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인식의 한계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다. 불교 경전 ‘대반열반경’의 ‘사자후보살품’에 나오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의 비유는 작금에 가장 긴요한 가르침이다. 앞 못 보는 이들이 코끼리의 서로 다른 부분을 더듬으며 “이것이 코끼리다”라고 제각기 주장하지만, 실제 ‘코끼리 전체’를 다 알지 못한다. 오늘 우리 사회와 한국불교가 겪는 갈등과 분열의 원인도 이와 다르지 않다.인공지능 시대의 정보 홍수 속에서 우리는 더욱 더 진영 논리와 단편적 인식에 빠져든다. SNS와 미디어는 우리의 성향과 기호를 살펴 보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지식
누구나 보이스피싱 전화를 몇 번은 받아봤을 것이다. 모바일청첩장, 대출사기, 기관사칭, 정보탈취, 납치사기, 가족사칭, 몸캠사칭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초기에 김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시작되어 이제는 국제적 기업 행세를 하는 큰 범죄조직까지 생겨나 사기와 폭력 심지어 장기밀매와 살인까지 저지르고 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외국에 IP를 두고 있어 추적과 검거가 어렵다. 그래서 행적당국 또한 손을 놓고 있었다. 필자도 신고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고, 조심하라는 피드백 이외에는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피해는 고스
현 세계의 가장 큰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회연설에서 인공지능 3대 강국을 목표로 삼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일어나고 있지만 향후 AI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는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그렇다면 태풍처럼 몰아치는 이 현상을 불교계는 어떻게 봐야할까. 2019년에 일본 교토의 고태사(高台寺)에서는 안드로이드 관음보살 ‘마인다’를 도입했다.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그래도 달빛은 광활한 가을 하늘을 가득 품어 안고 가을의 정취를 흠뻑 전해준다. 여름과 겨울이 너무 길어 봄과 가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고 한다. 사람의 일생을 사계절에 비유한다. 유연 시절을 새봄으로, 청장년기를 나뭇잎이 무성한 여름으로, 장년기를 지나면 가을에 비유하게 된다. 가을은 여름 내내 무성하던 잎들을 고운 단풍빛으로 물들이고 겨울이 오기 전에 그 잎들을 다 내려놓고 차디찬 혹한의 외로움을 준비한다. 마치 사람의 일생과 계절은 너무 닮았다. 우리같이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은 지역의
‘부처님 제자’라고 자처하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있다. 불자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정각회’ 회원들도 있고, 대통령실을 비롯한 중앙정부와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불교신행 모임을 이끌거나 참여하며 불교계를 지원하는 고위 공직자들도 있다. 대부분은 “역시 부처님 제자답다”는 평가를 받지만, 때로는 “저 사람이 불자야?”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이런 이유는 단지 그들이 불교 교리를 깊이 공부하지 않았거나, 신행 활동을 게을리해서가 아니다. 언론의 주목을 받으려고 확인되지 않은 말을 함부로 내뱉거나, 표정과 말투에서 증오와 원망이 드러나기
유독 불교 인구만 줄고 있다. 2025년 6월 9일 미국 퓨연구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보고서, ‘2010~2020 세계 종교 지형 변화’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불교 신자는 세계 인구의 4.1%에 해당하는 약 3억 2400만 명이다. 2010년의 4.9%에서 무려 약 1900만 명이나 줄었다. 물론 다른 통계조사 기관 세계인구리뷰(World Population Review)의 자료에서는 2025년 불교 인구 추정치가 약 5억 600만 명(세계 인구의 6.6%)으로 나타난다.Pew 보고서를 다시 보자면
요즘 종교계가 정치에 깊숙히 개입한 정황으로 시끄럽다. 쉬쉬하던 커넥션들이 드러난 것이다.대부분의 종교계는 종교와 국가의 관계에 대해 갖는 시각이 대동소이하다. 예를 들면 정치 이념에 각각의 종교철학이 반영되었으면 한다. 또한 정치인들이 예우로 종교계를 방문하면 종교계는 종단의 중요한 사업을 건의하는 등 기회로 삼기도 한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어떤 종교에 편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늘 의심한다.선거 때 부탁도 하고 건의도 하며, 될 수 있으면 불교의 자비와 지혜의 이념을 바탕으로 위정자의 덕목을 주문한 적이 있다. 정치인들이 영향력 있
