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 제236회 정기회의 마지막 날인 11월 19일, 동화사 주지로 선출돼 사실상 마지막 종회에 참석하게 된 선광 스님이 종책질의에 나섰다. 스님은 “불교 발전에 공헌하고도 사후에 마땅한 예우를 받지 못하는 재가불자가 적지 않다”며 재가불자 추모 제도화를 제안했다. 종단 발전에 기여한 재가자의 생전 활동과 공적을 알리고, 왕생 후에는 추모법회를 통해 신앙공동체의 일원으로 기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재가자 공헌록 도입, 주요 시상 확대, 장례와 추모 지원 등을 제시한 선광 스님은 “그동안 스님 중심
만성 불면증에는 30분이 지나도 잠들기 힘든 입면 장애, 자던 중 총 30분 이상 각성 상태가 되는 수면 유지 장애, 예상보다 훨씬 일찍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조기 각성이 있다. 이런 증상이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 발생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낮 동안 심한 피로감과 권태감을 느끼며, 집중력·기억력·인지 기능이 저하돼 업무나 학업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로 인해 우울감이나 짜증 같은 정서도 호소한다.‘동의보감’에서는 불면증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큰 병을 앓아 기력이 약해지거나, 나이가 들어
인간 인식의 한계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다. 불교 경전 ‘대반열반경’의 ‘사자후보살품’에 나오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의 비유는 작금에 가장 긴요한 가르침이다. 앞 못 보는 이들이 코끼리의 서로 다른 부분을 더듬으며 “이것이 코끼리다”라고 제각기 주장하지만, 실제 ‘코끼리 전체’를 다 알지 못한다. 오늘 우리 사회와 한국불교가 겪는 갈등과 분열의 원인도 이와 다르지 않다.인공지능 시대의 정보 홍수 속에서 우리는 더욱 더 진영 논리와 단편적 인식에 빠져든다. SNS와 미디어는 우리의 성향과 기호를 살펴 보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지식
세상을 다 알 수 있을까. 나는 이 물음에 대해 명료한 답을 알아낼 수 있을까. 그리하여 무지의 어둠에서 두려움과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모든 학문과 종교는 그것에 대한 탐구와 해답을 나름대로 피력하고 있다. 선명상은 파란 하늘을 가린 구름이 걷혀 찬란히 드러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마음에 가림이 없어 본래 청정한 마음을 발현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정한 마음은 여러 겹의 먼지로 둘러싸여 차례로 제거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 안팎의 대상에 대해 붙잡으려 하고, 취착하려 하는 마음 작용이 먼지를 일으킨다.
조계종이 11월 18일 조계사에서 산재사망 희생자 추모 위령재를 봉행했다. 정부·국회·노동계·유가족 1000여 명이 참석하여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사회적 공론장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천도법문에서 “모든 존재는 불성을 지녔으며 어떤 생명도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6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2000여 명이 사망했고, 2025년 상반기에만 1120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경제 선진국이라는 한국이 이처럼 OECD 최고 수준의 산재 사망률을
필자가 2024년 10월 15일에 “‘직지’보다 앞선 금속활자본 ‘자비도량참법집해’ 찾았다”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을 제보하여 기사화된 적이 있다. 개인 소장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공인본, 대성암본으로도 알려져 있음)가 ‘직지’를 인쇄한 활자와 다른 금속활자로 인쇄된 금속활자본이며, ‘직지’가 간행된 고려 우왕 3년(1377) 이전에 인쇄된 판본이라는 연구 결과가 한국문화유산보존과학회 학술지인 ‘보존과학회지’ 제40권 제4호에 게재되었다. 개인 소장본과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2010년에 보물로 지정된 ‘자비도량참법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는 의외로 크다. 한 나라 전체를 향한 시선 자체를 바꿔놓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최근 발생한 캄보디아 납치·살인 사건 이후, 동남아시아 전역에 대한 공포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SNS에는 ‘가지 말아야 할 나라’ 목록이 여기저기 돌고, 여행 취소 후기가 곳곳에 넘쳐난다. 개인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따로 있다.그 지역에서 묵묵히 인도적 활동을 이어온 NGO들이 후원 감소와 관심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참담한 비극의 여파가 절실한 도움을 기다리는
겨울 새벽 공기는 폐 속까지 시리다. 하지만 더 위험한 것은 찬 공기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치솟게 하는 것이다. 체온이 0.5도만 내려가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혈관은 긴장상태가 된다. 실제로 심근경색과 뇌졸중은 겨울철 새벽과 아침 시간대에 집중 발생한다.혈관은 생명의 통로다. 40대부터 내피세포 벽이 쉽게 손상되고, 그 틈새로 콜레스테롤이 침투하면서 죽상경화반이 쌓인다. 동맥경화는 현대인 질병의 근원이지만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더욱 위험하다. 처음 나타나는 신호는 협심증이다. 가슴이 조이듯 아프고, 왼쪽 어깨나 턱으로 통증
누구나 보이스피싱 전화를 몇 번은 받아봤을 것이다. 모바일청첩장, 대출사기, 기관사칭, 정보탈취, 납치사기, 가족사칭, 몸캠사칭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초기에 김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시작되어 이제는 국제적 기업 행세를 하는 큰 범죄조직까지 생겨나 사기와 폭력 심지어 장기밀매와 살인까지 저지르고 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외국에 IP를 두고 있어 추적과 검거가 어렵다. 그래서 행적당국 또한 손을 놓고 있었다. 필자도 신고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고, 조심하라는 피드백 이외에는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피해는 고스
