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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정치의 야합은 재앙

기자명 성원 스님

역사를 배우다 보면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현실의 사건들이 발생한 당시의 기록들이 항상 더 생생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역사는 도도히 흘러가고 그 기록은 후대에서 정리하고 냉정히 평가하기 마련이다. 기억의 저편으로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관점을 새로이 하여 정확히 기록하는 역사가들이 있어 우리들은 과거 사람들의 삶을 재구성하여 볼 수도 있고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역사가는 집필한 역사기술에서 한자의 오류라도 발견하면 엄청난 금액을 주겠다며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펼쳐지는 정치판과 종교 단체와의 밀당을 보다 보면 과연 이러한 일들이 사실일까 놀란다. 정말 믿고 싶지 않고 그저 소설적 상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정당에 특정 종교 집단이 교주의 삿된 이익적 신념을 좇아 집단적으로 가입하고 그 정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아니 영향을 넘어 왜곡했다고 하니 정말 기가 막힌다. 정말 민주주의 사회 질서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일이며, 이런 황당한 일이 가능한 정당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러한 왜곡도 알고 보면 몇몇 위정자들이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종교 집단을 부추기고 야합했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힐 일이다.

학창 시절 역사를 배우다가 중세를 암흑기라 지칭하는 말을 듣고 매우 의아했다. 중세의 문명과 서양의 다양한 발전적 제도들을 다룬 부분도 많았지만, 포괄적으로 중세를 암흑기로 단정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관점이었다. 하지만 서양의 중세 시대를 흑역사로 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종교가 절대적 권위로 사회권력까지 지배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폐단은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과 결합하여 전통적 가톨릭에서 벗어나 프로테스탄트가 등장하는데 지금의 개신교다. 이러한 준엄한 역사적 심판 위에서 일어선 오늘의 개신교가, 일부 신흥 교파가 중심적이긴 하지만 다시 정권에 빌붙어 안위를 구하며 세력을 일으키려 하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불교도 옛 왕조시대에 왕권에 밀착하는 형태로 활동하다가 혹독한 피해를 겪은 적도 있었다. 반드시 이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떤 집단이 스스로의 순수성과 정당성을 잃으면 외부의 부당한 힘에 의지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세상을 향해 종교가 외치는 고고한 가치의 반만이라도 스스로 정화하는 데 힘쓰기를 바란다. 종교 집단이 스스로 밝아져 사회의 빛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부터 정치하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잘 없었다. 그러한 정치 모리배에 기댄다면 결과적으로 그 집단 또한 사회적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후일 역사는 오늘의 우리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도 고민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조선왕조실록은 어떤 왕도 함부로 열람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런 왕조실록을 가장 들춰 보고자고 했던 왕이 세종대왕이라고 한다. 세종은 왜 왕조실록의 기록을 보고자 했을까? 세종은 자신의 아버지 태종을 비롯해 선대를 역사가들이 어떻게 기록했는지 궁금해했다고 한다. 선대 기록을 보며 스스로 자신의 통치행위를 보듬고자 했을 것이다. 
이렇게 뒷날의 평가까지 염려한다면 어찌 스스로 맑은 삶을 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성원 스님 조계종미래본부 사무총장 sw0808@yahoo.com

[1789호 / 2025년 8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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