최근 통일교 문제로 종교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일교는 일본에서 아베 신조 전 수상의 피살사건을 계기로 정부로부터 종교해산 명령을 받고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치자금 제공 문제로 최고 지도자가 구속되었다. 어떤 결말이 날지 아직은 판단하기에 이르지만 헌법 제20조에 명기된 ‘정교분리’를 다시 돌이켜보게 한다.헌법에 정교분리가 명문화된 것은 미국 헌법을 모델로 한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다. 유럽의 중세 교황과 군주들 간의 갈등에서 시작하여 16-17세기 종교전쟁,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확립되었다. 프
부서를 옮겼다. 같은 자리에서 오래 머무는 것이 좋은지 일정 임기를 두고 교체하는 것이 좋은지를 두고 항상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조계종은 주지 임기를 4년으로 정하고 있다. 물론 연임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이견이 많다. 뭔가 지속적으로 일하려고 하면 임기가 종료되어 장기적인 비전을 두고 사찰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도 굳이 임기를 4년으로 제한한 데는 제한하지 않는 것보다 유용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뜻을 두고 임명받은 사찰에서 많은 일을 하고자 하는 스님들은 짧은 임기제를 참으로 안타까워
1949년 후반 마오쩌뚱의 인민해방군이 장제스의 군대를 물리쳐 국민당 정부가 타이완으로 옮겨갔다. 이후 전 세계의 눈길은 홍콩의 운명에 쏠렸다. “영국으로서는 일단 파죽지세로 남하해오는 공산군에 대응해 자위 태도를 갖추었다. 5000명이던 홍콩 주둔 군사력을 탱크 부대까지 포함 5만 명으로 늘렸다. 공산군이 이들 영국군을 물리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100만 명의 병력 희생을 치러야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영국은 그 대가로 1950년 1월 서방 최초로 공산 정권을 승인하였다. 중국으로서는
얼마 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세계적인 언론에서 한국불교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한국불교는 지금 위기의 문턱을 서성이고 있는 동시에 새로운 실험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세계적인 관심까지 마주하게 된 것이다.기자는 ‘불교 코어(Buddhism Core)’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는 메일을 미리 보내왔다. 이리저리 찾아 정리해 보니, ‘불교 코어’란 요즘 젊은 세대가 불교적 감각을 자신의 일상에 녹여내려는 새로운 흐름을 뜻하는 말이었다. 발레 코어(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른 아침부터 ‘오픈런’ 행렬이 이어진다. 올해만 벌써 수백만 명이 다녀갔고,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반가사유상이 모셔진 ‘사유의 방’이다.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에 걸치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깊은 사색에 잠긴 모습은 생로병사에 대한 고뇌와 깨달음을 상징한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전, 태자 시절 인생무상을 느끼며 고뇌하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조각가 최종태 씨는 “반가사유상의 미소는 입만 웃는 것이 아니라 얼굴과 온몸이 함께 웃는다”며 “평생 조각을 해왔지만 그 미소를 아직 구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간은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 전 세계의 신문·TV·잡지는 물론이고 인터넷과 휴대폰에 의해 무제한의 지식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 중에 16~17세기 인쇄술의 발달로 발생한 잡지는 근·현대에 이르러 전 인류를 계몽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디지털의 발달로 유튜브 같은 영상매체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지만, 잡지는 여전히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인간에게 나침반이 되어 주고 있다. 불교계의 경우, 식민강권통치 하의 1910년대부터 해방 전까지 약 30종의 잡지가 발행되어 불교인들의 구심점이 되었다.
