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에 있어서 빈승에게는 사리가 없으며 온갖 번잡하고 불필요한 격식은 일절 없애고 단지 간단히 몇 글자만 쓰면 됩니다. 빈승을 기리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인간음연(人間音緣) 찬불가’를 부르면 그만입니다. 만약 모두가 마음속에 인간불교를 갖고 있어서 항상 인간불교를 봉행한다면 이것이 빈승을 가장 잘 기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가장 바라는 일입니다."전파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수여하는 ‘진선미전파공헌상’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삼호운동을 잘 실천한 학교에 주는 삼호학원상, 세계 중국어문학 성운
"인간불교는 분명히 미래 인간세상을 밝혀주는 불빛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좋은 말을 하는 것은 참된 진(眞)이고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착한 선(善)이며 좋은 마음을 갖는 것은 아름다운 미(美)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좋은 말하기, 좋은 일하기, 좋은 마음 갖기 등 삼호 운동을 쉼 없이 실천해 진선미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합니다."“영광은 부처님께 돌리고 성취는 대중에게 돌리며 이익은 사회에 돌리고 공덕은 신도에게 돌린다(光榮歸於佛陀 成就歸於大眾 利益歸於社會 功德歸於信徒)”고 했습니다. 이러한 가르침과 이념을 모두들 잘
“세간의 모든 것에 대해서 생겼다고 기쁘게 느끼지 않았고 없어졌어도 아깝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인생은 마음이 내키는 대로 걸림이 없고 인연에 따르면서도 연연하지 않으면서 불도에 감응하고 불법에 부합할 수 있으면 가장 부유한 인생이라고 항상 생각했습니다.”빈승이 출가한 70여년 간 생사문제에 대해서 자주 토론했습니다. 태어나면 죽어야하고 죽으면 태어나는 것은 마치 계절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이 있고 물질에 ‘성주괴공(成住壞空)’의 무상함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는 당연히 ‘노병생사’의 윤회가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죽음에 대
"다쿠앙 선사는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잠깐의 시간이라도 귀한 보석처럼 여겨라”라고 설하셨습니다. 시간을 잘 쓸 줄 아는 사람의 시간은 정신적 시간이라서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고금으로 통달합니다. 시간을 잘 쓸 줄 모르는 사람의 생명은 흐리멍덩하여 보잘 것 없고 한계가 있게 됩니다."2015년 4월 중국 강소성 감진도서관(鑑真圖書館)과 대각사에서 ‘채식박람회’가 거행되었는데 한 달 전부터 준비업무가 시작됐습니다. 보통 수십 명이 모여 사전회의를 하고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지만 저의 경우에는 단지
가뭄에 단비가 으뜸이요.주린 배는 시장이 반찬이라.추위를 이긴 고목에 한 송이 꽃잎이 귀함이요.목마른 사막이라야 오아시스의 희유함을 보리라.오직 간절한 구함이 있다면무심히 깊은 굴속이 목전이니홀연히 한줄기 빛이 무한히 가득함을보지 않으랴.[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불자(拂子)가 놓여있다. 모습은 올곧고 빛깔은 영롱하다. 검게 칠한 표면에 상감한 은(銀)과 나전(螺鈿)이 하나의 문양을 이룬다. 얇은 자개와 대모가 만들어낸 국화당초문(菊花唐草紋)이다. 국화와 넝쿨무늬는 섬세한 은선 안에서 빛을 발한다. 자개의 총천연색은 색의 향연을 불러일으키고, 대모에 배채된 붉은빛이 향연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은은하게 드러난 빛의 여운은 이내 불자를 감싼다.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에서 선보인 김종수의 불자다. 불자란 무엇인가? 별명이 불주(拂麈), 불진(拂塵)이다. 주미(麈尾)라고도 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고 했던 것은 임제였지만, 그런 얘기를 한 것이 임제만은 아니었다. 부처를 만날 때마다 죽일 줄 알아야 진정 부처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그럴 수 있었을 게다. 그러나 실은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게 부처임을 알기에 그럴 수 있었을 게다.선사들 학인들에게 서슴없이 목 내놓아부처 죽일 자는 부처 죽일 필요 없는 자남의 머리 아닌 스스로에게 부처를 봐야이런 것이 선승이니, 그들 자신 또한 부처와 ‘조사’를 겨눈 학인의 칼에 죽기를 주저하지 않는 분들일 것이다.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는 말은, 학인들
