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평론’을 살려야 한다

인간은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 전 세계의 신문·TV·잡지는 물론이고 인터넷과 휴대폰에 의해 무제한의 지식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 중에 16~17세기 인쇄술의 발달로 발생한 잡지는 근·현대에 이르러 전 인류를 계몽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디지털의 발달로 유튜브 같은 영상매체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지만, 잡지는 여전히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인간에게 나침반이 되어 주고 있다. 불교계의 경우, 식민강권통치 하의 1910년대부터 해방 전까지 약 30종의 잡지가 발행되어 불교인들의 구심점이 되었다. 교단 형성과 전통의 재발견, 학술·문화의 소개, 사찰별로 다양한 주의 주장을 펼치면서 불교인들의 주체성을 길러내는 데에 한몫을 해냈다. 1924년부터 33년까지 108호를 발행한 ‘불교’지에 당대 내로라하는 불교지식인 권상로, 한용운이 발행인으로 참여하여 조선 불교의 자긍심을 높이기도 했다.

종교의 용광로가 된 현대에 와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잡지가 있다면 단연코 ‘불교평론’일 것이다. 작년 겨울 지령 100호를 발행하면서 불교계 모두가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불교인들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지식인이라면 ‘불교평론’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며, 무종교인이나 이웃 종교인들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잡지가 되었다. 작년에 100호 기념 특별기획으로 ‘한국불교 미래 100년의 비전’ 특집호를 발행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국불교의 미래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홍사성 주간이 말하듯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중간을 지향한다는 목표”를 성취해가며, 한국불교를 자비와 통찰지로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불교사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현대사회의 문제를 불교적으로 비평한다”는 편집 방침은 모든 불교계가 원하는 것이다. 내 연구실 서가에는 1호부터 현재까지 발행된 ‘불교평론’이 꽂혀있어 글을 쓸 때 아이디어를 얻거나 참고하며 인용하기도 한다.

그동안 발행한 내용을 보면, 불교 역사와 문화의 재발견, 불교 전통과 현대와의 대화, 한국사회 및 세계 문제에 대한 불교적 처방, 인류문명의 미래에 대한 불교적 전망 등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참여자들도 불교인들만이 아니라 각계의 지성인들이 망라되어 있다. 600편 이상의 논문, 매달 개최되는 열린 논단, 가을에 열리는 학술 심포지움 등 불교 지혜의 총합의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없을 정도로 활발하다. 불교계 전문학술지가 많이 있지만, 불지(佛智)의 대사회적인 플랫폼으로서 손색이 없는 역할이다. 이혜숙 편집장은 “지난 25년의 역사를 냉철하게 평가하며, 새로운 25년을 준비하기 위한 쇄신의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현재 ‘불교평론’은 후원의 격감으로 올해부터 자립 경영에 들어갔다. 이전에도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꿋꿋이 가시덤불을 헤쳐 나왔다. 그동안 불교인들의 애정이 없었다면 지속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우리들이 나서야 할 때다. 자본주의가 지구를 거덜 내고 있으며, 전쟁은 그칠 날이 없고, 각국의 정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이 세계에서 ‘회광반조’의 힘을 가진 불교야말로 인류문명을 구할 지름길이다. ‘불교평론’이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의 손에 들려있을 때, 비로소 철든 세상이 될 것이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접어든 이 지혜의 보고(寶庫)가 더욱 성장해 온 세계를 덮는 우주수(宇宙樹)가 되도록 더욱 많은 밑거름을 부어주었으면 한다.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790호 / 2025년 8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