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1년부터 5개 연차로 이어진 함안 의곡사지 발굴조사가 공식 성과보고회와 현장공개를 통해 주요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통일신라~고려시대 함안 지역 불교문화의 핵심 거점이었던 의곡사의 위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함안군(군수 조근제)과 불교문화유산연구소(소장 혜공 스님)는 11월 25일 함안박물관과 의곡사지 발굴조사 현장에서 ‘함안 의곡사지 발굴조사 성과보고회 및 현장공개’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회는 2021~2025년까지 진행된 발굴조사의 첫 공식 종합 발표로, 사역 구조와 출토유물이 한번에 공개되면서 함안 지여 거점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청되는 의곡사지의 실체가 더욱 뚜렷해진 자리가 됐다.

보고회에는 불교문화유산연구소 혜공 스님, 임석규 학예연구실장, 오춘영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장, 강형도 국가유산청 유적발굴과 사무관·김용준 주무관 등이 참석했다. 조근제 함안군수도 현장공개에 함께하며 성과를 확인했다. 특히 이번 보고회 및 현장 공개에는 의곡사지가 위치한 마을 주민은 물론 함안군 관계자, 문화유산해설사, 문화유산 발굴조사 전문가들도 참석해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불교문화유산연구소 소장 혜공 스님은 국가유산청과 함안군의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을 언급하며, “의곡사지 발굴은 사찰 유적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밝히는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보고회가 함안 불교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부터 추진 중인 국가유산청 ‘중요 폐사지 시·발굴조사’ 사업의 성과를 소개하며 의곡사지가 이 사업의 대표적 조사 대상임을 강조했다.

본격적인 성과보고회는 ▲함안 의곡사지 조사성과와 가람(이영환 불교문화유산연구소 발굴2팀장) ▲함안 의곡사지 관련 문헌과 ‘의지승(依止僧)’ 용례 검토(김정원 연구사) ▲함안 의곡사지 출토 불상 고찰(박수진 연구원) 순으로 발표가 이어졌다.

이영환 팀장은 최근 5년간 확인된 가람 배치와 건물지 구조를 종합적으로 설명하면서, 의곡사지에서 탑지·금당지·추정 강당지·이방형 건물지·기와가마·대형 석축 등 사찰의 전체적 구도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보고했다. 특히 2021년 첫 조사에서 ‘의곡사(義谷寺)’ 명문 기와가 출토된 것이 유적 규명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이어진 조사에서 금동불상 9구를 포함해 청동풍탁, 철제종, 청동소탑편 등 통일신라~고려 시대에 걸친 다양한 유물이 확인되면서 의곡사의 성격이 한층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함안 의곡사지는 조사된 유구와 유물을 통해서도 매우 중요한 사지임을 확인하였고, 사지의 변화 과정도 9~11세기 흐름을 잘 파악할 수있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료”라며 “현재 분묘 등으로 인해 진입로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추정 사역 범위보다 더 넓게 유구가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광범위한 사역을 갖춘 사찰은 흔하지 않으며, 특히 지방 사찰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조사되지 않은 사역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면 고분군과 더불어 함안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정원 연구사는 함안의 대표적인 불교문화유산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의지승 진기(依止僧 眞奇)’ 명문 기와가 의곡사 중창 시기와 사찰의 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임을 설명했다. 명문에는 “義谷寺依止僧眞奇 / 重熙十五年丙戌二月日初”라는 글귀가 선명히 새겨져 있어, 중희 15년(1054)으로 기록된 고려 중기의 중창 사실이 실증적으로 확인된다는 설명이다. 또 ‘의지승(依止僧)’ 용례를 분석하며 “‘의지승 진기’에서 의지는 계율에 밝고 덕망이 높다 대중을 이끌고 불사를 지휘하는 스님의 소임을 지칭하는 존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했다.




박수진 연구원은 금동불입상과 청동불두 등 높이 11cm 이하의 초소형 출토 불상들의 양식 분석을 통해 통일신라~고려 시대에 걸친 의곡사지 불교 조형의 흐름을 소개했다. 특히 고려시대 양식의 1구의 불상과 통일신라 초기 불상 양식을 보여주는 7구의 불상군을 국립중앙박물관, 경주 황룡사지, 밀양 표충사 등 유물과 유사점을 분석하며 “의곡사 창건 시기 및 조형예술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보고회 후 참석자들은 함안박물관 제2전시관 내 의곡사지 발굴 유물을 소개하는 ‘함안의 불교’ 전시를 관람한 데 이어 의곡사지 현장을 방문해 조사 성과의 실제 모습을 확인했다. 조근제 함안군수가 참석한 가운데 이영환 팀장의 안내에 따라 진행된 현장공개는 발굴 유물 소개에 이어 발굴조사가 진행된 사역 내부 전체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사찰 중심 공간의 전형적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건물지·분묘·교통로 흔적 등이 함께 드러나 의곡사가 지역 사회와 함께 운영된 복합적 사찰 공간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출토유물은 함안 지역 불교문화의 성장과 변화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의곡사지가 함안 불교문화의 중심지였음을 뒷받침했다.









현장공개에서 조근제 군수는 “발굴 초기에는 작은 절로 예상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통일신라부터 고려로 이어지는 대형 사찰의 면모가 확인됐다”며 “향후 국가사적 지정을 적극 추진하고, 복원을 통해 함안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자원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적 지정과 보존에는 주민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며 참여와 협력을 당부했다.


불교문화유산연구소는 향후 남은 조사 구간에 대한 발굴을 이어가고, 의곡사지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정리하여 보존·정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번 성과보고회를 통해 드러난 조사 결과는 의곡사지가 함안 지역 불교문화의 중심지임을 실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으며, 향후 사적 지정과 추가 연구가 이루어질 경우 지역 고대·중세 불교사 연구의 결정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함안=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802호 / 2025년 11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