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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묵(55) 사띠 수행 - 상

기자명 법보

직장서 폭행 겪고 마음 상처
자율신경계 붕괴에 큰 고통
명상으로 무너진 삶 세우며
붓다빠라 스님과 인연 닿아

중학생 때 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 공부를 위해 고향 산골의 한 사찰에 머물렀다. 사찰 인근의 작은 토굴에서 수행하시던 한 어르신을 통해 처음으로 호흡명상을 접했다. 가끔 나를 불러 이런저런 말씀을 들려주셨는데, 그분은 ‘명상’이라는 말 대신 ‘호흡, 수련, 수행’이라고 하며 호흡하는 법을 이렇게저렇게 가르쳐 주셨다. 수행으로 다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돌아보면 수행을 내게 처음 알려주신 참으로 고마운 분이었음을 느낀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몸이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정신·사회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뜻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못했다. 십수 년 전, 행복하던 직장에서 뜻밖의 폭행 사건을 겪었다. 그 일로 상해 4주의 진단을 받았고, 의사는 “마음의 상처는 쉽게 낫지 않을 것”이라며 연민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현실이 됐고, 그 후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겪었다.

폭행 사건 이후 외상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 그리고 여러 심리적 상처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이러한 불균형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몸의 통증, 잦은 설사, 흉통, 쓰러짐 등 다양한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났다. 약물로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려 애썼지만, 삶을 온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점점 깨달았다.

의료적 도움을 받으면서도 스스로 치유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서로 균형을 이룰 때 신체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에, 교감신경의 항진 상태에서 부교감신경의 평온함으로 옮겨가야 했다. 몸과 마음에 대해 공부하면서 무너진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호흡명상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아가 명상이 각 개인의 건강한 삶을 회복시키고, 이는 곧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맑게 하는 길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절실함 없이 가끔, 짧은 시간만 하던 명상을 다시 시작했다. 명상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수행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인연 따라 이 사찰, 저 선원, 명상센터 등을 찾아다녔다. 그 무렵에는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과 프랑스 플럼빌리지 틱낫한 스님의 법문과 책이 큰 도움이 됐다. 집과 직장에서 틈이 날 때마다 호흡명상을 실천했고, 아픔이 심해 병가나 휴직을 했을 때는 산중에서 수행을 이어갔다. 그렇게 삶의 선한 의지가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사고 이전에 공동체에 공헌하며 살아가고자 했던 ‘이타적인 삶’이 수행 속에서 다시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나 여전히 수행의 방향은 명확하지 않았다. 책과 여러 자료, 법문과 강의를 통해 배우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수행을 이어갔지만, 정작 마음 깊이 의지할 만한 스승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수행하며 살겠다’는 다짐은 한결같았고, 꾸준히 수행하다 보면 언젠가 스승과의 인연도 닿을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수행을 이어가던 어느 날, 사띠(SATI) 수행을 지도하시는 김해 사띠아라마 방장 붓다빠라 스님을 알게 됐다. 한 법문에 참석해 투박하지만 따뜻하고 친절하신 스님의 말씀을 직접 들으니, 그동안 답답했던 수행의 의문들이 하나둘 풀려가는 느낌이었다. 즉시 스님의 책과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고, 법문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먼길 마다하지 않고 사띠아라마에 찾아갔다. 스님을 통해 그동안 어지럽기만 했던 나의 수행 체계가 하나둘 정리돼 갔다. 절 올리는 법과 방석에 앉는 자세를 새로 배웠고, 좌선에 알맞은 방석의 두께까지도 스님과 함께 논의하며 수행을 이어가자, 조금씩 몸과 마음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1800호 / 2025년 11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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