역사를 배우다 보면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현실의 사건들이 발생한 당시의 기록들이 항상 더 생생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역사는 도도히 흘러가고 그 기록은 후대에서 정리하고 냉정히 평가하기 마련이다. 기억의 저편으로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관점을 새로이 하여 정확히 기록하는 역사가들이 있어 우리들은 과거 사람들의 삶을 재구성하여 볼 수도 있고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어떤 역사가는 집필한 역사기술에서 한자의 오류라도 발견하면 엄청난 금액을 주겠다며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아동 성범죄 은폐라는 충격적 사건을 다룬 영화가 있다. 천주교의 미국 보스턴교구 사제 성추행 사건을 파헤친 영화 ‘스포트라이트’와 프랑스 리옹교구 사건을 다룬 ‘신의 은총으로’이다. 두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몇 해 전 ‘스포트라이트’를 보고서 안타까움과 분노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어느 언론사나 기자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올리히 슈나벨의 ‘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를 읽다가, 미국 가톨릭교회에서 벌어진 아동 성범죄 은폐 사건을 접하고
지난 15년간 주어사지 안내판은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임을 일방적으로 표기하여 불교의 뿌리 깊은 역사를 외면해 왔다. 최근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의 장기간에 걸친 치열한 노력으로, 주어사지 안내판이 불교와 천주교의 공동 역사를 담은 새로운 형태로 교체됐다. 이는 불교 역사 바로 세우기임은 물론, 공직사회의 종교적 중립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주어사(走魚寺)는 조선 후기 박해받던 천주교 신자들이 불교의 품 안에서 학문을 이어갔던, 한국 종교사에 드물게 두 종교가 한 공간을 역사적으로 공유한 곳이다. 그럼에도 2011
학인 시절 편집실에 유일하게 컴퓨터와 복사기가 있었고, 이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손안에 들어왔다. 컴퓨터가 단순히 일손을 덜어주는 수준이었다면, 인터넷은 독점적인 정보를 일순간에 세계 구석구석으로 확산되게 했다. 컴퓨터의 세계에서 내가 잃어버린 것은 많았다. 손으로 하던 문서 작업과 행정적인 일들은 줄었지만, 수많은 일자리가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었고, 개인적으로는 멋들어지게 써내려갔던 일필휘지의 글씨, 전화번호 기억, 길 찾기 등 아날로그의 정서들도 함께 사라졌다. 인터넷의 발전은 마치 삼천대천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천안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들과 미국 연수를 하고 있다.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을 중심으로 미국의 자연과 역사를 보며 공부하는 중이다. 자동차를 몰며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토지를 바라보면 부러울 뿐이다. 뉴욕주만 해도 남한의 1.4배, 인구가 2000여 만 명이나 된다. 건국 당시부터 지금까지 세계 곳곳의 이민자들이 모여 만든 미국 전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3억 4천여 만 명의 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 80억 명의 4.3%이다. 이러한 나라가 2023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의 17%, 석유의 20%를 소비했다. 2023년까지 누
지구촌 전체가 폭염 이야기로 들끓고 있다. 이렇게 모두가 더위를 이야기할 때 온종일 가슴 써늘한 기운으로 하루를 보내야 했다. 부산 여고생 3명의 죽음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무슨 비행 청소년의 문제인가 했다. 기사를 들추어보니 지금까지는 정확한 원인은 판명되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안타까움이 커져만 간다. 어떠한 이유로도 자연사가 아닌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인에는 우리들이 경각하고 저항해야 한다. 특히나 젊은이들의 그러한 결정에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불교계에서는 새로운 전법의 길로 함께하는 불교를 실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6월 24일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휴전이 성립되었다지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이럴 때마다 ‘구약성서’의 두려운 구절이 떠오른다. “너, 이스라엘아 들어라. 우리의 하느님은 야훼시다. 야훼 한 분뿐이시다.”(‘신명기’ 6:4) 그리고 이어지는 무서운 명령, “그때 너희는 그들을 전멸시켜야 한다. 그들과 계약을 맺지 말고 불쌍히 여기지도 마라. 그들과 혼인을 맺으면 안 된다.… 그런 짓을 하면 너희 아들이 나를 떠나 다른 신들을 섬기게 될 것이고, 그리되면 야훼께서 진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