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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비장애인 시와 노래로 화엄 연출하다

  • 교계
  • 입력 2017.04.26 13:35
  • 수정 2017.04.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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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아래, 4월25일 10회 연꽃들의 노래 개최

▲ 포교사단 무소유실천팀 이계경 포교사는 보리수아래 회원 정훈소씨의 ‘아무래도 이번 생은’ 낭독을 도왔다.
1년에 한 번쯤,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예술공연장 통로 한 쪽 계단이 사라진다. 입구서 무대까지 길이 생긴다. 그 길 따라 비장애인이 휠체어 밀고 무대에 오르내렸다. 걷기 불편해도 계단 사용이 가능한 장애인은 비장애인 손을 맞잡고 올랐다. 불자 장애인 모임 ‘보리수아래’(지도법사 법인 스님·대표 최명숙)가 4월25일 열었던 연꽃들의 노래에서다. 신심으로 빚은 시가 노래로 피어났고, 불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예술인들이 화엄세계를 연출했다.

시 2편·노래 10곡 공연
수화·마임도 함께 무대
중승대 학인스님 도움
포교원장 이례적 방문

보리수아래 회원 홍현승씨 봉축시가 무대의 막을 올렸다. 어눌하고 느렸다. 느린 만큼 천천히 가슴 속 깊은 신심을 끌어냈다. 중앙승가대 졸업생 범종 스님이 한 구절씩 뒤따라 낭송했다. 울림은 공연장 숨소리보다 조용했다.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 걸린 연등 밑을 거닐며/ 당신과 만난 그날을 떠올립니다./ 마음 둘 곳 찾아 오른 산사,/ 그곳으로 열 두 해를 향하고 있습니다.(…중략…)당신이 내게 오신 그날을 기억하며/ 오늘도 이른 아침 일주문을 들어서고 있습니다./ ‘삼계의 고통은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는/ 님의 음성 들으며.”(‘부처님 내게 오신날’)

2017년 불자대상 수상자 손가락시인 정상석씨의 시 ‘바보처럼 살아도’는 노랫말이 됐다. 민성숙씨가 곡을 붙였고, 무심·인우 스님과 중앙승가대 학인 일원 스님이 수화로 노래했다. 스님들은 손짓과 표정에 불자 장애인 시인 마음을 담았다. ‘세상 모르는 것처럼 정신없이 바보처럼 살아도, 마음이 아플 때가 있’었고 ‘밝은 햇살 속에 살아도 슬픈 이야기를 바람에게 들을 때가 있’었다는 고백이 시각언어인 수화로 전해졌다.

포교사단 무소유실천팀 이계경 포교사는 보리수아래 회원 정훈소씨의 ‘아무래도 이번 생은’ 낭독을 도왔다. 시인은 망망대해처럼 캄캄한 생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목에 가시처럼 걸린 선혜를 생각해 구멍 더 뚫어 혁대 조이며 바다를 비추는 등이 되겠노라 노래했다. 시인은 조이고 추켜올린 만큼 가뿐해지고 환해지는 자신을 꿈꿨다.

▲ 무심·인우 스님과 중앙승가대 학인 일원 스님이 손가락시인 정상석씨의 시 ‘바보처럼 살아도’를수화로 표현했다.
연꽃들의 노래에서는 홍현승·정훈소씨 시 2편이 낭송됐고, 최명숙·김준엽·정상석·장효성·김소영·이경남·김영관·김미선·김지원·권오웅 등 불자 장애인 10명의 고운 시어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객석을 찾았다. 수화와 마임이 멜로디 입은 시어를 표현했다. 이태건 마임니스트, 시노래 풍경가수 진우, 민성숙 속초장애인영화제 상임이사, 한국불교예술인연합회 지도법사 도신 스님, 이미령 북칼럼니스트, 연꽃향기합창단, 중앙승가대 동아리 ‘자비나눔’ 학인스님들이 함께했다.

지도법사 법인 스님은 “미안하다, 고맙다는 두 마디 말만 진정하다면 세상은 살아 갈만 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며 “따뜻한 가슴으로 이 자리에 함께한 여러분이 장애, 비장애를 어우러지는 화엄세계를 만들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례적으로 조계종 포교원장스님이 공연장을 찾았다. 지홍 스님은 “신심의 노래들로 10년 동안 연꽃을 피운 노력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며 “부처님 모습을 닮아가려는 그 원력에 포교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격려했다.

보리수아래 회원들이 펼치고 있는 연꽃들의 노래는 10년을 이어왔다. 봉화 청량사 주지 지현 스님 권유로 2006년 7월 창립해 네이버 카페(cafe.naver.com/borisu0708)를 구심점으로 활동 중이다. 해남 대흥사 일지암 법인 스님을 지도법사로 월 1회 정기모임과 연 1회 공연으로 신행과 예술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그러자 불교계 관심이 늘었고, 봉축위원회, 조계종 포교원, 봉은사, 통도사, 일지암, 진흥원, 여성개발원, 흥천사가 연꽃들의 노래를 후원했다. 10회 공연 날, 지현 스님은 내빈석 아닌 공연장 뒤쪽에 조용히 서 있었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는 “곡 작업을 했던 이웃종교인들이 불교공부를 시작했다”며 “이 자리가 귀하고 값진 시간인 이유”라고 했다. 또 “점점 불교계 여러 단체들이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자 이미령 북칼럼니스트는 “혁대 조이는 여러분 곁에서 망망대해 함께 비추는 등이 되겠다”고 했다. 불기 2561년 봉축표어는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90호 / 2017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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