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를 옮겼다. 같은 자리에서 오래 머무는 것이 좋은지 일정 임기를 두고 교체하는 것이 좋은지를 두고 항상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조계종은 주지 임기를 4년으로 정하고 있다. 물론 연임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이견이 많다. 뭔가 지속적으로 일하려고 하면 임기가 종료되어 장기적인 비전을 두고 사찰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도 굳이 임기를 4년으로 제한한 데는 제한하지 않는 것보다 유용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뜻을 두고 임명받은 사찰에서 많은 일을 하고자 하는 스님들은 짧은 임기제를 참으로 안타까워하기 일쑤다. 일반적으로 사찰 건축이나 외형적 불사를 하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사찰 운영에 관한 신도와 단체 관리에 4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턱없이 짧다. 신행회나 합창단 봉사회를 조직하고 지역과 사찰 중심으로 활성화하고자 할 때는 4년이라는 시간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아직은 4년을 임기로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많아서인지 요즘은 연임하는 경우가 많다. 또 무엇보다 연임되는 이유는 스님들이 각자 소임처에서 열심히 정진하며 헌신적으로 살아주시기 때문이다.
일부 스님 중에는 자신의 특별한 취향의 불사에 몰두하다가 임기를 마치고 다음 주지가 바뀌게 되어 완전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 때문에 속상해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야말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불교가 단기적인 업무만 설정해서 살아가기는 힘들다. 기간에 맞추어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보편적 가치로 장기적인 불사가 많이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안정감을 찾아가는 우리 사회와 당당히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불교가 젊은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이러한 모습이 시대적 트랜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이 자리 잡는 데는 주요 소임자 스님이 열린 마음으로 다가와 주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뉴진 스님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는 일반 불자가 승복, 장삼을 입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못했다. 불교에 대한 폄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장삼을 입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수용하면서까지 젊은이들에게 닿아가야 한다며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많은 스님들이 내려놓았다.
새 집행부가 시작하면서 ‘신뢰받는 불교, 존중받는 불교, 함께하는 불교’를 표방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좋긴 한데 의례적인 문구라고만 생각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리 불교가 우리 사회에서 정말 세대와 계층, 지역에 구분 없이 함께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면서 신뢰와 존중을 받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와 잘 어우러져 함께하려고 하는 몸부림에는 젊은이들이 폭발적으로 참여하는 불교박람회뿐만 아니라 선명상의 대중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현대 사람들의 힘든 마음을 어루만지며 함께하고자 하는 종단의 정책 방향성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올해는 출가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하고자 먼저 손을 내밀 때 그들이 다가오는 것이다. 오랜 시절 세상과 등진 듯한 불교의 이미지를 세상과 함께하는 불교로 신뢰받고 존중받는 불교로, 지속적으로 이끌어가는 데 우리 승가뿐만 아니라 불자들도 더 큰 지혜와 힘을 보태면 좋겠다.
성원 스님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sw0808@yahoo.com
[1794호 / 2025년 9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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