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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스님’이 카카오톡에 뿔난 이유

  • 기자칼럼
  • 입력 2017.03.09 17:25
  • 수정 2017.03.09 18:01
  • 댓글 1

‘어라 스님’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는 지찬 스님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카오톡의 종교편향 행태를 성토하는 글을 올렸다. “크리스마스가 기독교적 의미를 벗어나 일반적인 기념일이라는 인식은 누구의 판단인가. 세계적인 축제로 인식시켜온 그들의 역사일 뿐이다.” 불교 콘텐츠 다양화를 위해 오로지 자비로 이모티콘을 개발하고 입점까지 시켰던 스님이 분개했던 이유는 무얼까.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스님은 지난 2015년 ‘어라 스님’ 이모티콘을 카카오톡에 입점했다. 불교계로서는 뒤늦은 감이 없진 않았지만 카카오톡 최초의 불교 이모티콘이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스님은 매년 부처님오신날 즈음 새로운 ‘어라 스님’ 이모티콘을 입점시키기로 했고, 실제 다음 해인 2016년의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하고자 카카오톡 측에 문의를 했다. 하지만 카카오톡 측은 “종교 관련 이모티콘은 더 이상 입점시키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 왜 굳이 종교 관련 이모티콘을 제외시킨 것인지는 차치하고, 회사의 정책이 그러하다 하니 여기까지였다면 스님도 수긍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지찬 스님이 제작한 ‘어라 스님’ 이모티콘.
그러나 그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카카오톡에 이와 관련된 이모티콘들이 입점됐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할렐루야’ ‘주님의 사랑 온누리에’ 등 노골적으로 ‘종교 관련’임을 드러내는 이모티콘도 있었다. 스님이 이를 항의하자 카카오톡 측에서 “해당 이모티콘의 경우 정책 변경 전 승인된 상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기까지였다면 또한 수긍할 수 있었겠지만 문제는 지난해 10월1일 ‘러블리마이갓’이라는 이모티콘이 출시된 것에서 나아가 크리스마스에도 관련 이모티콘이 무더기 입점됐다는 점이다. 개신교계 매체에 따르면 개발사 측의 ‘끈질긴 설득과 의견 제시’로 ‘러블리마이갓’ 이모티콘 입점을 관철시켰다고 한다. 카카오톡 측이 종교 관련 정책을 변경했다고 통보한 지 1년여가 흐른 시점이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관련 이모티콘 입점을 항의하는 스님에게 카카오톡 측은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적 의미를 벗어난 일반적인 기념일로 인식되고 있다”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인천공항공사가 “종교 간 형평성”을 명목으로 부처님오신날 연등 조형물 설치를 거부하면서, 정작 매년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해왔던 것을 두고는 “인테리어”라는 궤변을 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당시 사장대행을 맡고 있던 부사장이 개신교 장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종교편향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사안이다.

▲ 김규보 기자
국어사전은 크리스마스를 ‘<기독교>예수의 성탄을 축하하는 명절’이라고 규정한다. 굳이 국어사전을 들지 않더라도, 불자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카카오톡 측이 강변하는 “일반적인 기념일”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처럼 부처님오신날 역시 국가 지정 공휴일인 마당에, 크리스마스는 ‘일반적 기념일’이고 부처님오신날은 아니라는 잣대는 어떤 사고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만약 카카오톡 측이 인천공항공사의 사례처럼 종교편향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면 마찬가지의 된서리도 예상해볼 수 있다. 당시 불교계는 조계종을 중심으로 인천공항공사 부사장 퇴진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는 한편 피켓시위와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펼쳤다. 이후 국토교통부 주주총회가 국토부 전 차관을 사장으로 선정했고 인천공항공사 부사장은 낙마했다. 이에 며칠 앞서 인천공항공사가 전통등 설치를 허가했지만 이미 늦은 셈이었다.

kkb0202@beopbo.com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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