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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김성순의 지옥을 사유하다
21. 후후처와 수고뇌무수량처특정인 편들기 위해 거짓말하면
혀뿌리 타고 입 문드러지는 형벌
김성순  |  shui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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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3  13: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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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전입된 한역경전들의 내용을 보면 누군가 절대적인 심판자가 있어 전생에 지은 죄업을 판결하고 그에 따른 징벌을 받는 구조라기보다는 자신의 죄업에 상응하는 고통으로 갚아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외형적으로는 차이가 없어 보이겠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죄에 대한 ‘참회’와 ‘수행’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경전을 보면 옥졸들이 죄인을 때리면서 ‘왜 뉘우치지 않느냐’고 추궁하는 게송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불교지옥은 절대적 심판자 없이
죄업 상응해 고통으로 갚는 것
참회·수행이 개입할 여지 생겨


당송대에 새로이 형성된 시왕신앙에 이르면 사후의 심판에 대한 교의적 짜임새가 재구성되지만 그 이전에 인도에서 전입된 한역경전의 지옥교설에서는 죄의 본성과 그에 따른 과보에 대한 치밀한 관조가 주를 이룬다. 다시 말해 단지 죄벌에 대한 경고만이 목적이 아니라, 어떤 것이 죄인지, 그것이 왜 죄가 되는지를 끊임없이 각인시키려고 노력했던 것이 인도불교의 지옥 교설인 것이다. 죄의 원인과 과보를 알아야 죄업을 소멸시킬 수 있는 참회의 수행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대의 인간들 역시 지옥을 치밀하게 사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대규환지옥의 첫 번째 별처지옥인 후후처(吼吼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후후처는 ‘아우성치며 우는 곳’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뭔가 입으로 내뱉는 말로 쌓은 구업(口業)을 갚는 곳임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어떤 구업으로 인해 이 후후처지옥에 떨어지게 되는 것일까? ‘정법념처경’에서는 친구들 간의 싸움에서 특정인의 편을 들기 위해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한 자들이 그 과업으로 인해 후후처에 떨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해놓고도 이에 대한 양심의 가책과 후회도 없으며, 나중에도 자주 거짓말을 하는 자가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라는 것이다.

이 후후처 지옥에서는 쇠칼로 턱밑을 뚫어서 과보의 근원이 된 혀를 끄집어내서 더러운 것을 바르고, 불꽃부리를 가진 벌레가 그 혀를 물어뜯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죄인은 혀뿌리가 타고 입안이 다 문드러질 때까지 그가 전생에 지은 거짓말의 악업을 갚아야 한다. 혹여 죄업의 기운이 다한 후에 전생에 지은 작은 선업이라도 있어서 인간 세상에 다시 나더라도 업력으로 인해 늘 사람들에게 멸시와 천대를 당하고 수명도 짧은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다음 수고뇌무수량처(受苦惱無數量處)는 탐욕이나 분노로 인해 거짓말 하는 것, 자신의 의지가 아닌 남이 시키는 거짓말을 하는 것, 자신과 가까운 무리들의 이익을 위해 하는 거짓말의 죄업으로 인해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이 수고뇌무수량처에서는 이전의 근본지옥인 등활지옥 등에서 받는 것을 모두 합친 것만큼의 고통을 당하게 된다. 이는 거짓말이 갖는 확장성 때문에 이전의 업보다 무거운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말이란 계속 퍼져나가게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거짓말에 얽힌 과보의 인연도 계속 자라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 그에 따른 지옥의 고통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짓말의 또 다른 부정적인 업은 선근의 기둥을 끊어 없애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입을 타고 다니면서 또 다른 오해와 악을 재생산하는 거짓말의 악업이 종내는 사람들의 선근을 파괴시키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는 교의라 하겠다.

그렇다면 이 수고뇌무수량처에서는 어떤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일까? 지옥에서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집합처인 이곳에서는 벌레가 생기는 것·주리고 목마른 것·큰 불에 타는 것·희망이 없는 것·위안이 없는 것·빛이 없이 어둠만 있는 것·서로 부딪치는 것·불쾌한 접촉·빛깔과 소리, 냄새로 인한 고통·전생의 원수가 와서 칼로 베는 것·뜨거운 재가 흐르는 강을 건너야 하는 것·쇠갈고리로 찍히는 것·험한 벼랑에서 떨어져 큰 불에 타는 것·맞아서 생긴 상처에 풀을 붙였다가 마른 후에 풀을 떼어내는 고통 등을 겪게 된다.

이 수고뇌무수량처의 죄인은 기나긴 고통 끝에 죄업을 다 소멸하고 나서 혹여 인간 세상에 태어나더라도 남은 업력으로 인해 늘 입이나 목구멍과 관련된 질병을 앓기 쉬우며, 사람들에게 불신을 당하며 살게 된다고 한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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