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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신이산 작가“거대한 ‘불교 돌탑’에 작은 돌멩이라도 되고 싶다”
최호승 기자  |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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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8  15: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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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산 작가는 “보살 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인간상 제시야말로 진정한 불교소설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마음은 솜씨 좋은 화가와 같아 온 세상을 몽땅 그려낸다.”

종립 동국대 국문과 졸업한 뒤
교사·두산 퇴직 후 본격 집필

‘불교문예’서 단편소설로 등단
천장 소재로 ‘마음 녹’ 풀어내
화공의 예술혼 담은 ‘푼다리카’
1회 법계문학상 대상 수상하며
불교작가로서 한 단계 발돋움

20여년 관악산 암자 다닌 불자
보편적 세계관으로 대승 꼽아
선을 주제로 차기작품 고심 중


   
‘푼다리카’
신이산 지음 / 얘기꾼
왜일까. ‘푼다리카’와 ‘녹’을 단숨에 읽고 나자 떠오른 ‘화엄경’ 글귀다. 불씨 지피니 불처럼 생각이 번졌다. ‘잡아함경’ 글귀가 뒤따랐다. “얼룩새 몸은 하나이지만 몸의 색깔은 수없이 많듯 사람 역시 몸은 하나지만 마음의 얼룩은 얼룩새의 빛깔보다 더 많으리라.” 결 다르지만 결국 마음을 강조한 경구다. 마음도 색이 있다. 선(善)한 물감으로 세상 그려내고 얼룩 만들지 말라는 경책이다. 이게 다 ‘푼다리카’와 ‘녹’ 탓이다. 신이산(66, 여여) 작가 탓이다.

신이산은 종립대학 동국대를 졸업했다. 정각원을 자주 드나들었다. 스님들과 차담 나누며 지냈다. 당시 이사장 월하 스님에게 오계를 수지했다. 자연스러웠다. 여여(如如)도 그때 받은 법명이다. 수계첩 받고 싱글벙글했단다. 동급생 몇몇은 법명이 맘에 안 들어 다시 계를 받았지만 그는 마냥 좋았다. “여여하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라며 너털웃음이다.

“교직에 있다 두산동아서 부사장도 해봤어요. 고등학생 때 습작을 했는데, 사회에 나와서 통 작품을 쓰지 못했지요. 직장을 관두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소설을 썼습니다. 불자이고 불교를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불교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생의 화두가 세 가지인데 교육, 불교, 문학입니다. 교직에 몸담아봤고 불교는 이제 삶이고 문학, 즉 창작은 직업이 됐네요.”

동국대 재학시절 전공이 국문학이었다. 그러니 불교서적도 종종 읽었다. 교내서 인정받던 동국문학상도 타봤다. 퇴임 뒤 체계적인 불교공부를 하고 싶어 2년 동안 불교대학을 다녔다. 서울 관악산 작은 암자에 가족과 다닌 지 20년이 넘었다. 여러 절을 가봤지만 딱 그 암자 그 부처님이 자기 부처님이란다. 법정 스님, 틱낫한 스님이 쓴 불서 여러 권도 신심을 키우는 자양분이었다.

그가 불교계에 이름을 알린 작품은 장편소설 ‘푼다리카’(얘기꾼, 2016)다. 제1회 법계문학상 당선작이다. 운문사를 한국 최고 비구니 교육기관으로 성장시키고 비구니 교육과 권익 증진에 평생 바친 명성 스님 서원으로 2016년 제정됐다. 한국문학 발전과 포교를 위해 좋은 불교문학작품이 탄생하길 바라는 명성 스님 원력이기도 했다. 때문에 불교계에서 주목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다소 고전적이지만 불교미술의 해박한 지식과 불교적 세계관을 차분하고 정제된 문장으로 풀어낸 솜씨”를 높게 평가했다. 깊이 있는 불교작가에 목말랐던 불교계에 단비였다.

“장편 불교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은 진작 가지고 있었어요. 마땅한 소재가 없어서 고심했는데 3년 전쯤 불화를 떠올렸어요. 구상에서 집필까지 약 2년 반 정도 걸렸습니다. 불화를 공부하고자 불교미술학과를 1년 수강했어요. 밑천 삼아 현장을 찾아다니며 그 분야에서 수고하는 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지요.”