APEC 정상회담은 ‘지속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걸쳐 천년 불교문화도시 경주에서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21개국 정상들을 비롯한 각국의 정치·경제·문화계 등의 주요 인사들은 인류가 당면한 주요 현안들에 대한 대안을 모색했다.‘연결'의 과제는 세계 경제 속 상호의존을 강화하고, 안정적 공공과 포용적 성장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혁신'의 과제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술 혁신은 인간 중심의 방향성을 잃지 않아야 하며
11월 22일, 조계사 청년회 정기법회가 5000회를 기록한다. 1977년 2월 15일부터 48년 동안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지속해 온 법회가 드디어 5000회라는 이정표에 도달한 것이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청년불자들이 법당을 지키며 법을 배우고 수행을 이어온 이 기록은, 한국불교 신행 역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한 세대를 넘어 이어온 ‘청년불교의 생명력’ 그 자체라 할 수 있다.조계사 청년회의 뿌리는 1920년 만해 스님이 세운 대한불교청년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를 통한 민족의 각성과 심신 계발, 사회 정화라는 청년불교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는 크다. 한 나라 전체를 향한 시선 자체를 바꿔놓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최근 발생한 캄보디아 납치·살인 사건 이후, 동남아시아 전역에 대한 공포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SNS에는 ‘가지 말아야 할 나라’ 목록이 돌고, 여행 취소 후기가 넘쳐난다. 개인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따로 있다.그 지역에서 묵묵히 인도적 활동을 이어온 NGO들이 후원 감소와 관심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참담한 비극의 여파가 절실한 도움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웃들을 향한 자
조계종 중앙종회 제236회 정기회에서 ‘비구니 호계위원 신설’을 위한 종헌 개정안이 재적 3분의 2 정족수에 단 1표가 모자란 53표 찬성으로 부결됐다. 이 한 표가 던진 충격은 컸다.이번 중앙종회 개회 전, 다수의 비구 종회의원으로 구성된 종책모임들은 이 종헌 개정안 가결에 뜻을 모은 분위기였다. 앞서 9월 열렸던 중앙종회 235회 임시회에서도 비구니 종회의원을 포함 70명의 종회의원들이 같은 취지로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비록 절차상의 문제로 이월됐지만 ‘다음 종회에서는 반드시 가결될 것’이라는 비구스님들의 약속은 이번
의료의 발달, 건강관리, 미용시술, 사회활동의 증가 등으로 중년의 여성과 남성 모두 예전보다 젊고 건강해졌다. 특히 여성은 폐경이 이루어지는 50세쯤부터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인식이 무색해진 셈이다. 그러다 보니 폐경 이후에도 이전과 같은 젊음과 건강을 바라게 된다. 그러나 노화는 숙명이므로 질병 없는 생명 연장, 즉 건강 수명을 지키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한국인의 건강 수명(65.8세)은 기대 수명(83.5세)에 비해 17.7년이나 짧다.갱년기와 폐경 이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골다공증이나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여러
현 세계의 가장 큰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회연설에서 인공지능 3대 강국을 목표로 삼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일어나고 있지만 향후 AI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는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그렇다면 태풍처럼 몰아치는 이 현상을 불교계는 어떻게 봐야할까. 2019년에 일본 교토의 고태사(高台寺)에서는 안드로이드 관음보살 ‘마인다’를 도입했다.
인도에서 불교가 생기기 이전 브라만교에 의해 성립된 사성(四姓) 계급 제도는 지금도 여전히 인도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성계급은 사제 계급인 브라만을 시작으로, 왕을 위시한 군사 계급 끄샤뜨리야, 생산과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바이샤, 그리고 오로지 다른 세 계급을 위해 봉사하는 하인 계급 수드라로 구성된다.브라만교는 경전 ‘베다’에 근거해, 브라만을 제외한 하위 세 계급은 여러 생에 걸쳐 공덕을 닦아야먄 결국 브라만으로 태어나 마지막 수행을 통해 해탈(브라흐만과 하나 됨)에 이를 수 있다고 설한다.그러나 불교는 이러한 계
불자들 자신이 정진하며 써 내려간 글은 마음속 부처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다. 12년째 이어진 ‘조계종 신행수기·발원문 공모전’은 바로 그 마음의 기록이자, 불교 신행문화의 발전과 변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창이다. 11월 4일 동국대 서울캠퍼스 중강당 남산홀에서 열린 제12회 시상식은 신행 체험이 공동체의 원력으로 확장된 불교문화운동의 결실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12년간의 여정은 곧 한국불교 신행 문화의 성숙사를 보여준다. 초기에는 신행수기 부문만 있었으나, 제7회부터 발원문이 추가되어 ‘체험과 서원’을 함께 담았다. 교정교
10월 29일 광화문 광장에 추모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 159명의 젊은 생명을 앗아간 그날의 비극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유가족들의 아픔은 가시지 않았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향한 외침은 계속되고 있다.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한 불교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그 긴 시간 동안 유가족들 곁을 묵묵히 지켜왔다. 국가의 무책임과 사회적 외면 속에 고립될 수 있었던 유가족들에게 이들은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참사 직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희생자들의 극락왕생
우울증(憂鬱症)을 앓는 사람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2020년 87만1926명에서 2024년 89만1730명으로 늘었다.서양의학에서 우울증(Depressive disorder)은 생각, 의욕, 행동, 수면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로, 뇌신경 정신질환으로 분류된다.한의학은 음양오행설로 인체의 생리·병리를 설명한다. 달(月)과 해(日)가 음(陰)과 양(陽),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가 오행(五行)에 해당한다. 오장(肝心脾肺腎), 오방(東西南北中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