지난 일 년 간 ‘지옥을 사유하다’라는 주제로 일주일에 한 편씩 칼럼을 써왔는데 어느 덧 마감할 때에 이르렀다. ‘사유하다’라는 개념에는 지옥사상이 파생시킨 문화현상에 대한 파악이나 지옥교설의 경전적 지식의 전달을 넘어서는 통찰이 전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함부 경전에서부터 훨씬 뒤에 나온 대승경전에 이르기까지 지옥교설의 층위는 두터웠고, 서로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가 싶다가도 판이하게 다른 용어와 내용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갈수록 복잡하게 죄악상을 반영하고, 계율과 교의의 그물을 촘촘하게 엮어갔던 흔적이 발견된다. 다시 말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도 시간일 것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물론이고 단단하고 뾰족한 모든 물질들마저 무상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시간이니까요. 세월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붉거나 푸르거나 샛노랗던 모든 욕망을 속절없이 무력화시켜 흙으로 되돌립니다. 시간이라는 그 무한궤도의 열차는 모든 육중한 산맥의 예리한 능선과 거기에 박힌 화강암과 금강석 따위의 단단한 모서리마저 무뎌지게 만들어냅니다. 고저장단(高低長短)의 사연과 경과만 있을 뿐 모두를 흐트러뜨려 마침내 부드러워지게 합니다. 과학은 그것을 엔트로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이네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러 오신 그분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그분을 기리는 모든 분들께도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갓난아기의 탄생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온 존재는 세상의 어떤 선물보다 귀하고 값진 것이죠. 쌔근쌔근 숨소리, 미소, 활짝 웃는 표정, 손가락과 발가락의 꼬물거림까지 어느 것 하나 경이롭지 않은 것이 없지요. 그 생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온 그 존재를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하
이번 생, 잘 살고 싶다.불교는 내게 있어 나침반이다. 부처님의 수승한 가르침이 나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 최적화 되도록 노력하며 살고 싶다. 그렇게 해서 이번 생에서 마친다면 어떨까. 윤회가 끊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윤회가 끊어지지 못 한다고 해도 마음 아프진 않을 것 같다. 이번 생에 부처님과 인연이 다음 생에서 더욱 더 견고해진다면 그것도 참 좋겠다.불교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에는 계기가 있었다.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그해 겨울, 마지막 날 눈길을 올라 찾았던 곳이 바로 절이었다. 당시 불자가 아니었지만 알
"솔직히 말해서 사람이 팔순 고령이 되고나서야 한탄에 빠져야 하는 걸까요? 어찌하여 조금 더 일찍부터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을 아끼지 않을까요? 특히 지금의 노인층과 젊은이 사이에는 세대차이가 생겨나고 있는데 대체로 시대에 맞춰서 나아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이 사상적으로 쉽게 낙오되고 있습니다. 인생 삼백 살은 항상 자신이 수고하면서 부지런히 만들어내야 합니다. "성현을 따라 배우고 지혜와 정직함, 선량함으로 인과법을 굳게 믿고 생명의 잠재적인 능력까지 마음껏 발휘해 내면서 정신적인 사업에서 ‘삼백 살’이 넘게 살도록
섣달 그믐날 종을 33번 울리는 의식을 통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제야의 종은 1953년부터 시작되어 이제는 연말이면 꼭 거쳐야하는 행사가 되었다. 종을 타종하며 옛 것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이 전통은 원래 사찰에서 음력으로 섣달 그믐날 밤 108번뇌를 떨쳐내는 의미로 범종을 108번 타종하는 법식을 본 딴 것이다. 사찰에서 종을 울리는 법식은 ‘증일아함경’에 나오는 7월 보름 부처님 말씀을 받들어 대중을 모으는 신호음으로 간타(GHANTA)를 울리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범종을 치는 횟수는 법식에 따라 다른데 저녁에는 욕계, 색
