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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의식에 형성되어 의식으로

뇌 안에 새롭게 건립하는 일체유심조 세계

수보리 어의운하 여래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야. 여래유소설법야. 수보리언 여아해 불소설의 무유정법 명아뇩다라삼먁삼보리 역무유정법 여래가설. 하이고 여래소설법 개불가취 불가설 비법 비비법. 소이자하 일체현성 개이무위법 이유차별.

인간은 무의식과 의식 연기체
무의식 해당하는 게 알라야식
선악 없는 의식 출현 전 단계
의식은 고락·번뇌·해탈 세계

선불교는 ‘불립문자 교외불전 직지인심 견성성불’을 내세운다. ‘불립문자 교외별전’이라니 8만4000대장경이 있는데 어찌된 일일까? 부처님 당신이 45년 동안 설한 장광설이 있는데 직지인심이라니 무슨 말일까? 부처님은 직지인심을 못했단 말인가? 무능력자라는 말인가? 중국 선불교 조사들이 더 위란 말인가?

인간은 무의식과 의식의 연기체이다. 서양 심리학은, 프로이트에 의해 무의식이 발견되고 융에 의해 집단무의식이 발견되었다. 집단무의식은 벌이나 개미 같은 군집동물의 작동기제일지 모른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무리를 지으면 한다. 놀라운 일을 한다. 개미들은 서로 팔다리를 연결해 구름다리를 놓고, 나뭇잎을 잘라와 곰팡이 농사를 짓는다.

무의식에 해당하는 게 불교의 알라야식이다.

벌은 혼자서는 아무 일도 못 하지만, 무리를 지으면 여왕벌을 옹위하고 군집을 이뤄 자손을 생산하고 키운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알아서 고도의 분업을 한다. 암벌은 번식은 안 하고 일만 하고, 수벌은 일은 안 하고 번식만 한다. 여왕벌도 수벌처럼 번식만 하지만, 교미 후 즉시 죽는 수벌과 달리, 오래 산다. 여왕벌은 배우자 수컷으로부터 평생 쓸 정자를 받아 정자낭(精子囊)에 보관하였으므로(최대 600만개. 이것들은 모두 일벌인 암벌을 만드는 데 쓰인다. 수벌은 무수정란에서 태어난다), 교미를 못한 수벌은 무용지물이다. 이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암벌들에게 쫓겨나 굶어죽는다. 억울해도, 수에서 한참 밀리거니와, 침이 없어 침이 있는 암벌들에게 저항도 하지 못한다. 여왕벌 역시 정자낭의 정자가 다 소모되면 버림받아 죽는다. 암벌들이 여왕벌을 둘러싸고 자기들 몸을 진동시킴으로써 여왕벌의 체온을 급증시켜 죽인다. 여왕개미의 운명은 더 심하다. 암캐미들에게 잡아먹힌다. 개미와 벌, 이 둘은 습성이 유사한 군집생물인데, 흥미롭게도, 하나는 육식이고 다른 하나는 채식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선악은 없다. 아직 의식이 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적 고통인 번뇌가 없고, 신경계가 발달하지 않아 육체적 고통도 없다. 이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인간이 보기엔 살벌하지만, 즉 등장인물들이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고통이 없는 영화이다. 이 점에서는 세상이 브라흐만의 꿈(영화)이라는 힌두교가 호소력이 있다. 개미의 세계에 감정과 의식을 더하면 인간의 세계가 된다. 즉, 고락과 번뇌·해탈의 세계가 된다.

‘아직 의식이 출현하여 선악시비를 판단하기 전의’ 무의식에 가까운 파충류적인 원시의식이, 바탕의식이다. 이 의식은 선악시비를 판단하지 않으므로 중립적인 의식이다. 우리 마음에서 심상(心想)을 없애면 이 의식으로 돌아간다. 거기서 감각마저 차단되면 멸진정이다. 개·코끼리·원숭이·침팬지가 되면 나름대로 선악개념이 생긴다.

포유류의 출현과 더불어 뇌에 변연계가 생겨 감정이 생기고, 유인원의 출현과 더불어 대뇌신피질이 발달해 자의식이 출현했다. 인류는 대뇌신피질이 극도로 발달해 가상의 세계로 진입했다. 외계로부터 받은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세계를 뇌 안에 건립한다. 일체유심조의 세계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포유류의 출현과 더불어 생긴 환망공상계 초기단계인 꿈이, 인류에게는 낮에도 눈을 뜬 채로 꾸는 백일몽으로 발달했다. 그걸 종교와 철학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 개미가 페로몬을 발산해 서로 통신을 하듯이, 인간은 전자파를 발산해 서로 통신을 한다. 하늘 높이 인공위성을 띄우고 그걸 매개로 빛의 속도로 서로 통신을 한다. 누구나, 지난 35억년 동안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지식과 정보에 실시간으로 접속이 가능해졌다. 지구가 73억 마리 개미집이 되어버렸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389호 / 2017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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