인들은 뜨거운 그릇에 담긴 구리물을 입 안에 끊임없이 들이붓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문제는 그 기나긴 시간 동안 고통을 받으며 업을 소멸하고, 혹여 작은 선업으로 인해 인간으로 다시 나더라도 그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통하게 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내의 간통을 알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묵묵히 그 상황을 견뎌내야 하는 것은 전생에 여인을 강간한 죄의 업력이 후생에도 여전히 남아 힘을 발휘하는 것을 말해준다.

‘정법념처경’에서 설명하는 합지옥과 16 별처지옥에서는 이처럼 주로 성적 교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죄업과 그에 따른 과보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경은 6세기 중엽에 반야류지(般若流支)에 의해 한역되었으며, 실제 저술된 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이리라 생각된다. 여성의 인권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같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이지만, 불교 계율의 범위 안에서 지옥의 교설을 빌려 남성들의 성의식을 엄중하게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오계는 아주 짧은 단어로 함축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별로 해석의 범주도 다양하겠지만, 죄업과 그에 따른 과보를 설하고 있는 지옥의 교설들에서는 이렇게 구체적이고 세세한 항목에 이르기까지 인간사회의 기본 윤리를 제시하고 있는 부분들이 드러난다. 지옥에서 받는 고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장면들이 두렵고 역하더라도, 우리 인간들이 끝까지, 차분하게 지옥을 바라보고 사유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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