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44) 울산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기독교계에서 화제로 떠오른 인물이다. 기독교 계통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지만 비판도 끊이질 않는다. 바로 언행 때문이다. 그는 종교인 과세가 기독교 말살정책이고 사회주의적 통제국가 정책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한다. 이슬람이나 동성애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그가 과격한 주장을 쏟아낼수록 기독교계 관심도 커지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그의 강연이 4개월 만에 조회수 35만을 넘어섰다.하지만 그를 지켜보는 불교계로서는 내심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정훈 교수 자신도, 기독교계 언론도 불자
최근 교수임용에 지원한 분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일본에서 불교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때마침 불교 관련 전공자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해당 대학에 지원했다. 각종 서류와 연구실적을 제출하고, 강의 평가 및 여러 차례의 면접 과정을 모두 마치고 이제는 1월말 최종 결과를 기다린다고 했다.그는 심사 과정에서 당혹스러웠던 일들을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에 따르면 응시자들은 반드시 영어로 15~20분 정도 자기 전공을 강의해야 했다. 며칠 동안 준비해 겨우 강의를 마칠 수 있었으나
‘성탄절’ ‘교인’ 등은 보통명사개별 종교 용어로 적절치 못해과학계에도 독선적 용어 만연지난해는 불교계도 다사다난했다. 이 가운데 ‘석가탄신일’이 올해부터 ‘부처님오신날’로 공식 명칭이 바뀌게 된 것은 불자들에게는 참으로 뜻깊은 일이다. 불교계에는 ‘석가탄신일’과 관련해 아픈 기억이 적지 않다.기독탄신일은 일제에서 해방된 1945년부터 미군정에 의해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부처님오신날은 이로부터 30년이 지나서야 공휴일로 지정될 수 있었다. 당시 불교가 1600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대 종교였던 반면 개신교는 5대 종교 가운데 하나일
망각은 때때로 축복이다. 끔찍한 사건과 사고, 속수무책의 자연재해에 노출돼 살아가야 하는 세상. 아프고 두려운 기억이 계속된다면 그 자체로 지옥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억들은 세월과 더불어 흐릿해지고, 그래서 시간이 약이 되고는 한다. 그렇더라도 잊혀져서는 안 될 일들도 많다. 기억해야할 것을 망각하는 순간 비극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불교계로서는 순교자가 바로 그것이다.불교는 지난 1700년 동안 온갖 부침을 거듭하며 한국인의 사상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불교가 숭상되는 시대에는 위대한 사상가가 돋보이지만, 불교가 탄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12월13일 기자회견에서 종단을 정치 집단화시킨 근본 원인으로 선거제도를 꼽았고 이를 적극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종단이 반목을 끝내고 대화합을 이뤄 새 출발할 수 있도록 대탕평의 시간을 갖겠다”며 최근 몇 년간 논의돼온 멸빈자(체탈도첩자) 사면 의지를 밝혔다. 설정 스님이 1994년 종단개혁 당시 개혁회의 법제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멸빈자 사면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1994년 종단개혁과정에서 멸빈 처분을 받은 스님들을 구제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시도됐다. 총무원
지난 12월2일 전국 2000여명의 스님들이 일제히 동안거 결제에 들어갔다. 안거는 여름과 겨울철에 3개월 동안 용맹정진하는 것으로 부처님 때부터 이어져온 수행전통이다. 이번 동안거 결제에 든 100여곳 선원 중 세간의 관심이 유독 많이 쏠린 곳은 인제 백담사 무금선원이다. 설악산 도인이라는 조실 무산 스님의 활구법문이 있어서겠지만 지난 10월말 조계종 총무원장 임기를 마친 자승 스님이 퇴임 후 첫 행보로 무금선원 무문관에 들었기 때문이다.자승 스님의 지난 8년은 찬사와 비난이 교차한 세월이었다. 2009년 10월, 조계종 33대
지난 11월25일 순천 송광사에서는 조촐하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보조사상연구원이 이를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연 것이다. 박보람‧강호선‧김방룡 박사가 교학, 역사, 사상 분야에서 보조사상연구원의 30년을 성찰했고, 조윤호‧이병희‧이병욱 박사가 토론을 맡아 논의를 심화시켰다.보조사상연구원은 한국 불교학에 크게 기여한 교계 학술단체다. 모든 사찰 연구소들의 롤모델로서 큰스님 선양의 바람직한 이정표를 제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2월22일 송광사에서 첫발을 내디딘
불교는 유교, 도교와 함께 동아시아문명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지만 죽음에 대한 관점 차이는 확연하다. 공자는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고 말했지만 불교에서는 ‘죽음을 모르는데 어찌 삶을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윤회의 속박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를 문제 삼는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죽음’은 금기가 아니라 출발점이며 종착지다.불교의 해탈은 죽음은 물론 삶의 굴레에서도 벗어남을 의미한다. 삶과 죽음 모두 윤회라는 동일한 과정에서 나타나고 반복되는 서로 다른 양상일 따름이다. 그래서 불교는 생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다. 민주화 운동에 기여했던 원로와 진보적인 대학교수들 모임인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도 근래 불교 내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지난 4월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이 종단 비방과 주지 재직 시 사찰재산 위법 양도 계약 혐의로 조계종으로부터 제적 징계를 받았을 때였다. 명진 스님과 인연이 있었던 각계 ‘원로’ 40여명이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탄압” “유신독재의 잔재” 등 불교계를 적폐의 온상 취급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는 이해동 목사를 비롯해 함세웅, 문정
며칠 전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보도자료가 왔다. 이곳은 목사님이 재단을 만들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곳으로 불교언론에 보도자료가 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내용은 미담이었다.보도자료를 정리하면 11월9일 서울 아산병원에서는 순수 신장기증 수술이 이뤄졌다. 신장 이식자는 포항에 사는 45세의 형모씨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신장병을 앓았고, 1989년에는 친아버지로부터, 1990년에는 삼촌에게서 신장을 이식받았다. 하지만 2003년 거부반응으로 다른 신장 기증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그러다 14년
지난 10월28일에는 해남지역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1년에 딱 한번 열린다는 미황사 괘불재 현장은 장엄했고, 대흥사 회주 보선 스님의 법문은 울림이 깊었다. 오랜만에 찾은 대흥사도 천년고찰의 위엄과 고즈넉함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도량 어디에나 절절한 신심과 사연이 배여 있겠지만 유독 천불전에 눈길이 갔다. 이곳에 봉안된 옥불과 관련된 200년 전 사건 때문이다.1817년 11월16일은 대흥사 대중들에게 아주 뜻깊은 날이었다. 6년 전인 1811년 2월 대흥사에 큰 불이 나 12개 전각 중 9개가 모두 타버렸다. 이에 초의 스님
며칠 전 해인사 원당암 보광전의 주불인 목조아미타불좌상 복장(腹藏)에서 15세기 후령통과 고려시대 귀중한 전적들이 다량으로 발견돼 관심을 모았다. 지난 8월 개금불사를 위해 복장을 확인하던 중 고려시대 경전들이 납입됐음을 확인한 것이다.그러나 복장 유물 확인 과정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본존불인 목조아미타불좌상보다 협시불인 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목조아미타불좌상은 1983년에도 개금불사를 위해 복장 일부가 개봉됐었으나 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 복장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개봉된 적이 없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