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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김형중의 내가 사랑한 불교시
57. 나태주의 ‘빈 몸으로 왔으니’번뇌망상 속에 살다가 마음 비우고
떠나는 마음수련 과정 표현 설법시
김형중  |  ililsihoil10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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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1  09: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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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마다 몇 명씩의 아내를/ 죽이거나 내쫓거나 한다/ 길거리를 떠돌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 젊고 싱싱하고 예쁜 여자를 만나면/ 차례로 내 아내를 만들었다간/ 차례로 내쫓거나/ 나가지 않으면 죽여버린다.

나는 날마다 몇 채씩의 집을/ 태워버리거나 팔아버린다/ 길거리를 떠돌다가 마음에 드는 집/ 아담하고 편리하게 지은 집을 보면/ 역시 차례대로 내 집으로 만들었다간/ 차례대로 팔아버리거나/ 팔리지 않으면 불태워버린다.

그리하여 밤이 되면 나는/ 빈방에 눕는다/ 밝은 달 빛나는 별빛/ 시원한 바람 속에/ 빈 몸으로 왔으니/ 빈 몸이 되어 빈방에 눕는다.

인간 대표적 욕망 재물과 여색
상정한 후 멀리하는 수행 묘사
세상 공하고 내 몸이 무아임을
깨달았을 때 열반 즐거움 느껴


인생은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천하의 영웅호걸도 재벌갑부도 예외가 없다. 진시황제의 병마총이나 불사약도 저승길에는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나태주(1945~현재) 시인은 인생이 빈 몸으로 와서 번뇌망상으로 미인과 재물을 찾아 온갖 짓을 다 하다가 결국은 자기의 초라한 집에 돌아와 빈방에 빈 몸으로 누워 마음을 비우고 행복하게 떠나는 일련의 마음수련 과정을 시로 표현했다. 오도(悟道)의 경지를 표현한 설법시다.

불나방처럼 욕망의 윤회에서 발버둥치는 중생이 깨달음을 얻어 삼독심의 불길을 잡고 마음을 비우니 빈 몸으로 빈방에 눕는 모습은 편안하다. 아내는 인생의 버팀목이요 동반자이다. 아내가 없다면 가정이 형성될 수 없다. 젊은 청춘남녀가 예쁘고 건강한 짝을 찾아 길거리를 헤맨다. 예쁜 여자는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다. 미인을 마다하는 남자는 없다. 아내를 보면 그 남자의 모든 여성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 내 맘에 딱 떨어지는 여자는 없다. 인물이 좋으면 집안이 약하고, 집안이 좋으면 지능이 떨어진다. 인물도 좋고 집안도 좋고 지능도 높은 여자는 없다. 거기다가 마음씨까지 착한 여자를 찾으려면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시인은 “나는 날마다 몇 명씩 아내를 죽이거나 내쫓거나 한다”고 하였다.

집은 삶의 원초적 터전이다. 남녀가 만나서 결혼하면 집을 마련한다. 집은 삶의 기반으로 행복한 삶의 필수 요건이다. 내 집을 마련해야 비로소 안정이 된다. 사람들은 집을 마련할 때까지 집을 지었다가 허물고 다시 짓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집을 마련하고도 더 좋은 집을 찾아서 발버둥친다. 좋은 집은 그 사람의 삶의 능력이요 품격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욕망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재물과 여색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재색지화(財色之禍) 심어독사(甚於毒蛇)”라고 하였다. 불교 수행이 재물을 멀리하고 여색을 조심하는 계율을 지키는 일이다.

‘빈 몸으로 왔으니’ 시의 핵심은 마지막 3연이다. “그리하여 밤이 되면 나는/ 밝은 달 빛나는 별빛/ 시원한 바람 속에/ 빈 몸이 되어 빈방에 눕는다”고 하였다. 밤이 되면 욕망의 불꽃은 사그라지고 고요와 적멸이 온다. 빈방에 누우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부질없는 욕망으로부터 마음을 내려놓는다. 집착으로부터 마음을 방하(放下)한다. 이때 비로소 평화가 온다. 빈방은 공(空)의 마음 상태를 상징하고, 빈 몸은 나의 몸이 오온(五蘊)과 육근(六根)이 인연 화합하여 생겨난 허상(虛像) 즉, 무아(無我)임을 상징한다. 세상이 공하고 내 몸이 무아임을 깨달았을 때 열반의 즐거움을 느낀다.

나태주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의 ‘풀꽃’ 시인으로 유명하며, 초등학교 교장을 지냈고 현재 공주문화원장이다. 그의 시는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관조(觀照)적이고 순수하고 교훈적인 시가 많다. ‘불교문예’ 편집주간을 역임하였고, 한용운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올해 유심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이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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