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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인 줄 알았지만…깨어날 기약 없어

  • 상생
  • 입력 2017.07.03 13:28
  • 수정 2017.07.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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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캄보디아 린사로 스님이 속리씨의 동생 벌씨의 병원을 찾아 쾌유를 위한 기도를 드렸다.

일주일이 넘도록 동생은 깨어나지 않았다. 심한 감기인 줄 알고 잠깐 병원에서 쉰다던 동생은 병명도 알지 못한 채 며칠 째 누워만 있다.

캄보디아 노동자 속리씨
가족 부양 위해 한국 이주
9일 병원비만 1800만원
비자만료돼 간병인 필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리(25)씨는 2012년 한국에 왔다. 연로한 부모님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고 농사만으로는 다섯 식구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까닭이다. 마침 한국에서 돈을 벌어 본 경험이 있는 이웃의 권유로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에 들어왔지만 막상 하는 일은 캄보디아에서와 다르지 않았다. 논산의 야채농장에서 일하며 차곡차곡 돈을 벌어 고국으로 보냈다. 주 6일, 하루 12시간의 노동이 쉽진 않았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성실히 일했다.

이주하기 위해 빌렸던 돈과 노환이 있던 할머니의 치료비를 모두 갚을 즈음 동생에게 한국행을 권유했다. 한국어 공부비용, 체류비, 비자비용, 비행기삯 등 입국하는데도 돈이 만만치 않게 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하나보단 둘이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1년 반 동생 뒷바라지까지 해야했기에 번 돈을 모두 가족을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동생과 함께라면 외로운 타지생활에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을 위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욱 설레었답니다.”

2016년 동생이 한국에 들어왔다. 같은 한국 땅에 있었지만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로 지내는 동생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간간히 전화통화만 이어가던 중 갑작스레 동생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누나 너무 걱정하지마, 며칠 병원에서 쉬면 괜찮을 거야.”

그것이 동생과의 마지막 대화였다. 단순 감기인 줄만 알고 입원한 동생과는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며칠 뒤 전화를 받고 달려간 병원에서 동생은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었다. 병명도 알지 못하고, 그저 동생 옆을 지키길 일주일. 병원에서는 간질중첩증으로 의심된다는 말뿐이었다. 의식의 회복 없이 경련이 지속되고 있었다.

캄보디아에서도 아픈 적 없는 건강한 동생이었기에 동생의 전화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의식을 잃은 동생도 걱정이지만 9일 동안 중간 청구된 병원비에 속리씨의 가슴이 타들어간다. 청구액은 1800만원. 동생이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병원비는 계속 늘어만 간다. 속리씨는 비자기간이 만료돼 한 달 안으로 한국을 떠나야 한다. 다시 한국에 들어온다고 해도 3개월여의 공백기간 동안 동생을 간병할 일이 걱정이다. 고향의 가족들도 부처님께 밤낮으로 기도드리지만 언제 깨어날지 기약이 없다.

“동생에게 한국행을 권유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제 욕심이 동생을 아프게 한 것 같아 더욱 괴롭습니다. 동생이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4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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