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10.20 금 22:03
> 연재 | 김형중의 내가 사랑한 불교시
55. 송수권의 ‘혼자 먹는 밥’삶 공동체 변화로 홀로족 급증시대
혼밥의 쓸쓸함을 슬프게 묘사한 시
김형중  |  ililsihoil1026@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6.13  15:11:1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뒤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요즘 우리나라 젊은 청년들 가운데 취업을 못하고,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않고, 아이도 낳지 않고, 꿈과 희망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밥 먹는 게 삶에서 중요한 일
혼자 먹는 청년·노인 모습 고통
운문, ‘부처님 깨달음 보다
중요한 일’ 묻자 ‘호떡’ 답해


세계 경제 10대국을 자랑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점점 활기를 잃고 우울하게 혼자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혼자서 밥과 술을 마시는 고독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N포세대, 비혼시대, 혼밥, 혼술 등 우울한 신생어들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삶의 활력을 재충전해야 할 여가시간을 혼자서 골방에 누워 돈이 적게 들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혼자 술을 마시며 TV만 보는 젊은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작가가 홀로 사는 노년의 혼밥을 죽음이라고 정의한 시가 생각난다. “서쪽에서 빛살이 들어오는 주방/ 혼자 밥을 먹는 적막에서/ 나는 내가 죽어 있는 것을 깨닫는다” 국민배우 엄앵란은 “전 재산을 나의 외로움을 함께 해준 강아지에게 주고 싶다”고 폭탄발언을 하였다.

혼밥이나 혼술족의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청소년의 혼밥과 노인의 혼밥이 이미 서구 선진 국가에서도 50%를 상회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인생은 무상하고 덧없는 것이다. 삶의 공동체가 패러다임이 변태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남의 간섭이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홀로족이 늘어나고 있다.

송수권(1940~2016)은 호남을 대표하는 서정 시인이다. 죽은 누이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산문에 기대어’가 이어령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그의 시에는 ‘여승’ 등 불교시가 많이 있다.

시인은 ‘혼자 먹는 밥’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뒤집을 수 있을까”라며 우리의 삶과 죽음이 동전의 앞과 뒷면처럼 하나임을 읊고 있다.

마지막 3연에서 ‘혼자 먹는 밥’은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라고 하여 창문에 떠있는 그믐달이 방금 깨진 접시 모양과 같다고 쓸쓸하고 슬프게 묘사하고 있다. 혼자 밥을 먹는 청년과 노인의 모습은 고통이다. 식구가 함께 밥을 먹는 저녁이 있는 삶이 정상적인 가족이다. 밥을 먹는 일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운문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찾아와서 물었다. “부처님의 깨달음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무엇입니까?(如何是超佛)” 하고 물었다. 운문선사는 “호떡(胡餠)”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일 가운데 먹고 사는 일, 밥 먹는 일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뜻이다.

구세불(救世佛) 같은 새 대통령이 선거공약대로 청년들의 일자리를 모두 마련해 준다고 하니 기대는 되지만, 문제는 어떻게 밥을 먹느냐의 일이다. 인간답게 가족이 한 우리(집)에 모여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은 거룩한 모습이다.

송수권의 ‘혼자 먹는 밥’을 읽고 혼자 술을 마시다가 문득 생각이 사무쳐서 ‘혼술’이란 시를 썼다.

“코를 골고 잠을 자는 아내를 바라보네
저 삭은 끈마저 내게서 떨어지면
지독한 외로움 무엇으로 견디나
혼술 마시며 시불(詩佛) 왕유(王維)를 생각하며
밤새 관세음보살님 부르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라인
포토뉴스
라인
가장 많이 본 기사
여백
실시간뉴스
라인
여백
법보신문은찾아오시는길구독·법보시광고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3157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편집국 : 02-725-7014  |  광고문의 : 02-725-7013  |  구독신청 : 02-725-7010
사업자 등록번호 : 101-86-19053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07229  |  등록일자 : 2005년 11월 29일  |  제호 : 법보신문
발행인 : 김형규  |  편집인 : 이재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형규
Copyright © 2013 법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