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3.29 수 21:01
> 연재 | 김성순의 지옥을 사유하다
11. 인고처·주주주주처·하하해처나무에 매달려 불태워졌다가
이내 되살아나는 고통 되풀이
김성순  |  shui1@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3.20  17:39:3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이번 호에서는 합지옥의 다른 별처지옥인 ⑦인고처(忍苦處) ⑧주주주주처(朱誅朱誅處) ⑨하하해처(何何奚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전장은 살인·약탈의 생지옥
여성들은 성폭력에 내몰려
병사들 경각심 주려는 의도


합지옥의 일곱 번째 별처지옥인 인고처(忍苦處)는 말 그대로 고통을 참고 견디는 지옥이라는 의미로서, 살생, 도둑질, 삿된 행을 많이 짓고, 즐겨 행하면 떨어지게 되는 곳이라 한다. 이 인고처지옥에서 말하는 ‘삿된 행’은 전쟁과 관련된 것으로서, 전쟁을 벌여 군사들을 죽이고 그곳의 여인들을 강간하며, 혹은 물건처럼 다른 이들에게 주기도 하는 등 옳지 않은 행동을 한 업보로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이 인고처지옥의 죄인들은 전생에 저지른 죄업으로 인해 큰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머리부터 태워지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염부주의 불보다 훨씬 뜨겁고 사나운 지옥의 불길에 형체도 남지 않고 다 타버린 죄인들은 이윽고 다시 살아나서 끝없이 화형을 당해야 한다. 이 죄인들이 업보를 고통으로 다 갚고 인간 세상에 나더라도 전쟁의 와중에 군사들에게 자신의 아내를 빼앗기기 쉽다.

지금도 지구상에서는 국지전이나 내전 등으로 인한 난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가장 큰 피해자들은 역시 노약자를 비롯한 여성들일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권력자들은 남자들을 전쟁의 소모품으로 내몰면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늘 여자와 재물을 약속했으며, 그 결과로 전장은 살인과 약탈, 성폭력이 상존하는 생지옥이 된다. 또한 생전에 전장에서 약자와 여성들에게 폭력을 가했던 이들은 죽어서 다시 지옥에 떨어지게 되어 자신들이 저지른 죄과를 고스란히 다 갚게 되는 것이다. 이 인고처지옥의 고통상은 근현대시기에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키고 강제로 점령한 국가의 여성들을 군부대에 위안부로 보냈던 이들에게도 경고하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 합지옥의 여덟 번째 별처지옥인 주주주주처(朱誅朱誅處)는 이름이 좀 특이한 곳으로, 지옥 죄인의 살과 뼈를 파먹는 쇠개미의 이름이기도 하다. ‘정법념처경’에 의하면, 이 주주주주처에 떨어지는 업인이 되는 ‘삿된 행’의 범주에는 염소나 나귀를 수간(獸姦)하거나, 불타에 대한 존경심 없이 부도(浮圖)에 머무는 것이 포함된다. 여기서 말하는 ‘부도(浮圖)’는 탑으로 대표되는 수행처를 의미하는 것으로, 신심이 없이 형식적으로 사원에 머무는 비구 내지 재가신자에 대해 경고하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주주주주처지옥의 죄인들은 항상 쇠개미에게 물어뜯기며 고통을 당하는데다가, 그 뱃속에 전생의 애욕이 만들어낸 불길이 가득 차 있어서 온 몸이 불살라지게 된다. 이 지옥의 죄인은 죄업이 다할 때까지 쇠개미에게 살과 힘줄, 뼈, 골수를 다 파 먹히고, 불에 태워지면서 영원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통을 겪다가 간혹 전생의 작은 선업이 익어서 인간세계에 다시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죄인은 다시 태어난 생에서도 늘 주변에 원수지는 이들이 많고, 항상 빈궁하고 오래 살지 못한다. 비록 지옥의 고통으로 전생의 죄를 갚는다 하더라도 그 업력이 후생에까지 질기게 남아 그의 인생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합지옥의 아홉 번째 별처지옥인 하하해처(何何奚處)는 살생과 도둑질, 그리고 근친상간을 저지른 이들이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정법념처경’에서는 그 나라의 풍속과 법이 근친상간을 허하더라도 이는 죄업이므로 죽음 이후에 하하해처지옥에 떨어지게 된다고 설하고 있다. 죄인들은 이 지옥에 떨어지기 전 중유(中有)에 머무르는 동안 하하해처의 죄인들이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듣는데, 생전에 지은 죄의 업력으로 인해 아름다운 음악소리로 듣게 된다고 한다. 죄인은 마음으로 끌어당기는 취(取)의 인연으로 인해 바로 그 하하해처지옥에 이르게 되고, 가자마자 그곳에서 나는 온갖 악한 소리로 인해 고통을 당하게 된다. 죄인은 육신을 찢고 파먹는 불까마귀와 옥졸의 매질, 그리고 불길에 의해 죽어가지만, 이내 다시 살아나서 끝없는 고통을 되풀이해서 받게 된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라인
포토뉴스
라인
가장 많이 본 기사
여백
실시간뉴스
라인
여백
법보신문은찾아오시는길구독·법보시광고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3157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편집국 : 02-725-7014  |  광고문의 : 02-725-7013  |  구독신청 : 02-725-7010
사업자 등록번호 : 101-86-19053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07229  |  발행인 : 김형규  |  편집인 : 이재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형규
Copyright © 2013 법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