우연일까 필연일까 숙연일까. 뜻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 전생에서부터 맺은 오랜 인연일까! 소재를 찾던 중 불화에 마음이 들러붙었다. 절에 수없이 다녔지만 탱화나 벽화를 눈여겨 보지 않았지만 문득 시선이 멈췄다. 불모들 삶이 궁금했다. 아는 게 없었다. 불교미술학과에서 직접 배웠다. ‘푼다리카’는 법계문학상 제정 이전부터 구상한 장편소설이다. 불교작품을 공모하는 곳이 아주 드물었다. 그는 “시절인연이 부처님 가피”라고 합장했다.

‘하얀연꽃’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가 제목이 됐다. 청각장애를 안고 있는 주인공이 불화를 배우며 ‘아미타내영도’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화공 허복과 도반이자 아내 지소연(池素蓮)의 사랑과 예술혼이 줄거리다. 허복의 아내는 ‘연못 지’와 ‘흴 소’, ‘연꽃 연’자를 쓴다. 부부가 세운 불교미술원 이름도 ‘푼다리카’다.

장영우 문학평론가는 “부부이자 도반이 사랑과 예술 그리고 종교적 수행을 위해 정진하는 이야기다. 푼다리카에는 불화 제작과정이나 그것의 수행적 의미에 대한 상세한 서술과 묘사가 리얼리티를 강화한다”고 평했다. 사실이다. 아내를 위한 ‘수월관음도’와 ‘아미타내영도’ 묘사는 진한 울림을 부른다. 또 스승 법현 스님이 허복에게 불화를 가르치며 하는 말은 그려보지 않은 사람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아니다. “선 하나 긋는 힘이 천리 길 걷는 것과 맞먹는다.” “선(線)이 곧 선(禪)이다.” “선을 그을 때는 숨을 멈춰야 한다.” “호흡과 힘 조절, 손과 붓의 일체감, 붓 끝에 닿는 종이의 느낌, 이 세 가지를 명심해라.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성이다.”

“불교소설이라면 보살정신이나 자비심 등 부처님 가르침이 드러나야 합니다. 상업주의와 선정주의에 편승한 흥미 위주 역사소설이나 파계를 다룬 대중소설이 불교소설 허울을 쓰기도 하죠. 한편으로 불교소설을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작품을 썼습니다. 만해 스님과 미당 선생 시처럼 일반인들이 어렵게 여기는 불교를 겉에 드러내지 않고도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그는 ‘푼다리카’에서 보살행을 실천하는 인물을 창조하고 싶었단다. “불교 글을 쓸 때면 늘 그렇듯 또 다른 구업을 짓는 게 아닌가 두렵다”고 했다. “독자에게 감화를 줄 수 있는 ‘한 폭의 변상도와 같은 소설’을 쓸 수 있길 기도한다”고도 했다. 불교문학이라는 거대한 돌탑 속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작중 인물 허복의 토로와 닮았다.

“큰 돌만으로 돌탑을 쌓을 수 없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큰 돌을 받치거나 작은 틈새를 메우기 위해서는 작은 돌멩이가 큰 돌보다 긴요했다. 모든 돌이 생긴 대로 쓰임새가 있었다. 허복은 자신이 작은 돌멩이만도 못하다고 생각했다.”(‘푼다리카’ p.57)

작가 신이산 생각은 겸손에 불과했다. 이미 작은 돌멩이였다. ‘푼다리카’보다 먼저 그를 알린 작품이 있다. 2013년 ‘불교문예’ 신인상을 수상한 단편소설 ‘녹’이다. 인생의 단 한 번 실수로 나락에 떨어져 마음속 ‘녹’을 발견하고 참회한 한 남자의 자기성찰 이야기다. 수미산 둘레길 일주인 ‘코라’에서 남자는 이웃을 위한 기도, 성지순례의 환희심, 윤회를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도 없음을 깨닫는다. 기적만 갈구했고, 참회는커녕 욕심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마음속 독이 자신을 망가뜨렸을 뿐. 그리고 티베트 하늘 위 유유히 날아다니는 독수리를 기다린다.

