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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불교작가를 말하다
13. 김태호차이와 사이에 대한 사색
김최은영  |  culture.solut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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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8  13: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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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_얼룩말의 공포’, 종이에 마카.

이 그림을 그리는 작가를 설명하기 전과 후의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귀엽고 세련된 느낌의 그림에서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작가의 그림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일반적 미술작품 속에서 돋보이는 특징이 있는 ‘사이’의 작품이 아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장애인의 특징인 ‘차이’를 보려는 듯한 경우가 더러 있다.

마카펜 활용해 수를 놓듯 채색
소재는 동물·자전거 타는 사람
선입견·편협에 대한 반성 계기


예술은 종교처럼 일반적인 사회구성원의 직업군을 특정하지 아니한다. 물론 보다 전문적일 수는 있다. 아름다움에 관해 보이는 것 이외의 계량적 평가 잣대를 굳이 가져다 대어보지 않아도 되는 예외성을 확보한다. 그 예외성이 현대미술에서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신진작가, 여류작가, 지역작가라는 수식어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수식어에 대한 벗어버림을 목적으로 한다. 장애작가도 이와 마찬가지다.

김태호 작가는 1987년생이며,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 주된 소재는 새, 물고기, 얼룩말과 같은 동물과 자전거 타는 사람이다. 주로 한 방향성을 가지고 무리지어 이동하거나 또는 그저 무리지어 한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다. 종이 한가득 여백 없이 펼쳐지는 이 무리의 풍경 속에는 작가가 그만의 속도로 관찰한 개체들의 특유한 자태와 섬세한 표정 그리고 역시 그만의 속도로 마치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채색한 마카펜의 정렬된 얼룩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자전거 동호회에서 아빠와 함께 10년째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으며 취미로 피아노를 친다.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강렬한 눈빛으로 단번에 상대를 매료시킨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생선회다. 

   
▲ ‘시간_연못’, 종이에 마카.

아주 오래 전 지적장애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 부처님은 그때 이미 조금 늦게 되는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주리반득(周理般得)’ 이야기에서 잘 알 수 있다. 주리반득은 주리반특(周理般特)이라고도 하는데 머리가 느려 청소를 외우면 빗자루를 잊어버리고 빗자루를 외우면 청소를 잊어버렸다. 그런 주리반득에게 부처님은 수행자들의 방을 청소해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주리반득은 겸손하게 부처님 말씀을 받아들여 자기 동료인 수행자들의 방을 청소했다. 열심히 청소를 하던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께 전했다.

“부처님, 빗자루는 이 세상의 더러움을 쓸어버리고 깨끗하게 합니다. 우리 사람들도 지혜의 빗자루로 마음속을 깨끗이 해야 합니다.”

그 말에 부처님은 환히 웃으며 비로소 깨달음을 얻었다고 기뻐하셨다.

김태호의 작품을 보며 나는 문득, 주리반득과 부처님의 일화가 떠오른다. 세상의 이치와 조금 다른 가치의 ‘사이’를 인정하고 인정받기 위해 미술을 전문으로 공부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많은 작가들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편협하고 검증받지 못한 잣대로 그들의 창작과 변별력을 기성 작가와의 ‘차이’라 여기는 오만을 범했을까 고백한다.

미술은 분명 문자와 음악과는 다른 감탄과 감동을 주는 삶의 풍요로운 혜택 중 하나다. 그 가치만으로도 역할과 기능이 충분한 작가들의 입문. 신진작가라는 시도와 도전들에 오늘 이 시대 어른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기능을 나는 과연 다 하고 있는가. 법보신문의 이 연재가 새삼 큰 무게로 다가오는 밤이다.

김최은영 미술평론가
culture.solution@gmail.com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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