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사회 현상을 놓고 “이대로 괜찮다”는 사람은 극소수다. 많은 사람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며 “변해야 산다”고 외치고 있다. 촛불의 힘 역시 그 같은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같은 문제를 불교로 가져와도 같다. “바꾸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어떻게.
저마다 그 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다수가 공감하고 박수칠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는 이가 없는 가운데, 오랫동안 그 문제에 천착한 끝에 ‘붓다’에서 답을 찾자는 이가 있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도법 스님이다. 그가 ‘붓다’에게서 찾은 답은 ‘생명평화’였다. “생명은 자기 몸의 아픈 곳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불교도 세상의 아픈 곳을 보듬어야 한다”며 생명평화의 길을 찾아 나선 스님은 열여덟에 출가한 이래 간디의 삶을 만나고, ‘화엄경’ 탐독, 종단개혁,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창립, 생명평화 탁발순례, 붓다로 살자 운동에 이르기까지 쉼 없는 도전과 정진의 시간을 이어왔다.
출가한지 2년이 지났을 무렵, 병고가 깊은 속가 어머니 소식을 접하며 ‘죽음’을 화두로 삼게 됐다. 하지만 알려고 들면 들수록 허무에 빠졌다. 그래서 강원으로, 선방으로 걸음을 옮기며 10년을 정진했지만 끝내 ‘죽음’의 매듭을 풀지 못했다. 그렇게 선방을 나와 만난 이가 ‘간디 자서전’ 속 간디였다. ‘현재의 지구로도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지만, 한 인간의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그의 통찰을 만나면서 붓다의 삶과 불교경전을 사회적 시각에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엄경’을 보면서 모든 존재가 서로 평등하게 연결되어 조화롭게 존재하고 있으며 ‘생활이 곧 도(道)’임을 깨달았다.
“이웃·생명·세계를 가꾸기 위한 뜨거운 정열의 헌신이 우리 자신에게 갖추어져 있음을 생각할 때 환희가 솟구침을 느낀다. 삶이란 이래야 된다고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렇게 불교의 생활 속 실천을 결심한 이후 불교계와 사회의 변혁을 위해 온 마음을 다했지만, 아직 뚜렷하게 나타난 성과는 없다. 사람들은 그런 스님을 보며 ‘도법은 이상주의자’라고 말한다. 또 불교계 내부나 사회적으로 큰 갈등을 불러온 문제에서 ‘대화’를 강조할 때면 강자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과 답답하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도법 스님은 세간의 비판처럼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일 뿐일까?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생명평화 꽃은 필 수 있을까? 이 책 ‘길과 꽃’은 신문기자, 논술강사, 토론코치를 거친 후 2013년부터 연을 맺어 곁을 지킨 저자가 스님의 삶과 뜻을 옮겼다. ‘생명평화의 꽃’을 피운 붓다의 삶을 따라야 불교개혁과 사회변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도법 스님의 삶과 사상을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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