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11.24 금 21:10
> 연재 | 포교사의 하루
경남지역단 홍보전략팀 강신-상훈련병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를 공부시키는 선지식
강신  |  devas@ek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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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4  15: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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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 혜안
새벽 5시. 조용히 일어나 불단에 촛불을 밝히자 어둠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따뜻한 빛이 관세음보살상 주위를 감싼다. 다기에 청수를 담아 올리면서 마음속으로 발원한다.

조계산 송광사로 마음출가
이후 13년 간 새벽 108배
충국 성불사 장병들 전법


‘아금 청정수 변위감로다.’ 향연(香煙)이 허공을 향해 가늘게 흔들리며 춤추듯 승천을 시작하고 나는 좌복에 이마를 조아리며 일 배에 일 배를 더해간다. 조계산 송광사로 마음의 출가를 하던 날부터 시작한 108배는 13년의 시간을 지나다 보니 이제는 습(習)이 되었다. 처음 108배를 시작했을 때에는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제대로 걸음을 걷지 못했는데 이제는 1000배를 감당하는 달인이 되었다. 코앞에 두 손을 모아 고두배로 절을 끝내고나면 평좌로 앉아 허리를 곧추세우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화두를 잡는다. 포교사~!

내가 붙잡고 있는 화두는 포교사이다. 눈 밝은 선지식으로부터 부여받은 화두는 아니지만 부산 금정중학교에서 제14기 포교사고시를 치르고 김제의 금산사에서 열린 제7차 팔재계수계실천대법회에서 포교사로 품수를 받으면서 스스로 정한 공안이다. 그 날 이후 포교현장은 물론 생활 속에서 말 한마디를 하면서도 포교사로서 어울리는지, 무심코 저지른 행동 하나로 많은 포교사들에게 누를 끼치지는 않는지 화두를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게 되었다. 덕분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날카로운 말들이 줄어들었고 행동 하나도 조심하게 되었다.

포교사 품수를 받고 처음 뛰어든 곳은 공군교육사령부 충국 성불사에서 훈련병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이었다. 포교사 동기로 공군에서 43년을 근무하시다 전역하신 선배님과 지금은 출가하여 운문사 강원에서 열심히 정진하고 계신 비구니 스님, 이렇게 셋이서 장병들과의 첫 만남을 시작했다. 나는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부사관 후보생들과 특기병을 대상으로 부처님의 생애와 기초교리를 프리젠테이션으로 직접 만들어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게 제공하다보니 나름 인기가 있었다. 회사일로 두어 번 빠진 것 외에는 5년이란 세월을 그렇게 얼룩무늬 제복의 젊은이들과 함께 생활했다.

포교가 곧 수행이라고 했듯이 그들과 함께한 시간은 그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했다기보다 내 공부가 수승해지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훈련병 한사람 한 사람이 나를 공부시키는 선지식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백억화신으로 나투신 부처님들로 어떤 날은 문수보살로 어떤 날은 보현보살로 나에게 말없는 설법을 전하고 계셨다.

그 중에서 두 번이나 내 곁에 직접 오셔서 지혜를 가르쳐주신 문수보살님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처음 문수보살님을 친견한 것은 법회가 끝나고 언제나처럼 ‘질문할 것이 있습니까?’하고 물었는데 부사관 후보생 무리에서 지켜보시던 문수보살님이 질문을 던졌다. ‘번뇌가 뭡니까?’ 순간 당황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번뇌가 무엇인지 물었나요?’ 시간을 끌기 위해 되물으면서 머릿속에서는 어딘가에 저장되어있을 번뇌에 대한 정보를 찾느라 탐색기능이 가동되었다.

‘여러분들이 입대를 위해 이곳에 오면서 차창 밖으로 지나간 많은 풍경들을 봤겠지만 모두 기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로수 밑을 걷는 예쁜 아가씨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무수한 생각들이 일어납니다. 학생일까? 나이는 몇 살일까? 애인은 있을까? 차가 출발했건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생각에 끌려가는 바람에 눈앞의 현실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버스에서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낭패를 당하는 것. 나는 이것을 번뇌라고 생각합니다.’ 순간적으로 답은 했지만 등골을 타고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 듯했다. 

경남지역단 홍보전략팀 강신 devas@ekr.or.kr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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