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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청년회 5000회 법회, 불교 신행사 한 획

  • 사설
  • 입력 2025.11.14 10:37
  • 수정 2025.11.14 11:26
  • 호수 1801
  • 댓글 0

굳건한 신심 속 48년 발걸음
‘청년불교의 생명력’ 상징
정진하며 실천한 그 시간
불교 미래 지탱하는 뿌리

11월 22일, 조계사 청년회 정기법회가 5000회를 기록한다. 1977년 2월 15일부터 48년 동안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지속해 온 법회가 드디어 5000회라는 이정표에 도달한 것이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청년불자들이 법당을 지키며 법을 배우고 수행을 이어온 이 기록은, 한국불교 신행 역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한 세대를 넘어 이어온 ‘청년불교의 생명력’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조계사 청년회의 뿌리는 1920년 만해 스님이 세운 대한불교청년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를 통한 민족의 각성과 심신 계발, 사회 정화라는 청년불교의 본뜻을 담아 창립된 이 조직은, 사회적 실천을 강조한 청년불교의 첫 선언이었다. 조계사 청년회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시대마다 변화를 모색하며, 청년불교의 본령을 지켜왔다.

1990년대 교계의 종단 개혁과 현대화 속에서 청년회도 조직적 쇄신에 나섰다. 모든 회원이 규칙적인 학습과 신행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단계적 교육 체계를 마련했으며, 각자가 담당한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인별 수행 전통을 확립하도록 노력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조계사 청년회는 역사적 변화를 맞이한다. 2005년 박희정이 창립 이래 최초의 여성 회장으로 뽑힌 것이다. 남녀가 함께하는 공동체, 섬세한 마음으로 이끄는 리더십의 가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가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20대 젊은이들이 회장이 되면서 “신나는 조계사, 재미있는 청년회”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었고, 청년들의 감정과 취향을 존중하는 포교 활동을 펼쳤다.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배우면서도 불교를 배워가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2020년대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에서 청년들을 만나려고 노력했고, 누구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매주 절에 가서 함께 기도하고, 불교를 배우고, 서로를 돕는 청년 불자들의 진심이다.

조계사 청년회의 현황을 살펴보면, 회원의 90% 이상이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청년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가 2개월간의 정제된 교육 과정을 거쳐 신행 공동체에 입문하며, 6개 부서로 조직되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주목할 점은 청년들이 스스로 법회를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일하느라 바쁜 하루를 마친 후 절에 와서 법을 설하고, 1080번을 절하는 수행도 함께한다. 부처님오신날에는 연등을 들고 행진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온정을 나눈다. 이 모든 과정이 신행의 생활화이며, 청년불교의 생명력이다.

만해 스님이 심었던 청년불교의 씨앗은 48년을 통해 조계사 청년회라는 무성한 숲으로 자라났다. 이는 청년불교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며 성장해온 증거이며, 다음 50년을 향한 새 서원의 출발점이다. 청년들이 배우고 정진하며 실천한 그 시간이 한국불교의 미래를 지탱하는 뿌리가 되어왔다. 그러고 보면 불교의 새로움은 언제나 청년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48년 동안 이어진 불퇴의 발걸음은, 부처님 가르침을 시대 안에 되살리려는 청년 불자들의 정진으로 이루어졌다. 이제 그들이 쌓아온 시간 위에, 또 다른 세대의 청년들이 새로운 법의 길을 이어가야 한다. 세대가 바뀌어도 신심의 맥이 이어질 때, 불교는 늙지 않는다. 조계사 청년회 5000회 법회는 그 불씨가 여전히 타오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시대의 이정표로 길이 남을 것이다.

[1801호 / 2025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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