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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교일치를 꿈꾸는가

기자명 진원 스님

요즘 종교계가 정치에 깊숙히 개입한 정황으로 시끄럽다. 쉬쉬하던 커넥션들이 드러난 것이다.

대부분의 종교계는 종교와 국가의 관계에 대해 갖는 시각이 대동소이하다. 예를 들면 정치 이념에 각각의 종교철학이 반영되었으면 한다. 또한 정치인들이 예우로 종교계를 방문하면 종교계는 종단의 중요한 사업을 건의하는 등 기회로 삼기도 한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어떤 종교에 편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늘 의심한다.

선거 때 부탁도 하고 건의도 하며, 될 수 있으면 불교의 자비와 지혜의 이념을 바탕으로 위정자의 덕목을 주문한 적이 있다. 정치인들이 영향력 있는 종교지도자들에게 관심 갖고 밀착하려는 일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선거철이 되면 종교적 입장을 바꿔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문제는 개개인의 종교적 신념과 가치는 자유이지만, 정계에 진출한 사람들이 편향성을 갖고 특정 종교의 신념을 국가의 법, 제도, 정책 등에 반영하려는데 있다. 예를 들면 젠더 문제가 특정 종교의 압력으로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고, 어떤 신흥종교는 정치권의 권력과 그 종교의 권위가 하나로 통합되는 체제를 중심에 두고, 그 종교의 이익을 위해 아예 선거 때부터 재원과 선거인단으로 개입해 불공정한 선거를 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정치와 종교의 행위들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원리를 침해하고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태로든 정치에 압력을 넣고 자기 종교의 이념과 세력을 구축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정교일치를 꿈꾸지 않는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 또한 부정할 수가 없다.

‘불교는 이러한 행위들에 자유로운가’는 되돌아봐야 한다. 선거 며칠 전에 대규모 승려대회를 하는 등의 행위는 국민적 시각에서 누가 봐도 정치적 개입으로 보인다. 물론 정치권의 불교에 대한 혐오적인 언어가 명분이 되었지만 그 속내는 말하지 않아도 주지의 사실이다.

현대사에서 개신교가 정권의 지원으로 세를 확장한 사례나, 신흥종교가 위법하게 선거에 개입하는 모습은 잘 알려져 있다. 특정 종교가 몰표를 동원해 유리한 정책을 독식한다면 국가정책이 과연 공정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야말로 정교의 커넥션이자 비민주적인 정교일치를 꿈꾼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정치인을 응원하고 선출하는 것은 특정종교의 지도자를 뽑는 것이 아니다. 선출된 정치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다종교 사회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공격적이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일탈 된 행동이 어쩌면 불씨가 되어 종교 간에 불협화음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 종교가 엄정중립을 지킴과 동시에 정치인들 또한 개인의 종교적인 신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헌법을 수호하고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확고해야 한다.

이번 계기로 각 종교단체는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덕담을 넘어 정치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넣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정치인들 또한 표를 위해 종교를 이용해서도 절대 안된다. 정치는 모든 국민을 화합하고 대의 하는 것이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교황을 선출하는 것도, 목사를 선출하는 것도, 승려를 선출하는 것도 아니다.

종교는 정치에 엄정중립을 지켜야 한다. 정치는 종교계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 복지관장 suok320@daum.net

[1796호 / 2025년 10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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