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대 불자들이 뭉쳤다. 스님은 없다. 재가자뿐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다. 10명 안팎이다. 작고 평등한 공동체를 지향했다. 서로 안부 묻고 따듯한 차와 간식을 나눠 먹었다. 즐거워 보였다. 삼귀의, 사홍서원에 절실함 담겼다. ‘노을 빠리사’다.
노을 빠리사가 3월14일 서울 종로오피스텔 1101호 불교창작교육원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죽음을 성찰하고 죽음 전후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빛내기 위해서다. 지기 전 하늘 물들이는 태양처럼 부처님 법비로 자신의 여생과 세상을 적시고자 발원한다. 그래서 ‘노을’이다.
남지심 작가와 김재영 청보리회 법사, 천문학자 이시우 박사 등이 출범을 준비했다. 매월 둘째 주 화요일마다 모이기로 했다. 한 달 동안 모임서 배운 부처님 가르침을 사유하고 행동으로 옮긴 뒤 둥글게[Pari] 앉는다[sā]. 그래서 ‘빠리사(Parisā)’다.
첫 주제는 죽음이었다. 김재영 청보리회 법사가 ‘우리도 부처님같이’를 주제로 짧게 죽음을 고찰했다. 업력에 의한 윤회, 적멸, 왕생과 원생 3가지로 죽음을 정의했다. 윤회 하거나 윤회를 끊은 삶, 보살의 원력을 갖고 환생해 부처님으로 완성되어 가는 삶이 죽음이라는 설명이었다.
김재영 법사는 부처님 생애를 관통하는 삶과 수행의 주제가 죽음이라고 했다. ‘연민’을 거듭 강조했다. 눈물이자 대비(大悲)라고 했다. 가족 잘 돌보고 직장 동료 잘 챙기는 등 삶 곳곳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죽음이 지금 여기 우리 삶의 문제였다. 팔정도에 방점이 찍혔다.
남지심 작가는 “70 넘어 주위를 둘러보니 그 동안 죽음을 관념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며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표상적으로 흘려보내고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죽음은 분기점이다. 불자로서 죽음까지 이르는 삶과 이후의 삶을 올바르게 봐야 한다”며 “마무리 준비는 생의 가치를 더 빛낸다. 마지막도 불자로서 주인으로 살자”고 했다.
남지심 작가의 말이 마음 나누기 물꼬가 됐다. 노을 빠리사에서 자신이 이해하는 죽음을 터놓고 꺼내기 시작했다. 왕정임(61, 무상행), 최돈순(73, 법선주), 황예순(71, 고불행) 보살이 차례로 마음을 열었다.
“환생한다는 확신은 없다. 암투병하다 2년 전 수술 받았다. 매일 행복하게 살고 있다. 가는 순간도 그렇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내게 내일은 오늘 잘 살면 오는 어떤 기약 없는 기쁨이다.”
“집 주위엔 쓰레기가 많았다.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2년 간 말없이 치웠다. 주위가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맑아지는 기분이더라.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계속 닦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처님 가르침 만난 인연 그 자체가 행복이다. 일흔 하나다. 며느리가 셋이다.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니 고부갈등이 없다. 내가 행복하다. 모든 게 내 마음에 달렸다. 부처님 가르침 만난 행복보다 큰 것은 없다. “
노을 빠리사, 죽어서도 죽지 않는 보살의 원력을 꿈꾸고 있다. 첫 모임은 사홍서원으로 회향했다. 처음도 중간도 끝 모임도 사홍서원으로 끝나리라. 중생 기어이 다 구제하고, 번뇌 끊고, 부처님 가르침 배워, 부처님으로 살겠다는 노년의 굳은 약속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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