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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여는 예측의학 시대

  • 건강칼럼
  • 입력 2025.11.14 10:45
  • 수정 2025.11.14 11:25
  • 호수 1801
  • 댓글 0

매일 혈압 재고, 물을
자주 마시며, 조금 더
걷고, 덜 짜게 먹는 게
가장 확실한 생명보험

겨울 새벽 공기는 폐 속까지 시리다. 하지만 더 위험한 것은 찬 공기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치솟게 하는 것이다. 체온이 0.5도만 내려가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혈관은 긴장상태가 된다. 실제로 심근경색과 뇌졸중은 겨울철 새벽과 아침 시간대에 집중 발생한다.

혈관은 생명의 통로다. 40대부터 내피세포 벽이 쉽게 손상되고, 그 틈새로 콜레스테롤이 침투하면서 죽상경화반이 쌓인다. 동맥경화는 현대인 질병의 근원이지만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더욱 위험하다. 

처음 나타나는 신호는 협심증이다. 가슴이 조이듯 아프고, 왼쪽 어깨나 턱으로 통증이 번진다. 통증이 2~10분 이상 지속되고 안정을 취해도 사라지지 않으면 이미 심근경색의 문턱에 선 것이다.

뇌졸중도 마찬가지다. 한쪽 팔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시야가 흐려진다면 단 한 순간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골든타임은 3시간이지만 실제로는 더 오래 걸린다. 그 시간 차이가 평생의 장애를 남긴다. 특히 새벽 4시부터 아침 8시까지가 위험하다. 교감신경이 가장 활발히 작동해 혈압이 상승하고 혈소판이 응집한다. 여기에 찬 공기가 닿으면 혈관이 순간적으로 수축하면서 혈전이 생긴다.

예방의 첫걸음은 식탁이다. 포화지방과 나트륨을 줄이고 등푸른생선, 채소, 통곡물을 늘려야 한다. 하루 30분 유산소 운동과 금연, 절주, 충분한 수면도 필수다. 이제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심혈관 질환의 조기진단이 가능해졌다. CT 촬영 판독에 20분 이상 걸리던 일을 AI로 몇 분 만에 해낸다. ‘안저 AI 진단’ 기술은 눈의 망막 사진만으로도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위험도를 예측한다. 눈 속 미세한 혈관 패턴이 몸 전체 혈관 건강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AI는 사람의 눈이 놓친 미세한 징후를 발견하고, 치료보다 앞선 예측의학을 가능하게 한다. AI가 골든타임을 지키는 시대, 생명과 기술이 새로운 연합을 이루고 있다.

심혈관 질환은 더 이상 노화병이 아니다. 하지만 젊을 때부터 관리하면 더 오래 지속되는 ‘레가시 효과’가 있다. 30대 식습관이 60대의 생명을 결정한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은 본인이 인지하기 어려운 새벽에 위험하므로 가족의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우자가 함께 자며 서로의 호흡을 살피고, 언어 이상이나 얼굴 마비를 발견했을 때 즉시 119를 부른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결국 AI보다 빠른 응급신호는 사랑하는 사람의 눈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진정한 건강은 결국 일상에서 시작된다. 하루 한 번 혈압을 재고, 물을 자주 마시며, 조금 더 걷고, 조금 덜 짜게 먹는 것. 그것이 가장 확실한 생명보험이다.

뇌졸중학회가 개발한 한국인 뇌졸중 조기 식별법 ‘이웃손발시선’을 기억하자. ▶이웃: ‘이~’ 하고 웃을 수 있는가 ▶손: 두 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는가 ▶발: 발음이 명확한가 ▶시선: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가.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119에 연락하고 뇌졸중센터 응급실로 바로 가야 한다.

권현옥 산부인과전문의 108자비손 대표 khoobgy@hanmail.net

[1801호 / 2025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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