“‘법구경’의 ‘진구품’에 ‘녹은 쇠에서 생기지만 결국 쇠를 먹어 버린다’는 구절서 따온 제목이에요. 마음속의 녹, 즉 나쁜 마음이 결국 그 사람을 무너뜨린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결국 마음이다. 작가 신이산은 ‘푼다리카’에 이렇게 썼다. 화공 허복이 처음 붓을 들었다. 스승이 경책한다.

“부처님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명심할 일이다. 작가 신이산도 허복에게 스승이 처음 붓을 들려주며 한 말을 잊지 않는다. 그가 문학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다르지 않다. 소재를 향한 연민이 먼저다. 단어를 이루는 글자 하나 허투루 쓸 수 없다. 문장 되고 단락 되고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 안에 대승불교 보살심이 관통해야 한다. 차기작은 ‘역사의 조난자’다. 그 다음 작품 소재는 선(禪)이다. 역시 마음은 솜씨 좋은 화가와 같아 온 세상을 몽땅 그려낸다.

“사실 이 나이가 되면 세속 욕심이 크게 없어요. 욕심 부린다고 안 되더군요. 항상 부족하고 불만이 따라와요. 조금 깨닫는 나이가 되니 정화시키고 맑히고 싶어졌습니다. 문학에 그 결정체가 나올 수도 있겠지요.”

씨앗, 애쓰지 않아도 된다. 본래 꽃피우고 열매 맺을 운명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에서 따왔다는 필명 ‘이산’, 그가 우직하게 옮기는 산이 부처님 가르침이자 문학일지도 모른다. 그 산에 심어놓은 씨앗이 산에서 꽃피울 봄을 기다린다. 자연스럽게, 또 여여하게…. 

time@beopbo.com

 

신이산 작가 추천도서

 

   
 
삶의 정도 / 저자 윤석철 / 위즈덤하우스
경영학 원로 윤석철 교수가 인문사회, 자연과학, 경영학 등 평생 연구한 이론과 업적을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는 ‘목적함수’와 이를 지지해줄 ‘수단매체’가 뒷받침 된다면 ‘생존경쟁’인 삶의 터전에서 의지를 세워 살아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신이산은 “다양한 이론과 사례로 인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과 선택의 기준을 보여 준다”고 추천했다.

 

 

 

   
 
정의란 무엇인가 / 저자 마이클 샌델, 역자 김명철 / 와이즈베리

“정의를 바라보는 견해를 수정하고 바로잡는 기회를 선사한다. 나아가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게 돕는다.” 신이산은 두 번째 추천도서로 ‘정의란 무엇인가’를 꼽았다. 정치 철학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실제로 하버드대에서 강의한 수업 ‘JUSTICE(정의)’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현재까지도 하버드대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강의 중 하나다.

 

 

 

   
 
증오의 세기 / 저자 니얼 퍼거슨, 역자 이현주 / 민음사

기존 역사관에 도전해 동시대인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서술했다. 저자는 방대한 분량의 역사 및 통계 자료를 자유자재로 날카롭게 분석했다. 20세기에 일어난 전쟁의 지정학적 움직임과 사람들의 정서가 결합하는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신이산은 “타자 혐오의 심리적 메커니즘과 정치 경제적 요인이 어떻게 인간을 전쟁에 열중시키는지 분석했다”고 일독을 권했다.

 

 

 

   
 
우담바라 (4권) / 저자 남지심 / 푸른숲

“태산 같은 생의 무게를 이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크나큰 감동을 준다.” 신이산은 남지심 작가의 ‘우담바라’를 높게 평가했다. ‘여성동아’ 공모에 당선되면서 등단한 저자의 대표 장편소설이다. ‘도가다의 종’ ‘먼 비구니의 길’ ‘마니주를 찾아서’ ‘황금전당’ 등 전 4권이다. 진흙 구덩이에서 연꽃을 피우듯 살아가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인생을 그렸다.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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