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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묵(55) 사띠 수행 - 하

기자명 법보

좌념·행념으로 사띠 힘 키워
마음 오염원 ‘아싸바’ 제거
꾸준한 수행과 점검 받으며
일상·세상에 감사함 깊어져

사띠 수행은 부처님께서 행하신 가장 근본적인 정화법이자, 번뇌의 소멸로 이끄는 길이다. 10년 가까운 방황은 결국 사띠 수행과의 인연으로 이끌기 위한 여정이었다. 사띠 수행에는 얇은 방석이나, 몸이 불편한 경우에는 의자에 앉아서 하는 좌념(念), 걸으면서 행하는 행념, 일상 속의 생활념, 일하면서 실천하는 노동념, 마음을 비우는 공(Sunna) 수행, 그리고 자애를 전하는 자애(Metta) 수행 등이 있다. 이는 육체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과 에너지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좌념보다 행념이, 행념보다 생활념이나 노동념의 효과가 더 크다. 사띠아라마 방장 붓다빠라 스님의 지도 아래, 사띠 수행으로 마음을 맑히고 공 수행으로 오염원을 비우며, 자애 수행으로 맑은 마음을 전하는 법을 배워갔다.

사띠 수행의 효과는 ‘아싸바(asava)’ 즉 마음 오염원의 제거에 있다. 마음 오염원은 욕망·이기심·분노·원망·서운함·편견·선입관·가치관 등으로 이루어진 오염된 마음의 덩어리로, 아싸바가 기억 이미지와 결합해 마음의 공간을 오염시킨다. 그러나 사띠 수행을 통해 마음의 근육이자 알아차림의 기능인 ‘사띠의 힘’을 키우면, 아싸바를 제거하고 마음의 공간을 맑고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다.

좌념은 정좌한 채 코끝의 호흡에 집중하며, 생체 리듬에 따라 들숨에는 ‘아나’ 날숨에는 ‘아빠나’ 즉 ‘아나-아빠나’라고 이름 붙이고 알아차린다. 방해되는 현상이 나타나 호흡을 놓쳤다면, 호흡으로 되돌아가기보다 그 방해 현상 자체에 이름을 붙이고 알아차린다. 일상에서 들려오는 소음 정도는 무시한 채, 기준점인 코끝의 ‘아나-아빠나’에 집중한다. 사띠가 기준점인 호흡을 놓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곧 ‘사마디(samādhi, 三昧·止·定)’이다.

사띠 수행을 하며 생긴 작은 변화 중 하나가 있다. 예전에는 주사나 침 치료가 두려웠지만, 이제는 코끝 호흡에 사띠를 두면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평안함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도 붓다빠라 스님께 꾸준히 이론 공부와 지도를 받으며 정기적으로 수행점검을 받고 있다. 점검은 그 자체로 수행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수행 중에 마주하는 다양한 의문과 현상들은 스님과의 점검을 통해 시원히 풀리고, 바른 태도와 수행의 진전으로 이어진다.

수행의 힘을 삶으로 돌리기 위해, 현재 인천 송도 청량산 아래에서 ‘격려의 숲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누구나 언제든 수행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후원으로 운영된다. 이주노동자 문해교육, 명상 프로그램, 멘탈 코칭, 인문 치유 등을 진행하며 공동체 회향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명상을 ‘고요함에 들어 지혜를 계발하는 것’이라 한다. 나는 수행을 통해, 명상을 ‘고요함 속에서 지혜를 계발하고 그 지혜로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 공동체에 공헌하는 실천의 과정’으로 정의하고 싶다.

사띠 수행을 하며 일상과 세상을 향한 감사의 마음이 깊어졌다. 삶에는 고통스러운 시기가 많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수행 속에서 조금씩 증득해 나갔다. 수행은 방석 위에 앉아 있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자세로 있든 마음속에 알아차림과 이해가 있다면 그 순간 이미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신기한 역설은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할 때 내가 변한다”는 칼 로저스의 말처럼, 사띠 수행은 자신을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힘을 길러 삶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간다. 꾸준한 수행의 반복 속에서 습관이 바뀌고, 그 습관이 곧 탁월함이 된다. 나는 오늘도 묵언 속에서 조용히 수행을 이어갈 뿐이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행복하시길. 사두, 사두, 사두!

[1802호 / 2025년 11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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