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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으로만 잠시 머무는 청년들

유독 불교 인구만 줄고 있다. 2025년 6월 9일 미국 퓨연구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보고서, ‘2010~2020 세계 종교 지형 변화’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불교 신자는 세계 인구의 4.1%에 해당하는 약 3억 2400만 명이다. 2010년의 4.9%에서 무려 약 1900만 명이나 줄었다. 물론 다른 통계조사 기관 세계인구리뷰(World Population Review)의 자료에서는 2025년 불교 인구 추정치가 약 5억 600만 명(세계 인구의 6.6%)으로 나타난다.

Pew 보고서를 다시 보자면, 종교의 쇠퇴는 세계적 추세라는 저간의 인식과는 달리, 기독교 ‘신자의 수’는 약 1억 2200만 명 증가하여 23억 명에 달한다. 기독교 ‘신자 비율’의 감소는 같은 기간 세계 인구 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불교 신자는 절대 수치와 비율 모두 감소했다. 동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의 불교 유지율은 39%에 그친다. 불교에서 이탈한 신자 대부분이 ‘무종교’로 이동했다.

태국, 스리랑카 등은 유지율이 높아 불교신자가 감소하지 않았지만,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서구화된 사회에서는 무종교로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이것은 2010년대 초반 중국이 과거와 달리 국가가 정한 ‘공인 5대 종교’만을 종교 인구 대상으로 파악함에 따라, 불교, 도교, 이슬람교, 천주교, 개신교 5가지만 통계에 잡고, 유교, 민간신앙, 무속 신앙 등은 더 이상 불교 통계로 잡지 않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2000년부터 동남아시아 불교계는 젊은 세대 유치를 위한 다양한 혁신적 활동을 펼쳐왔다. 일본 불교계는 바(Bar) 운영, 승려복 패션쇼, 비트박싱 등 적극적으로 현대 문화와 결합하는 시도를 해 왔고,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스님들이 락, 데스메탈, 힙합 등 다양한 음악 장르로 불교 교리를 알리고 있다. 한국도 최근 청년층 유입을 위해 ‘뉴진스님’, 국제불교박람회 등 현대적 소통방식으로 눈길을 끄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Pew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아시아권에서 일본, 한국과 함께 불교신자의 감소 폭이 무척 큰 국가로 분류된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환경에 있는 호찌민시의 지악노(Giác Ngộ, 覺悟) 사원의 청년층 참여 정책은 우리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지악노 사원의 청년들은 더 이상 단순한 포교 대상, 수동적 신자가 아니다. 불교 공동체의 설계자이자, 불교라는 전통을 21세기적 언어와 기술로 새롭게 번역해 내는 창조적 주체로 활동한다. 특히 이들은 기존 한자 기반 불경 대신, 현대 베트남어로 번역된 불경을 사용한다. 이는 한자 세대가 아닌 젊은이들이 불교 교리를 쉽게 이해하고, 실천적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언어적 변화는 청년들이 단순 문화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경전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한국불교는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당시 종교 조사에서 기독교에게 최다 신자 기록을 내주는 충격적인 결과가 있었다. 최근 불교가 현대적으로도 의미 있다는 점을 청년들에게 확인시키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들이 불자가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불교에 관한 관심이 잠깐 커질 수는 있겠지만, 며칠 갈지는 모르겠다”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속내다. 이런 이유로 청년들을 불교 행사의 손님에 머물게 해선 안 된다. 현대적 불교의 재구성 과정에서 능동적 주체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대전대 교수 shlee0044@naver.com

[1797호 / 2025년 10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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