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일교 문제로 종교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일교는 일본에서 아베 신조 전 수상의 피살사건을 계기로 정부로부터 종교해산 명령을 받고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치자금 제공 문제로 최고 지도자가 구속되었다. 어떤 결말이 날지 아직은 판단하기에 이르지만 헌법 제20조에 명기된 ‘정교분리’를 다시 돌이켜보게 한다.
헌법에 정교분리가 명문화된 것은 미국 헌법을 모델로 한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다. 유럽의 중세 교황과 군주들 간의 갈등에서 시작하여 16-17세기 종교전쟁,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확립되었다. 프랑스의 ‘정교분리법’은 1905년에 제정되었다. 유럽 국가들의 헌법에서 보듯이 이는 국교를 부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교는 의견 다양성을 배제하고, 이웃 종교에 대한 박해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초래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독교 국가화가 가져온 폐해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종교를 가진다고 해서 투표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인의 선거 및 피선거권, 정치적 의사의 표현, 정당 설립과 활동의 자유는 국민의 당연한 기본권이다. 한편, 종교 지도자의 정당 설립이나 피선거권은 불가하다고 본다. 정교분리는 실제로 종교의 자유와 국가의 중립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학교나 복지기관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처럼 특정 종교에게 혜택을 주기도 한다. 그 외 군종, 종교문화재, 종교행사 등에 국가의 세금이 투여된다. 교립·종립학교에서의 종교 교육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정교 관계는 미분화·일치·분리 등 다양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독일에서 종교수업이 공립학교에서 비종파학교를 제외하고는 정규과목인 것처럼 종교는 여전히 사회생활 전반의 핵심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학자들은 정교분리 조항을 국교분리로 대체하자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사회적 공공선을 위해 국가와 종교는 때로 협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교 없는 종교다원주의 상황에 맞는 법리해석이지만, 현 미국처럼 종교와 국가권력과의 유착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국가와 어떤 관계든 종교는 사회적 약자의 구제, 불공정한 사회제도 비판, 정의로운 활동을 통해 국가를 선도해 왔다. 한국의 민중불교 운동, 가톨릭의 정의구현사제단, 남미의 해방신학 등 종교의 사회참여가 그것이다. 시민운동에 다양한 형태의 종교 조직도 참여하고 있다. 국가자본주의는 여전히 국익·국부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지구적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지구온난화, 생태계 파괴, 전쟁 등 인간의 한계상황에서 국가는 무기력하다. 약육강식으로 치닫는 세계는 UN이 보여주듯 국가의 전횡을 제어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대승의 보살정신이 문명을 살릴 때다. 대승불교는 대중들의 요구에 의해 국가를 초월,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불교를 창출해 왔다. 오늘날 국가가 지향하는 자유와 평등, 평화의 이념은 대승정신이 포용하고 있다. 진속이제(眞俗二諦)에 기반한 자리이타, 성불제중이 그것이다. 국가 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인간 내면의 각성을 통해 이 세계를 불국토로 변화시키겠다는 서원과 국가와의 경계를 뛰어넘는 무연대비를 생각한다면 정교일치든 분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멸하는 국가보다 오랜 생명을 가진 불교가 희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처의 권능보다 더 큰 권능이 있겠는가.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795호 / 2025년 10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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