칼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자료를 찾으러 건국대 도서관에 가는데 저녁 6시가 다 되었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두 서너 시간은 걸릴 테니까 저녁밥을 먹고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지하상가에서 밥을 사먹은 뒤 생수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며칠 전부터 감기약을 먹고 있어 물이 필요했다. 마침 에스컬레이터 옆에 편의점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카운터에 스물 안팎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서 있었다. 냉장고에 넣어 둔 물 말고 실온에 있는 물 있느냐고 물었다. 요즘 날씨에는 창고에 있는 물은 얼기 때문에 차라리 냉장고에 있는 물이 덜 차
다시 이야기를 ‘삼국유사’의 맨 앞으로 돌려보려고 한다. ‘삼국유사’의 처음은 ‘왕력(王歷)’으로 시작한다. 곧 ‘연표’다. 그 틀을 보면 신라, 고구려, 백제, 가야의 순으로 정리되어 있고, 맨 위에는 중국의 연표를 두었다.전설은 은유로 표현된 역사옛 전설들 모아 신화 만들어‘삼국유사’ 많은 학자들 연구국사 연구에 있어 절대원전‘술이부작’ 논어 경전됐듯이삼국유사도 ‘술이부작’ 기록올 한해 ‘삼국유사’ 연재 통해신화의 합리적 설명에 노력 실제 본문에서는 가야, 고구려, 백제, 신라의 순으로 기록되지만, 중심 이야기가 신라인만큼 왕력
벌써 동지다. 매년 지나는 시간이지만 연말이 되면 항상 ‘벌써’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어린 시절 황진이가 지은 시조를 배웠다. 애틋하게 동짓밤을 읊은 그 시조를 배우며 당시에는 그 애절한 마음은 다 알 수 없었지만 동짓날 밤이 매우 길고도 길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가야 할 길이 먼 사람은 그 아득함으로 인해 시간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 잃어버린 어린시절 꿈똑같이 품고 있는 아이들그들이 살아갈 미래 세상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실제 어른이 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적다. 어린 시절엔 정말 어서 어른이 되고 싶
“이렇게 여러 보살들이 제각기 말하고 나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법입니까?’ 문수가 답하였다. ‘내가 생각하건대 일체 법에 대해 말 할 것도 없고 말 하지도 않고 보거나 알 것도 없고 모든 법문조차 떠나는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문수사리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거룩한 이여 우리들이 이제 제각기 자신의 의견을 말하였으니 어떤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인지 말씀하소서.’ 이때에 유마힐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문 채 잠잠히 있었다. 그러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32상으로 성인 판단 시도손 보고 문장력 판단하는 격병에 얼굴 뒤틀린 호킹 박사인류 최고 과학자 평가받아사람들은 특이한 신체적 특징으로 사람을 평가하려 한다. 유가(儒家)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했다. 일단 풍채를 보고 말 글 판단력을 본다. 옛사람들은 아직 유전자의 존재를 몰라서 육체적 특징이 정신적 능력과 무관함을 몰랐다. 파란 눈은 신비해 보이지만 그게 다이다. 더 잘 보는 것도 아니고 더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갈색의 몽고인 눈이 훨씬 낫다. 시
원문: 배휴가 물었다. “만약 무심이라면, 이 도를 행해서 얻을 수 있는 겁니까?” 선사가 답했다. “무심이 곧 도를 행하는 것이다. 다시 무엇을 더 얻고, 얻지 못한다고 말하는가? 다만 잠깐이라도 일념을 일으키면 문득 경계에 끌려간다. 만약 일념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곧 경계도 사라진다. 망심이 스스로 사라지면, 다시 쫓아서 구할 필요가 없다.” 배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삼계를 벗어나는 것입니까?” 선사가 답했다. “선악을 모두 사량하지 않는 것이 삼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신 것은 삼계를 깨뜨리기 위함이다.
“그때에 유마힐이 여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보살들은 어떻게 해서 둘이 아닌 법문에 들어가나이까? 각자 좋은 점을 말씀해 주소서.’ 법자재 보살이 말하였다. ‘생하고 멸함을 둘이라 합니다. 그러나 법의 본성은 생하고 멸함이 없으니 이렇게 무생법인을 얻는 것을 둘 아닌 법문이라 합니다.’ 덕정 보살이 말하였다. ‘더러운 것과 깨끗한 것이 둘이라 합니다. 그러나 더러운 것의 참 성품을 보면 깨끗함도 없나니 이를 둘 아닌 법문이라고 합니다.’ 진천보살이 말하기를 명과 무명이 둘이라 합니다. 무명의 참 성품이 명이며 명도 취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