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불성을 신뢰하는 연민수행
34. 불성을 신뢰하는 연민수행
  • 재마 스님
  • 승인 2017.09.26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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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머물러 관찰시간 가질 때 지혜·빛 발현

지난 한 주 자신에게 가하는 해로운 것들에서 자기 연민수행을 통해 스스로와 화해를 하시거나, 돌봄을 하셨는지요? 저는 3박4일 동안 모든 일정을 내려놓고 저와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을 비추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것은 미국 CCR(Center for Courage & Renewal)의 전 센터장인 테리와 함께 고요한 산 속에서 마음비추기 진행자 동료들과 함께 피정(避靜)시간으로 가능했습니다. 피정(避靜)이라는 단어는 특정종교와는 상관없이 ‘세상을 떠나 고요하게 관찰하고 머문다’는 뜻입니다.

내면의 불성은 자비로 드러나
상대 인정·존중하는 태도 중요
가능성을 믿고 열린 질문 통해
내면 지혜로 고통 벗게 비춰야


CCR은 미국에서 교사들의 교사, 교육개혁가 및 사상가로 불리는 파커 J. 파머(Paker J. Palmer)가 일과 삶의 조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허브입니다. 그분의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내면의 교사(inner-teacher)가 있다’는 신념을 실천에 옮기는 구조로, 자신의 온전한 삶을 회복하려는 이들을 돕고 있는데요, 4계절의 비유를 통해 우리 삶도 순환하는 과정임을, 삶의 역설과 양극성을 깊이 만나게 합니다.

제가 속해 있는 단체 ‘교육센터 마음의 씨앗’은 이 프로그램을 한국 사정에 맞게 계절피정과 교사들을 위한 신뢰서클을 보급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테리를 초청해서 진행자들을 위한 집중피정을 진행했습니다. 거기서 저는 제자신이 누구이며,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지, 제가 해야 할 일들을 공동체와 동료들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탐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 동안 생명의 활동은 너무도 신비롭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저를 그저 가만히 놔두고 지켜봐 주니까 생명은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을 발휘한다는 고마운 경험을 했습니다.

내면의 교사는 불교에서 말하는 우리 모두에게 내재한 불성(佛性)과 닿아 있습니다. 내면의 교사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불성의 지혜와 자비가 드러나는 또 하나의 경험을 하는 것이라 봅니다. 우리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깊은 내면을 탐구하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라고 봅니다. 칼 융(Carl G. Jung, 1875~1961)은 이것을 개성화(個性化)과정이라고 불렀습니다. 인간은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서 진정한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만나 인지하고 존중하고 적응하기 시작한다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 길의 끝에 가면 집단무의식이나 진정한 자신인 ‘자기(Self)를 발견한다고 보았습니다.

한 인간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개성화 과정에서, 자기나 내면의 교사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우리자신에게 내면의 교사나 불성이 있다는 것을 먼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의 불성은 언제 잘 드러날 수 있을까요? 혼자서는 일상을 멈추고(stop), 고요히 머물러(stay) 관찰하는 시간(see)을 가질 때 지혜(sophia)와 빛(light)이 드러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현존(presence)하면서 깨어있을 때, 마음챙김(mindfulness)이 성성할 때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내면작업은 타인과 공동체에서 어떤 경계를 만날 때 수행이 잘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계를 맺고 살면서 서로의 불성과 내면의 교사를 신뢰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내면의 지혜와 불성은 자비로 드러납니다. 가장 먼저 누구에게나 불성이 있고 내면의 교사가 있으므로 언제 어디서나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손한 태도로 대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파머는 ‘존재에 대한 환대’라고 표현합니다. 또 어떤 것도 상대에게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주체적인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습니다. 친한 이와 낯선 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공간을 열어두고 그 사람들의 진실을 경청합니다. 또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도 규정하거나 고치려거나 구하려고 애쓰지 않는 대신 가능성을 신뢰하고 진실하고 열린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직접 내면의 지혜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비추어줍니다. 관계에서 이런 연민수행을 해볼 수 있을까요? 어떠세요?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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